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다른 기념일

 
  절강과학기술대학에 온지 두 달이 넘은 지금 첫 번째 시험이 끝났습니다. 이곳은 한국보다 학기가 길어 1월이 끝날 무렵에야 겨울 방학의 달콤함을 맛 볼 수 있습니다. 저 같은 어학연수생은 시험을 끝내고 한숨 돌리고 있지만 몇 본과생은 아직 시험에 붙잡혀 있습니다.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11월 11일이 어김없이 다가왔습니다. 이 날은 한국에서 연인들의 날로 의미 있지만 중국에서는 다른 의미로 뜻 깊은 날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중국의 11월 11일에 대해 소개해 볼까 합니다.
  중국의 11월 11일은 光棍절(일명 광꾼지에)입니다. 光棍은 독신, 솔로의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즉 우리나라와 정반대로 이 날은 솔로들이 한탄하는 날입니다. 한국에 비교하자면 블랙데이와 의미가 비슷하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챙기는 기념일로 제 나이 또래에게 중요한 날입니다. 이 날이 되면 솔로들끼리 젓가락, 요우티아오(중국의 길쭉한 과자) 등과 같은 길다란 물건을 선물합니다. 광꾼지에가 중국인들에게 의미 있는 진짜 이유는 이 날을 기념해 많은 온라인 쇼핑몰들이 50% 이상 세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려 온라인 구매에 처음으로 도전했습니다. 중국 전체가 들썩이는 날이니만큼 평소 조용했던 절강과학기술대학도 함께 들썩였습니다. 솔로들을 기리는 광꾼지에를 기념해 학생들끼리 대대적인 소개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불특정 다수가 모여 좋은 인연을 찾는 대규모 소개팅이었습니다. 이 곳은 제가 지금껏 접해왔던 소개팅이 아닌 영화에 나올 법한 형태였기에 더욱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한편으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재미있는 문화 차이를 알기 위해 중국어를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이곳에 온 초반 무작정 현지인들과 많은 교류만을 하려고 밖을 배회하며 시간을 허비한 적이 있습니다. 현지인들과의 교류는 중국 생활의 적응과 그들의 생활 태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중국어 실력의 발전 없이 교류만을 지속하는 것은 뫼비우스의 띠를 도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저는 뒤늦게 중국인 선생님을 구했습니다. 그 선생님을 일명 ‘푸따오’라고 하는데, 주로 같은 나이 또래 학교 학생이 선생님이 되어 함께 공부하는 것입니다. 저는 회화 실력을 키우기 위해 특별한 교재 없이 1대1로 대화를 나누면서 틀린 표현을 정정해 주는 방식의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같은 나이대이기에 공감대 형성도 잘 돼 이야기 거리가 풍부해 중국어가 더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새로운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를 통해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동시에 중국에서의 여행도 시작했습니다. 어학연수를 준비하면서부터 중국의 각기 다른 지역의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여행의 시작으로 지난 주말 항주 근처에 있는 경덕에 다녀왔습니다. 가을 준비를 마친 경덕의 풍경은 어느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경덕을 여행하면서 산 정상에 걸쳐 있는 큰 불상을 보기 위해 다른 어학연수 친구들과 높은 경사를 비집고 올라갔습니다. 정상에 올라서자 경덕과 항주가 속한 절강성 전체가 한 눈에 보여 마음까지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 주는 아는 지인으로부터 결혼식에 초대받았습니다. 중국의 결혼식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고 서양식 틀 속에 중국의 전통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중국의 예식 문화를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니 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할 예정입니다. 이곳의 생활은 어느덧 제 일상이 됐습니다. 이제는 빠른 시간의 흐름이 안타깝게 느껴질 만큼 하루하루가 기대되고 즐겁습니다.
 

김다솜 객원기자
ddpc536@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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