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문학과의 꿈'
연극 '한 여름 밤의 꿈' 성황리에 마친 영어영문학과 '페가수스'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앙상블홀에서 펼쳐진 2010년 ‘윈터 페스티벌(Winter festival)’. 우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연극모임인 ‘페가수스’가 무대에 올랐다. 작년 연극 ‘우리 읍내’ 공연으로 큰 호응을 받았던 이들은 이번 공연 역시 전 좌석(4백 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비상(飛上 혹은非常)한 이들의 연극 ‘한 여름 밤의 꿈’을 연출한 권혜정(영어영문·4) 양과 손정민(영어영문·4) 양을 만나보자.
기자: 페가수스는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날개 달린 말’이잖아요. 특별한 의미라도 있나요?
손정민(이하 손): 저희 영문과 상징이에요.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더 높은 비상(飛上)을 꿈꾼다.’정도?아, ‘비상(非常)한 사람들’ 이라는 의미도 있어요.
기자: 이번 연극을 시작으로 과내 연극 모임에 정식 이름이 붙은 거잖아요.
손: 네. 저희 지도교수님이신 박종성 교수님께서 학생들이 하는 연극을 계속 하고 싶어 하셨고 저희도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정식으로 해보자.” 해서 만들어진 거죠.
기자: 어떻게 연극을 시작하게 됐나요?
손: 영문과 수업 중에 ‘셰익스피어’라는 수업이 있어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연극을 할 건지 수업을 할 건지 결정하게 되죠. 저 같은 경우 작년에 인문학 포럼에서 박영원 교수님 지도 아래 연극 ‘햄릿’을 했어요. 한 번 해보니 재밌더라고요. 그걸로 끝내기는 아쉬워서 계속 연극을 하게 된 거죠.
권혜정(이하 권) : 저도 박영원 교수님 영향이 컸어요. 그 교수님 수업을 많이 들었거든요. 교수님께서 연극을 한번 해보자고 하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연극을 시작할 때 두려움 같은 건 없었어요. 제가 그런 쪽(문화) 활동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기자: 이번 연극은 겨울 방학 중에 준비해서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권: 연습기간이 짧다는 게 제일 큰 문제였죠. 대본작업이랑 준비기간 포함해서 한 달 정도? 타 지역에 사는 학생들이 집으로 내려가게 되어 충원한 인원도 몇몇 있었죠.
‘한 여름 밤의 꿈’을 원어로 하고 싶었지만 관객분들이 자막에만 집중을 하니까. 그건 저희들이 원하는분위기가 아니거든요
기자: 이 외에도 연극을 할 때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발생할 텐데 그때마다 어떻게 대처하세요?
권: 얘(손정민)가 애드리브는 정말 잘해요. 에피소드 좀 말해줘.
손: 하나 얘기하자면 남자애들이 칼을 가지고 싸우는 장면이 있어요. 연습 때는 하는 시늉만 했는데 연극에선 진짜로 부딪쳐야 하니까 칼이 떨어져 나갔죠. 모두들 놀라고 있는데 연기자가 칼을 버리고 몇 번 왔다 갔다 하다가 칼을 갑자기 발견한 것처럼 “아니 왜 이 칼이 여기에?”라는 애드리브를 친 적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저희는 긴장되는데 관객들은 그걸 잘 모르죠. 근데 칼 부러지는 장면에서는 좀 티가 났나 봐요. 막 웃더라고요.
권: (웃음)결과적으로 반응은 좋았어요. 저희가 연출 할 때 관객들의 반응을 예상하면서 연출을 해요. 그런데 그 장면에서 반응이 안 좋으면 실망스럽죠. 반면에 예기치 못한 곳에서 (웃음이) 터질 때가 있는데 그 때가 기분이 더 좋아요.
손: 특히 이번엔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 스토리로 구성했기 때문에 관객 분들이 더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요.
기자: 원어로 할 때와 한국어로 할 때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손: 서로 장단점이 있어요. 원어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감정을 제대로 전달 할 수 없어요. 자막만 보고 이해를 하기 때문이죠. ‘한 여름 밤의 꿈’을 원어로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자막에만 집중을 하니까. 그건 저희들이 원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번역을 해서 연극을 하게 된 거에요.
권: 저는 원어로 해 보지 않았지만, 경험자에 따르면 원어 연극은 틀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적대요.
기자 : 졸업 후에 연극 분야로 진출할 의향은 없으신가요?
손: 현실과 이상의 차이죠. 하고 싶긴 하지만 이걸 직업으로 삼을 만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확신도 없기 때문에 취미 활동으로만 하고 싶어요.
권: 저도요. 대신 연극은 아니지만 문화관련 일을 하고 싶어요.
기자: ‘페가수스’라는 이름처럼 이번을 계기로 더 높이 비상해야죠.
손 : (웃음) 그럼 좋죠. 그런데 ‘윈터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는 것도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요. 아마추어 연극 팀들만 지원하는 건데 이번에 많이 지원했는데도 세 팀만 선정된 거예요. 전 솔직히 세 팀에 뽑힌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어요.
권 : 예술의 전당에서 우리가 연극을 하는 게 연례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해요. 더 넓은 곳은 이 다음에.
기자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권 : 이 연극의 취지는 영문과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에요. 영문과를 나와서 영어 교사가 아닌 문화 쪽으로도 진출이 가능하다는 걸 말이죠.
손 : 연극은 즐거워요. 연극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주로 오기 때문에 함께하면 즐겁죠. 거의 노는 느낌으로 하기 때문에 즐거워요. 많은 사람들이 페가수스에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박범진 기자 journalist@cnu.ac.kr
사진제공 /페가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