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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원에선 2차원을 인식할 수 없고, 2차원에선 3차원을 인식할 수 없고, 3차원에선 4차원을 인식할 수 없다. 2차원 세계에 3차원 물질이 등장해도 3차원 물질의 단면만 볼 수 있기에 그것이 3차원 물질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이론도 제시할 수 있다. 그는 우리에게 사람들이 태어난 때부터 갇혀 어두운 뒷벽을 향해 묶여있는 동굴을 상상해보라고 한다. 그 사람들은 ‘죄수’들이며 오직 앞쪽만 향할 수 있다. 그 죄수들 뒤에서 밝은 불이 있어서, 그것이 그들이 향하고 있는 벽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불과 죄수들 사이
여론
충대신문
2023.01.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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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생인 내 동생은 나보고 “초가집에 산 적 있냐”고 물은 적이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사람들이 얼마나 흥분해 있었는지 이야기를 하면 꼭 저런 소리를 한다. 그때 설기현이 후반 43분에 골을 넣었는데 말이야, 아파트 전체가 울리는 소리가 났다고. 11살이었던 나도 어깨에 태극기를 메고 뛰어다니면서 선수들을 응원했지. 아파트 현수막 게시대에 대형 스크린을 걸고 옆 사람의 어깨를 내 어깨에 걸고 단체 관람을 했던 시절인데. 우루과이와의 월드컵 예선 1차전이 열리던 11월 24일 저녁 시간 나는 헬스장에 있었다. 샤워를 하고
여론
충대신문
2022.11.3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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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차 세계대전을 겪었던 독일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이란 시가 있다. “성문이 일곱 개나 되는 테베는 누가 건설했는가?/책 속에는 왕들의 이름만 나와 있다./왕들이 손수 돌덩이를 운반해 왔을까?/... /만리장성을 다 쌓은 날 저녁, 벽돌공들은 어디로 갔나?/...스페인의 필리프 왕은 그의 함대가 침몰했을 때 울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울지 않았을까?” 만리장성은 진시황제의 치적이라고 배울 때 그걸 쌓느라 얼마나 많은 노역자가 돌무더기에 깔려 죽었을지 궁금해 했던 것 같지는 않다. 대학에 와서 브레
여론
충대신문
2022.11.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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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하는 ‘떠오르는 인물 100인’에 선정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22년 대통령 선거의 더불어민주당 캠프에서 2030 여성 표를 결집한 핵심 인물로 부상해 26세의 나이에 최연소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다. 춘천에 있는 한림대학교 출신의 청년 여성이 정치권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그가 ‘n번방’ 성착취 사건을 최초로 밝혀낸 ‘추적단 불꽃’의 일원이었다는 강력한 이력 때문이다. ‘n번방’ 사건은 자본을 벌어들이기 위해 미성년자에 대
여론
충대신문
2022.10.2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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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들으면 미소 짓게 되는 이름들이 많이 있다. 3년 전 그 이름들은 봉준호, 류현진, 방탄소년단(BTS)이었는데, 2022년 그 이름들은 윤여정, 손흥민, 임윤찬, 황동혁, 허준이 등 분야는 더 넓어지고 이름은 더 많아졌다. 우리는 어째서 그 이름만 듣고도 미소 짓게 되는 것일까? 먼저 영화감독 봉준호가 으로 2019년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때만 해도 지난 세기 다른 아시아 영화감독들이 이룩한 업적에 반세기 가량 뒤졌지만, 마침내 우리도 해냈다는 뿌듯함이 생겼었다. 그런데 은 오스카상의
여론
충대신문
2022.10.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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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인간 존재는 다른 여타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원인 모르게 세상에 내던져 졌다. 그러나 타 존재와 비교하여 인간 존재는 가장 비극적이다. 1. 동물 / 자연은 약육강식의 진리를 드러낸다.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약자는 더한 약자를 지배한다는 잔인한 원리. 동물에겐 역사가 없다. 그것은 인간에 의해 수정되고 분석되고 소모될 뿐이다. 인간은 동물의 역사를 창조하고 진화건 무엇이건 여타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서 동물의 계보는 인간에 비해 깨끗하다. 동물의 근친상간, 본질적 폭력, 살해 행위, 생존 행위는 순수하다. 그들의 프로그램은 정
여론
충대신문
2022.10.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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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때 과방에서 동기들과 시시껄렁한 잡소리를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한 선배가 복사한 종이를 한 뭉치 들고 들어오더니 설문조사를 하라고 했다. 과목 이름이 '선거와 조사'였나 아무튼 난 듣지 않은 전공 수업이었다. 선배는 과제로 조사 방법을 정하고 문항을 구성해서 실제로 사람들한테 설문을 받아와야 한다며 설문지 한 장씩 집으라고 했다. 시간도 많고 거절할 깜냥도 안되는 2학년 여자애들은 합판으로 만든 테이블 위에 엎드려서 열심히 문항에 대한 답안을 체크 했다. 근데 문항이 이런 거였다. 졸업 후 몇 년 안에 취업을 할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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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2.09.0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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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카카오톡이 망쳤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햇빛이 아닌 폰 화면에 눈부셔 하며 반자동으로 카카오톡을 연다. 마치 기계처럼. 잠에서 채 깨지도 않은 상태로 밤새 쌓인 숫자에 대충 답하고 이부자리와 함께 저편에 던져두고 등을 훽 돌려 방을 나선다. 집을 나서 길을 걸으면서도 의식 없이 문자들을 완성하고 더 이상 문어체로 글을 적지 않는다. 떠올라 날아가버리는 셀 수 없는 말풍선. 우리가 토막으로 보내는 그 말들은 문자 그대로 풍선처럼 가볍다. 언제부턴가 말이 아니라 풍선말을 하고 있다. 우리는 글자를 적고 있지만 글을 적지는 않는다
여론
충대신문
2022.09.0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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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적인 사건은 없다. 모든 사건은 표면적 의식뿐만 아니라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사회적 무의식, 문화적 아비투스, 젠더화된 매트릭스 안에서 촘촘히 연결되어 발생한다. 개인은 언제나 사회, 문화, 역사 속에서 구성된 존재이고, 개인의 행위와 행위의 결과로 나타나는 사건은 그가 속한 사회/문화/역사의 의식과 무의식을 압축적으로 반영하는 소우주다. 따라서 어떤 사건이든 예외적인 사건으로 축소되거나 은폐될 수 없다. 이번 인하대 사건은 사회적 의식과 무의식의 기저인 ‘불평등한 성별 인식과 권력관계’를 노출하는 “징후적 사건”이다.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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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2.09.0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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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기시감에 툭, 멈칫하게 된다. 8월의 문턱이 지나자 더위가 예사롭지 않았다. 기습처럼 비가 쏟아졌다. 물방울이 불안정한 대기를 벗어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안정적인 대지에 안착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달려드는 듯. 그 수가 너무 많아 넘쳤다. 하필 자리도 없는 서울에 많이 내렸다. 서울은 잠겼다. 어떤 사람은 누군가를 잃었고, 어떤 사람은 무엇을 잃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너무 많은 감정을 쏟았다. 상처를 받은 사람이 오래 앓는 것이 있다. 빗줄기의 자취가 가슴속에 점선 같이 남게 되는 그런 것. 그 점선에 비가 오버랩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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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2.09.0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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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가 개교 70주년을 맞았다. 1952년 도립 충남대로 출발했다. 10년 후 국립 충청대학교가 되었다. 이듬해 충남대와 충북대로 분리되었다. 20주년이 되던 1972년 충남대 의대 부속병원이 개원했다. 중부권 최초의 교육병원이었다. 개교 30년이 될 때 대덕 캠퍼스 시대가 열렸다. 이후 성장은 눈부시다. 현재 16개 대학 93개 학과에서 2만 3천여 명의 학부생이 공부하고 있다. 일반·전문·특수대학원에서 학업 하는 석·박사과정 학생은 6천여 명이다. 물경 졸업생은 학부 16만, 대학원 5만여 명에 이른다. 충남대가 이룬 성과는
여론
충대신문
2022.06.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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