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 1.청춘에 바치는 푸른 오선지 한다발
페퍼톤스&몽구스
2012-09-03 송민진 기자
‘우울증을 치료하는 뉴테라피 밴드’는 페퍼톤스에게 늘 따라붙는 수식어구다. 지난 5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그들의 음악은 당당히 우울증 치료제로 소개됐다. 삶의 희망찬 순간, 덜 희망차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순간을 노래하는 그들의 음악은 귀로 복용하는 항우울제로서 부족함이 없다.
그들이 추구하는 밝음이 단순히 통통 튀는 멜로디와 ‘날씨가 좋으니까 일단 떠나자, 우울한 건 던져버려’에 기인했다는 사실은 처음에는 다소 상투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 라이브 무대를 접하고 풍문으로만 듣던 그들의 ‘유리 성대’를 확인하며 얕은 불신의 늪에 발을 담갔던 순간도 있다. 하지만 음이 조금 이탈돼도 ‘넌 최고의 오후를 만나게 될거야, 하낫! 둘! 셋! 넷! 씩씩하게, 더 밝게, 더 경쾌하게!(공원여행)’를 외치는 그들에게 어찌 아무 감명도 받지 못할 수 있을까. 의도된 것인지는 미지수지만, 그들의 정직한 창법은 포장하려 애쓰지 않는 ‘진짜 히피’의 매력을 완성하는 획을 긋는다. 역설적이게도 주체할 수 없는 긍정의 에너지는 이별하는 순간에 더욱 돋보인다. 떠나는 연인을 ‘시작하는 여행자’라 칭하며 ‘행운을 빌어줘요 웃음을 보여줘요, 노래가 멈추지 않도록, 수많은 이야기 끝없는 모험만이 그대와 함께이길(행운을 빌어요)’노래하는 발랄한 멜로디는 여느 이별노래와는 다르게 일말의 처량함도 없다.
두 밴드는 유독 ‘우주’를 자주 노래한다. ‘저기 어디쯤에 명왕성이 떠 있을까,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잔디에 누워 우주의 끝을 바라본다(페퍼톤스, New Hippie Generation)’, ‘여기 작은 행성의 반짝이는 밤바다, 수많은 별들의 질서와 우주의 법칙, 어떤 알고리즘도 설명할 수 없는 비밀과 아름다움(페퍼톤스, Bikini)’, ‘내 맘에 녹아 든 우주는 사랑이야(몽구스, Alaska)’, ‘춤을 추면 노래 오고 별을 따라 새가 날고 검은 우주를 가르는 부유함(몽구스, 오늘이 바로 내)’. 그도 그럴 것이 기타와 베이스를 들고 스스로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궁금해하는 청년에게 미지의 우주만큼 멋진 영감을 선사하는 소재가 있을까. 두 밴드에게 우주는 모든 것을 결국 괜찮게 흐르게 하는 법칙이자, 밤하늘 너머 신디사이저로 쏘아 보낸 모스 신호에 답신하는 설레는 세계다. 세상 만물을 예찬하며 ‘아름다운 우주는 사랑이야’라고 노래할 수 있는 경이로울 만치 어마어마한 에너지에는 어떤 겉치레도 필요하지 않다. 역시 아무래도 좋다.
송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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