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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서 박재삼 진주 장터 생어물전에는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울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빛 발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은전만큼 손 안 닿는 한이던가.울엄매야 울엄매,별밭은 또 그리 멀리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진주 남강 맑다 해도오명 가명신새벽이나 별빛에 보는 것을,울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1933년 일본 동경 출생 박재삼 시인은 1953년 「문예」의 작품 ‘강물에서’가 추천되면서 등단했다. 시인은 자
여론
충대신문
2019.11.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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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미국 하버드대 로렌스 바카우 총장이 국무부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그는 서한에서 비자와 이민 절차가 예측할 수 없고 불확실한 까닭에 학생들이 초기 비자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국제 학생들과 학자들은 단지 대학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대학이 그들을 필요로 한다.”라고 말했다. 이 서한을 보낸 까닭은 팔레스타인 신입생 한 명이 미국에 반대하는 정치적 관점을 표현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관세국경보호청(CBP)에 의해 구금되었다 추방됐기 때문이다. 바카우 총장의 아버지는 동유럽의 포그롬을 탈출해 미국
여론
충대신문
2019.11.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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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바람의 선선한 기운이 살갗에 닿는다. 나뭇잎도 정취를 자아낸다. 벤치에 앉아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면, 하는 생각에 카페로 향한다. 애초 생각과는 달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한다. 입에 붙은 모양이다.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전보다 컵이 차갑다. 새삼 플라스틱 컵이란 걸 의식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이라고 하는데.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일이 아직 익숙지 않다. 가을 아침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소소한 행복은 불행하게도 플라스틱 생각으로 번져갔다. 요즘 환경오염 이슈 중 하나는 플라스틱이다. 특히
여론
충대신문
2019.11.0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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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날은 이해인마른 향내 나는갈색 연필을 깎아글을 쓰겠습니다사각사각 소리나는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몇 번이고 지우며다시 쓰는 나의 하루예리한 칼끝으로 몰을 깎이어도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연필처럼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나는 당신의 살아있는 연필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정결한 몸짓으로일어나는 향내처럼당신을 위하여소멸하겠습니다 1945년 강원도 양구 출신 이해인 수녀(이하 시인)는 1970년 월간「소년」에 동시 부문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인은 수도의 길을 걸으며 주로 영혼 구원, 절대자에게로의 귀의
여론
충대신문
2019.11.0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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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은 과 라는 제목의 기사를 각각 1155호와 1153호에 실었다. 이 두 기사가 대학신문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대학신문은 아카데미즘(대학)과 저널리즘(신문)을 모두 갖추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위의 두 기사는 각각의 성격을 띤다. 아카데미즘은 대학의 학문과 예술의 성과를 계승하는 매개적 기능을 수행하는 측면이며, 저널리즘은 학내 문제를 이슈화해 대학 환경을 감시하는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는 측면이다. 이 두 가지 기능은 시대
여론
충대신문
2019.10.1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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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을 보며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여름 산 같은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을 기르듯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목숨이 가다가다 농울쳐 휘어드는오후의 때가 오거든내외들이여 그대들도더러는 앉고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놓일지라도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청태라도 자욱이 끼일
여론
충대신문
2019.10.1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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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부상에 문학계 고전 재번역 나선다”(경향신문 8월 3일자) 주영재 기자의 기사가 눈길을 끈다. 출판사는 여성 작가가 쓴, 여성 주인공 소설들을 묶어 내놓고, 번역가는 남성 위주의 시각에서 쓰거나 번역한 고전을 여성주의 시각 혹은 양성평등의 시각에서 재번역하며, 이를 현대번역이라고 일컫는다는 것이다. 탈식민주의와 페미니즘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억압으로부터 탈피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타자들의 권리장전을 다시 작성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운동의 출발에서 억압과 차별의 중요한 수단인 언어와 문학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여론
충대신문
2019.09.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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