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극장 벽화작업 진행한 탁영민씨

 

 
  Design my life, Make my story! 벽화 재능기부 이야기 좀 들어보실래요?

  젊음의 장소라고 하기엔 빛바래고 낡아버린 곳이 있었다. 사회대 언덕을 따라 가면 마주할 수 있는 우리학교 노천극장이 그랬다. 학교의 무관심 속에 칠이 다 벗겨지고 스산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던 이곳이 최근 새 옷를 입고 재탄생했다. 지난 8일 총동아리연합회, 농어촌공사, 그리고 사회적기업인 WITA연이 주관하고 대학생들이 참가해 노천극장에 색을 입히는 벽화작업을 벌인 것이다. 그 중심에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사회적 기업 WITA연에서 벽화 재능기부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탁영민 씨다.

  허름했던 노천극장에 젊음의 색을 입히다
  이들이 노천극장 앞에서 붓을 든 이유는 무엇일까. “농어촌 지역의 허름한 곳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도 좋지만 캠퍼스 안에 있는 공간에도 이런 작업을 펼쳐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탁 씨의 말이다. 그가 진행한 농어촌 지역 벽화 재능기부에 참가한 학생이 이런 제안을 한 것이다. 마침 그 학생이 우리학교 소속이었고, 우리학교에서 가장 관심 밖이고 허름한 곳이 어디인가 하는 물음에 다들 노천극장을 먼저 떠올렸다고 한다.
  “노천극장이라고 하면 젊음의 상징이고 문화적인 공간이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충남대 노천극장에서는 그런 걸 찾아보기 어려웠죠. 또 학교 건물이 전체적으로 일관성이 없고 예술적인 느낌을 받기 어려워요. 홍익대 조치원캠퍼스를 가보면 건물 곳곳마다 예술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목원대만 가 봐도 건물들이 융통성 있고 깔끔한데 충남대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죠. 그림 없이 색채만 입혀놔도 질리지 않고 화사한데 말이죠”
  하지만 이런 캠퍼스 내 건축물의 시설보수 작업은 대학본부에게 관심 밖이었다. 총학생회에서 몇 년째 노천극장 시설보수 공약을 내걸었지만 허름한 모습은 여전했다. 그도 학교 측에 협력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는 “학교 측은 그다지 필요성을 못 느끼고, 오히려 학생들이 관심을 보인 거죠. 그래도 이번 작업을 계기로 1학생회관에 벽화작업을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추진할 계획이에요”라고 말했다. 또한 학교 제안에 대한 진행뿐만 아니라 기숙사 팬도로시 지하주차장 벽화작업도 구상 단계에 있다고 한다.

  어울리지 않는 벽화? “다 따지면 단가 높아져”
  이렇게 캠퍼스 내의 벽화 재능기부가 진행 중이지만 사실 그는 주로 농어촌 지역에서 대학생들과 함께 벽화 재능기부를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이런 벽화작업에 대해 지역에 걸맞지 않은 그림을 그린다는 지적도 종종 있었다.
  “주민들 중에 가끔 어떻게 했으면 한다고 요구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생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대학생 벽화 봉사단에게 엄청난 퀄리티를 기대하긴 어려워요. 그리고 그런 것까지 다 따지면 시작도 못하고요. 전문가들이 하면 단가가 엄청 비싸지는데, 마을 사업이 억대 단위로 갈 순 없잖아요. 어색하더라도 화사하게 할 수 있는 측면을 봤으면 해요. 그래도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은 대체로 좋아하는 편이죠. 젊은 사람들이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블루오션’ 농어촌, 어디서 기회를 찾을 것인가
  그는 농어촌마을과 대학생들의 교류를 언급하며 대학생들에게 농어촌마을이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고령화 진행으로 십 년 뒤면 완전한 공동화가 진행될 농어촌 지역의 유지를 위해 정부가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마을 차원의 사업에서 젊은 세대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일하는 WITA연도 군청에서 이런 용역 요청을 여럿 받았다.
  “서울이었다면 받기 어려웠을 거예요. 시골이라고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라 무슨 할 일이 있는지 찾지 못했을 뿐이에요. 시골은 공기도 좋고 여러모로 블루오션이죠. 시스템과 사람만 갖춘다면 시골도 젊은 사람들이 교육이나 문화나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되리라 생각해요. 기회를 어디서 찾을지를 생각해볼 일이죠.”

  “Design my life, Make my story!”
  한편 벽화 프로젝트는 농어촌 벽화 재능기부에서 끝나지 않고 대학생들의 새로운 문화 만들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 일환이 바로 농어촌 벽화여행. 지난번에는 대학생 재능기부단과 함께 홍성과 대천으로 1박 2일 벽화여행을 진행했단다.
  그는 “단순히 먹고 노는 MT가 아니라 재능기부라는 여행으로 풀어낸 거죠. 거기서 벽화라는 하나의 이벤트와 함께 음악, 낭독행사를 진행해 농촌마을과 소통했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이렇게 대학생들과 함께 벽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그는 지방대학생에 대한 관심이 깊다.
  “저도 지방대학생이었거든요. 서울에 있는 대학생들은 없는 것도 찾아서 하고 경험도 많잖아요. 주변에 경험이 많은 사람들도 많아서 그런 게 기민한데 지방대학생들은 솔직히 그렇지 못해요. 지방은 경험할 수 있는 폭이 좁기도 하고. 지방대학생들이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걸 벽화를 통해서라도 돕고 싶어요. 그래서 학생들하고 벽화작업을 할 때마다 그 얘기를 해요. Design my life, make my story. 내 인생을 디자인하고 내 이야기를 만들자. 일상적인 허름한 담벼락을 내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그려나가자는 거죠. 또 지방대학생들도 한편으론 스펙에 허덕이는데 여기에 용기를 주자는 것도 있어요. 자신의 수고가 시각적으로 나타나는 벽화작업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자는 거죠. 스펙은 진행상황이 안보이잖아요”

  그는 또한 벽화봉사 재능기부로 만난 대학생들과 모임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며 비전적인 걸 나눌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재능기부의 폭을 넓혀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대학생 재능기부단이 모여 재즈팀, 벽화미술팀, 음악팀, 낭독 봉사팀 등 네 팀의 재능 기부단을 꾸렸다.
  그는 취지에 대해 “벽화 재능기부 활동을 진행하다 보니 현악을 전공하는 학생, 영어교육을 전공하는 학생 등 다양한 전공분야가 있더라구요. 이런 재능을 살리는 기부가 필요하다 싶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다방면으로 넓혀나갈 계획이에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농어촌과 대학생의 연을 맺어주며 그들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그가 앞으로 세상에 빚어낼 컬러는 어떨지 기대해본다.

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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