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엔 없는 암묵적 지식이 성공 확률 높이는 데 기여해
일본은 암묵지에 기반하며 지식화에 성공한 ‘암묵지 강국’이다. 실제로 세계 2위의 철강기업인 신일본제철은 최근 전후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의 대량 정년퇴직에 대비해 그들의 암묵지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의 암묵지 활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도쿄도청은 책임자가 바뀌더라도 단절되지 않고 업무 노하우가 축적된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업무 노하우가 연계되지 않는 우리나라와는 극명하게 비교된다. 기업과 정부 막론하고 일본의 암묵지를 활용한 업무 노하우 축적은 경쟁력의 바탕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암묵지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한 뒤 고통의 과정을 통해 유레카처럼 떠오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형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교과서 속 형식지를 추구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배워온 한국사회의 지식인들에게는 더욱 낯설 수밖에 없다. 정부·공공기관의 운영과 기업 경영의 방법은 형식지가 아닌 암묵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암묵지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다. 이른바 ‘리더십 암묵지’에 대한 개념 형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는 “그간 각 분야에서 수많은 리더들이 배출됐지만 암묵지의 공유를 위한 책을 쓴 사람이 거의 없다. 자서전이라고 해서 나온 걸 보면 거의 모두 자기 자랑 일색”이라며 “정부·공공기관 외에 공익 마인드가 강한 시민운동가들마저도 시민운동의 암묵지 공유가 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암묵지는 이런저런 이유로 사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암묵지 사장은 깊숙이 뿌리박힌 당파싸움을 근원적인 원인으로 손꼽을 수 있다. 강준만 교수는 “당파싸움과 그에 따른 사실상의 밥그릇 싸움이 원인이 돼 감정적 대립과 충돌까지 가세하며 업무의 기본적인 인수인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전임자의 업적은 공로와 과실의 구분조차 없이 무조건 청산과 척결 대상이 되기 때문에 굳이 암묵지를 공유할 필요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 기업은 한 사람이 모든 걸 좌지우지하는 ‘황제경영’이라는 역설도 성립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진정한 지식강국이 되려면 당파싸움을 버리고 암묵지 공유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아야 한다. 암묵지 공유로 인해 반복되는 시행착오 비용을 점점 줄여나가고 기존의 암묵지를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제개발계획과 같은 국가적 형식지가 있었지만 경제를 주도했던 관료, 기업인들의 암묵지가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강준만 교수는 “암묵지도 지속적으로 연구하면 더 나은 방법이 나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사회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각종 공·민영 지원사업과 학술진흥 사업 등이 암묵지 개발 및 확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암묵지 제공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선경기자
sese301@cnu.ac.kr
최선경 기자
sese301@c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