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콤플렉스 세상

 
  우리는 누구나 한가지쯤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간다. 콤플렉스는 마음속에 상충된 욕구가 존재할 때 일어난다. 현실의식에 반발하는 욕구와 그렇지 않은 욕구. 서로 상반된 이 두 성질이 무의식적으로 충돌하면 현실 제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충돌은 언제든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으며 사람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콤플렉스는 누구에게나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한 콤플렉스
  세상에 존재하는 콤플렉스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동화 파랑새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막연한 미래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파랑새 콤플렉스가 그 대표적인 예다. 파랑새 콤플렉스는 한 직장에 안주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직장인의 모습으로도 나타나곤 한다. 2010년 취업포털 잡 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71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입사한 지 1년 미만 직원의 65.9%가 자신을 파랑새 콤플렉스라고 답했다. 직장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복수응답)는 ‘내 능력에 비해 대우가 낮기 때문’이 44.5%로 가장 높았고, ‘기업의 비전이 없다’(26.9%), ‘배울 점이 없다’(21.3%), ‘일이 너무 많다’(20.2%),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 때문에’(19.8%), ‘권위적인 기업문화 때문에’(16.6%) 등의 순이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직장인들의 현실에 대한 낮은 만족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콤플렉스에는 타인이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돼 발생하는 ‘열등 콤플렉스’가 있다. 타인과 자신을 항상 비교하며 상대적인 열등감에 빠져 자신에게 너그럽지 못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포털사이트 ‘알바몬’에서 대학생 5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모 콤플렉스 관련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90.5%가 ‘자신의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다’고 답했다. 또한, 취업사이트 ‘사람인’에서 직장인 911명을 대상으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콤플렉스를 느낀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설문을 진행한 결과, 89.8%가 ‘있다’라고 응답했다. 그 중 ‘학벌 콤플렉스’(50.1%)가 1위를 차지했다. 남들과 비교해 자신이 조금이라도 뒤처진다 생각되는 순간 콤플렉스가 돼버리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존중보다는 비난과 열등감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고 있다.
  이외에도 피터팬 콤플렉스, 신데렐라 콤플렉스 등 갖가지 콤플렉스가 존재한다. 피터팬 콤플렉스는 육체적으로는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어린이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어른의 심리를 그린 콤플렉스다. 그리고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자신의 배경과 능력으로는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설 수 없을 때 인생을 180도 바꿔줄 왕자님에게 보호받고 의존하려는 여성의 심리를 가리킨 말이다. 성인이 돼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피터팬과, 현실에서 벗어날 동아줄을 고대하는 신데렐라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은 콤플렉스라는 덫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존재의 이유가 당연한 콤플렉스 
  그렇다면 이처럼 현대사회에 다양한 콤플렉스가 넘쳐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학교 심리학과 전우영 교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다. 살아가면서 힘든 상황을 마주할 때 이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형성된 틀이 콤플렉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콤플렉스는 사람이 인생을 헤쳐나가는 데 일종의 ‘설명서’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전우영 교수의 말로 비춰봤을 때, 이러한 콤플렉스가 현대사회에 들어와 많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현대사회가 다변화되고 복잡해지면서 과거에는 건드리지 못했던 부분을 짚고 설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콤플렉스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알릴 수 있는 시기가 된 것이다.

  콤플렉스는 더 이상 콤플렉스가 아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콤플렉스를 정신적인 질환으로 구분하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전우영 교수는 “우리가 만든 콤플렉스의 틀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서 그쳐야 한다”며 “현상에 대한 단순한 이해가 아닌 또 다른 기준으로 규정해 구분 짓기 시작하면 분명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콤플렉스는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틀로써만 받아들여야지 이를 넘어선 다른 시각의 행동은 당사자에게 공격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콤플렉스 덕분에 더 큰 발전을 이룰 수도 있다. 실례로 제일기획 김낙회 사장은 광고업에 대한 주위의 핀잔과 질타로 인해 열등감을 느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현재 국내 1위 광고회사의 CEO 자리에 올라 명성을 떨치고 있다. 김낙회 사장은 열등감이라는 콤플렉스를 이겨내고 이를 발판삼아 성공한 것이다.
  이제는 콤플렉스에 대해 자신감 있는 태도와 주체성을 갖는 노력이 중요하다. 우리학교 심리학과 최영임 강사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며 “다양한 콤플렉스를 열등감의 형태로 지각하기보다는 누군가의 아이덴티티(identity)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타인의 콤플렉스를 흉이 아닌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개방적인 문화가 자리 잡혀야 할 것이다.     
 

오수민 기자
brightid@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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