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대 앞 잔디밭’ 하면 떠오르는 풍경. 동그랗게 둘러앉아 이야기 하는 사람들, 막걸리, 자장면. 이외에 다른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모습 아닐까? 운동동아리들의 훈련하는 모습. 그 중에서도 검은색 도복을 입고 맨발로 잔디밭을 누비는, 해동검도 국검이 있다.
 ‘멋지네’ 지나가다 힐끗 힐끗 쳐다만 보다가 막상 인터뷰를 하려니 괜히 긴장된다. 하지만 막상 처음 해보는 인터뷰에 긴장한 그의 얼굴을 ‘어떻게 하면 풀어줄까?’ 요리 조리 머리 굴리느라 정작 기자 스스로의 마음은 편해진다. 잔디밭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보다 어색한 웃음을 짓는 이 남자. 해동검도 국검 회장 이호성(기계공학교육·2)군을 만나보았다.

  동아리 이야기 좀 해주세요.
 일단 검도동아리에요. 동시에 친목도모 동아리죠. 선배들이 재밌다보니 함께 하면 그게 검도든 뭐든 다 재밌어요. 학원 다니는 돈도 아끼고, 인간관계도 돈독히 할 수 있고요. ‘검도’라는 것이 한번 발 들여 놓기가 힘들지 한번 하고 나면 재밌어요.
  해동검도에 어떻게 해서 들어가시게 되셨나요?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집 주위에 학원도 없고 기회도 없고 해서요. 대학에 처음 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 학교 사이트에서 검도 동아리를 찾았어요. 그때 이곳을 발견하고 들어와야지 했죠.

 인터뷰가 아직도 어색한 탓일까. 이제 2학년이 되어 학교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을 텐데 그의 말에선 아직도 새내기에게 느껴지는 설렘이 언뜻언뜻 보인다. 말투도 사뭇 새내기 같다.

  연습하느라 힘들지 않으세요?
 연습이 강제는 아니라서 힘들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물론 신입생들은 단을 따야 하기 때문에 약간의 강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말이에요.
 힘든 점이 있다면 검도를 할 때 자세 하나하나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정면치기 하나만 하더라도 ‘너무 내려갔다’, ‘손위치가 그게 아니다’하면서 조심해야 될 것도 많고요. 그래도 확실히 검법수련 하다보면 몸을 많이 움직이게 되니까 건강에도 좋고요. 저는 검도로 몸무게 20kg 뺏어요.

 몸무게 20kg이라는 말에 입이 떡 벌어진다. 말이 쉽지, 살이란 녀석은 그렇게 빠질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 아는 바 아닌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활동량이 많구나 싶다. 단지 검만 휘 휘 휘두르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단은 어떻게 따요?
 거의 1년 정도 수련하면 딸 수 있어요. 저는 이번 2월에 1단 땄거든요. 한 달에 한 번씩 월평동에 있는 부총재님 도장에서 심사도 해요. 흰띠, 노란띠, 파란띠, 빨간띠, 품띠, 검정띠 순으로 가죠.
 제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1단 따면 나오는 도복인데요, 도복 재질이 달라요. 1단 따면 진검 쓸 수 있는데요. 사실 진검이 비싸거든요. 괜찮은 건 50만원을 웃돌아요. 필요할 때 선배님들에게 빌려 쓰고 있어요.

 한눈에도 풀을 잘 먹인 듯싶은 검도복이, 잠옷으로 쓸 사람이 있을 정도로 편하단다. 정말 사람 하나가 들어갈 만큼 바지통이 크다. 일반 통바지는 갖다 댈 수도 없다. 가슴팍에 노란색으로 자수가 놓여 있는데 검도 자세 중 하나인 복호세라고 한다. 호랑이가 엎드린 자세라나!
 
  올해의 계획이 있다면요?
 이번 여름방학 때 쯤 총회에서 평가하거든요. 못한 부분을 많이 이야기해요. 이때 잘했다는 아니더라도 ‘수고했다’라는 말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올해에는 꼭 여자 친구 만들기, 운전면허 따기, 자격증 따기, 장학금 받을 정도 학점 맞기. 등등이 있죠.

 “운전면허는 보통 수능 끝나고 따지 않아요?” 기자의 지나가는 물음에 알바와 집안일로 바빴다는 그. 집안일이라… 잔디밭에서 검이 들려진 손에 고무장갑이 매치가 되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때론 의외의 모습은 히든카드가 되어 예상치 못한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입 꾹 담은 카리스마보다, 어색하지만 따뜻한 미소를 보이는 이 사람. 오히려 그런 섬세함이 검도와 닮은 그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뭔가 좋아하는 일이 있는 사람. 그 일에서 즐거움을 얻고 자신 만의 느낌을 찾는 사람. 앞으로 2단, 3단까지 더 검도를 할 거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그 유쾌한 이의 느낌을 찾는다.

손주영기자 d-_-b@cnu.ac.kr
사진 오은교기자  hoanh35@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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