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우리문학사 인식>을 읽고

  통일된 민족문학사 서술하기 위한 바탕마련

  최근 동북아 냉전구조의 변화와 한반도내 역학관계의 변화로 인해 우리의 통일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한편으로 냉전구조의 해체 경향이 진행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미ㆍ일 주도의 부르조아 헤게모니가 지속적으로 유지, 강화되는 현 상황에서, 지난달에는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라는 하나의 전기를 이룩하게 된 것이다. 급속히 변해가는 현실을 따라가기에도 숨이 차고, 막상 그렇게 따라가다 보면 이미 새로운 국면에서 구태의연하게 반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은 두려움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평화구축의 일보가 내딛어진 이상 민주화와 연계된 통일운동의 지속적인 추진만이 한반도의 평화구축과 남북한체제의 민주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남북한 합의에 의해 역사의 진보를 이룩할 수 있는 통일, 이것만이 지배세력의 장기적 흡수통이론에 대항할 수 있는 우리의 대안적 방향이 아니겠는가.
  한쪽은 옳고 한쪽은 일방적으로 잘못됐다는 식의 논리는 분단의 논리요, 이제 시대착오적인 반동적 사고의 전형이다. 서로가 다가서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변혁이 필요하며, 그 바탕은 민중적 역량이다. 그리고 나서 분단으로 인해 각자 파행적인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던 남북의 이질적이고 괴리된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낼 것인가에 대한 변증법적인 문제인식과 통합적인 관점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올 여름 창작과 비평사에서 출간된 <북한의 우리문학사 인식>은 남북한 통합적인 관점을 목적의식적으로 지향하여 서술된 책이라는데서 90년대 우리 학계가, 좁게는 문학연구가 지향해 나가야 할 좌표를 설정해 주고 있다.
  <북한의 우리 문학사 인식>은 <민족문학연구소>라는 이름 아래 모인 여러 소장학자들의 공동연구 형식의 주제별 소논문을 하나의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길고 지난한 토론과 모색과정을 거쳐 그들이 도달한 공동의 목적은 남북한 통합적 시각을 모색하여 통일된 민족 문학사를 서술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한다는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변혁이 필요한데 민중적 역량을 바탕으로 사회 각 부문의 변혁운동과 함께 학술에 있어서도 발전적 자기변혁의 모색을 활발하게 추동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전제로부터 출발하여 개별 소논문들을 북한 문학사 서술의 현황과 그 문제점을 우리 것과 비교하여 밝히고 그리고 나서 분단의 파행성 중 하나인 서로의 강한 이데올로기의 한계성으로 인해 왜곡된 남북한 문학사 서술의 편협성을 가시화시키고 있다.
  북한의 문학은 1930년대 항일무장혁명 기간 동안에 항일무장조직안에서 성장했다. 그것이 1960년대 후반 주체사관에 입각한 주체문예로 정립된다. 즉, 항일혁명 문학으로부터 출발한 주체문에는 정치조직 안에서 성장해온 문학예술이며 당조직건설에 '나사못이자 '톱니바퀴'로서, 레닌이 <당조직과 당문학>에서 사회주의적 문학예술의 최고 형태라 부른 당문학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북한문학의 문학사 서술에는 공통된 3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1)문학이 인식의 한 형태이자 사회적 의식의 하나로 교양실천적인 기능을 갖는다는 인식과 (2)예술의 합법적인 발전에 대한 강조 (3)애국주의 문학의 전통에 대한 강조가 그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문학사에는 당시 북한 사회가 추구해나갈 당면적 과업이 관철되고 있으며, 인민의 자주성의 실현과정 즉, 인민이 역사발전의 주역이 되고 있음을 밝히는 일과 애국주의적 내용이 문학사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예컨데 민요, 설화 등 인민 구전문학을 적극 발굴하여 높이 평가하였으며 작품에서 특히 애국적, 인민적 주제를 강조하였다.
  그러나 이 결과 상대적으로 봉건지배층, 즉 중요한 문학작품 생산자이기도 했던 사대부의 성격이 구체화되지 못하는 등 문학담당층의 실체와 변화가 고려되지 않았다. 지배계급인 봉건통치지배와 피지배계급인 인민의 대립이라는 단순한 양분구도를 일반화함으로써 항상 이분법적 대립으로만 처리되고 있다.
  또한 한자시, 한문학작품 등의 제목과 내용을 세련된 국문으로 바꿔놓음으로써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고 전반적으로 대중에게 읽히는 문학사를 지향하고 있다. 이밖에도 고전문학에서 현대문학으로의 발전을 하나의 연속적 과정으로 파악함으로써 과거 식민사관의 입장에선 이식설을 거부비판한 점 등이 주목된다.
  문학사의 시대구분 문제에 있어서는 역사발전단계에 조용한 사회구성체의 이행이나 계급투쟁의 성격 변화에 따라 문학사의 시대를 구분하고 있다. 이는 특정 시대의 사회 경제적 변화와 그에 조응하는 문학 현상 간의 관계를 상호 침투하는 총체적인 것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문제의식과 연관된 것으로, 왕조교체나 문예사조의 변천에 따라 문학사를 구분한 해방 후 남한의 문학사들과 비교해 볼때 진적된 태도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근대문학 지점에서 김일성이 지도한 항일혁명 운동 및 무장투쟁이 시기구분의 기준이 되고 있는데, 이는 다분히 주체사관에 의해 사실이 왜곡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항일혁명 문학이 우리에겐 낯설지만 당대의 조선 내에서 좀처럼 드문 강렬한 반제의식과 투쟁과정에서 솟아나온 민중문학의 귀중한 유산임에는 틀임없지만 이들 작품들을 국내에서 성장해 나온 프롤레타리아의 생생한 현실과 긴밀히 결합되지 못함으로써, 복잡한 현실연관성을 과학적으로 통찰하는 노동계급의 과학적 이념과는 거리가 먼것이다.
  실제로 주체사관에 입각함으로써 문학사 시대구분에 미친 영향은 과히 절대적인 것이다. 먼저 주체문예화된 이후 문학사의 시대구분이 일반역사의 시대구분에 그대로 따르고 있는 편향이 나타난다. 역사를 추동하는 힘이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상호연관에 의한 물질세계의 변화에 있다기 보다는 인민대중의 사상의식에 있다고 보는 주체사상에 입각하여, 사상의 한 표현양식인 문학의 변화야말로 세계를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힘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상부구조의 능동성에 대한 과도한 강조가 바로 일반 역사에서의 시대구분과 문학사 시대구분의 일치를 가져온 것이다.
  또한 문학사 역시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를 간주하여, 긍정/부정, 진보성/보수성을 기준으로 문학사를 체계화하고 있다. 즉, 사회적 관계의 총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적 속성으로 기준을 견지함으로써 각 시대의 토대 변화나 질적 차이 또는 그 계기적 발전의 양상이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인해 문학사의 내적 발전법칙은 거의 해명되지 못하고 시대구분 자체는 인민의 자주성 실현이라는 관념의 역사적 전개를 해명하기 우한 보조적 수단이 되고 있으며, 부선의 결과로서 도출되는 원리에 입각하여 설정되어야 하는 시대구분이 특정이념의 선규정적 도식의 기계적인 적용 대상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요컨대 문학의 합법칙적인 발전의 구체적 양상 해명에 있어 관념적 편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국문학 연구는 비평가적 문제의식과 국문학 연구의 구체적 결합, 연구과정의 집단 조직화의 결과물의 대중화, 문학사 인식과 서술의 일관성이라는 소중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문학연구가 학문중심주의나 연구자의 자기만족에 빠지지 않고 당대사회의 역사적 발전에 복무해야 한다는 현대성의 원칙을 고전문학 연구에까지 적용하여, 민족적 영웅이나 애국자의 정형을 찾고 그것을 민중이 이해하기 쉬운 한글 표기로 고쳐 널리 유포하는 방식은 우리에게도 절실한 과제이다. 반면 근현대문학사 서술에서 두드러지는 문학사 실상의 협애화는 극복되어야 할 부분이다.
  치밀한 논리전개와 고통스런 사유의 과정없이 내려진 결론은 설득력을 갖기 힘든 뿐 아니라 진지한 학문적 태도라고 할 수 없다.
  남한의 문학사가 맹목적인 객체의 문학사로 맹목적인 객체의 문학사로 자료적 객관성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면, 북한의 문학사로 이념적 주관성에 치우쳐 있다고 평가된다. 분단의 모순이 진지한 학문적인 태도를 양쪽 모두 가로 막아왔던 것이다. 이제 문학사적 특수를 변증법적으로 상호교류와 상호침투는 통일운동의 또 하나의 구성부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 필수적 전제조건으로서 학문과 사상의 완전한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오연희(국문ㆍ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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