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돕는 희망식당 '울림'
투쟁노동자를 위한 기금 마련해
희망식당 대전점은 일반식당을 일요일마다 빌려 해고노동자와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고민하기 위해 생긴 식당이다. 서울에서 시작한 희망식당은 대전이 4호점이며 ‘울림’이라는 이름으로 수익금 전액이 투쟁 노동자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
희망식당의 출발은 한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원에 의해 비롯됐다. 그는 정리해고 사태의 해결을 바라는 사람들이 함께 밥이라도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 모임을 주도했고, 그것이 희망식당의 시초가 됐다. 현재 대전점의 총괄을 맡고 있는 김 위원장은 그와의 개인적 친분으로 희망식당을 제안 받았다고 한다. 지난 9월에 문을 연 희망식당 4호점 ‘울림’은 그렇게 탄생했다.
울림의 운영은 일일점장이 담당한다. 일일점장은 하루 동안 홍보와 손님유치의 역할을 맡으며 매주 바뀐다. 처음에는 일일점장으로 정리해고 문제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섭외하느라 힘이 부쳤지만, 세 번째 문을 열 즈음엔 자원이 많이 들어와 운영이 한결 쉬워졌다고 한다.
이렇듯 울림의 수월한 운영이 가능하기까지는 마포식당의 도움도 컸다. 김 위원장은 일반식당들이 대부분 일요일에도 영업을 했으며,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둔산동이나 유성 쪽은 월세가 비싸 좋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빌리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현재의 마포식당. 마포식당의 사장님은 돈 한 푼 받지 않고 선뜻 식당을 빌려줬다. 김 위원장은 “서울점의 경우에는 희망식당의 영업이 평일 원래 식당에도 영향을 끼쳐 매출 신장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마포식당은 접근이 용이하지 않아 큰 영향이 없어 사장님께 죄송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아무런 이익 없지만 자원봉사자-손님, 일심동체
그는 힘든 점이 없냐는 질문에 본인보다 고정적으로 주방 일을 맡아 주시는 분들을 걱정했다. “두 분 모두 직업과 아이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날 희망식당을 위해 새벽 장을 보기도 하고 집에서 반찬을 만들어오기도 한다”며 “그래도 요즘에는 손님들이 서빙 및 설거지를 직접 하고 가시는 분들이 많아 일하기 한결 수월해진 편”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매주 거르지 않고 희망식당의 주방을 책임지는 데는 특별한 사연이 숨어 있었다. 주방 일을 맡은 분 중 한명은 과거 골프장 캐디 일을 하던 중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해 노동조합 결성에 동참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해고를 당했다. 눈앞이 깜깜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토록 열악한 상황 속에서 아무 조건 없이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주방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날의 은혜를 갚는 심정으로 봉사하고 있다.
희망식당을 밝히는 사람들은 이들 같은 자원봉사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찾아오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발걸음을 옮겨준 손님들이 있어 희망의 빛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에서 열린 희망식당 콘서트가 각종 신문사를 통해 알려진 후 더욱 많은 손님들이 찾아주고 있다. 그 중 한 손님은 마음을 보탤 수 있어 기쁘다며 성금까지 주고 가는 등 김 위원장이 희망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뻗은 도움의 손길로 시간이 지날수록 순수익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김 위원장은 “진보신당 농업위원회에서 격주마다 채소나 유정란 등의 식재료를 보내주고, 손님들은 이따금씩 반찬을 보내주신다. 광주 도시텃밭 운영회에서도 채소를 보내줄 예정”이라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점점 순수익이 많아지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따뜻한 밥 한 끼로 나누는 희망 ‘울림’
그렇다면 희망식당의 수익금은 어떤 곳으로 얼마나 보내지는 것일까. 수익금은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공장을 중국으로 불법 이전한 기타 제조공장 ‘콜트-콜택’의 노동자들에게 보내진다.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노동자들은 현재 폐쇄된 인천 공장에서 6년째 농성 중이다. 이외에 쌍용자동차와 현대자동차 정리해고자들에게도 보내진다. 김 위원장은 “사회구조가 잘못돼 고생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지금은 50만원 단위로 보내고 있지만 그들이 고생하는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렇듯 희망식당 울림은 기금도 보내며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공간이다. 다녀간 손님들은 저마다 방명록, SNS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사회문제 ‘울림’에 힘쓰고 있다. 그들은 밥이라는 친숙하고 따뜻한 매개물을 통해 해고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한발 다가서고 있다. 김 위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무엇이든 자신에게 이익이 남아야 의미 있는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식당은 비단 비정규직 정리해고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넓게 퍼진 여러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이것이 희망식당이 자리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들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자리 문제의 공감대를 밥 한 끼 나누며 형성하고 있다. 비록 외관은 허름하고 비좁은 식당이지만 그 어디보다도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임은 분명하다. 김 위원장은 힘닿는 데까지 희망식당을 계속 운영할 생각이라고 한다. 같은 마음으로 오랜 시간 뜻을 모으면 비정규직문제도 분명 폭넓게 해결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청년들도 스펙 쌓기에만 연연하지 말고 비정규직문제가 남 일이 아닌 자기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심정으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표현해주길 바란다”며 “투표참여는 물론, 학내 서명운동 등 얼마든지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은 많다. 희망식당에서 밥 한 끼 먹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그들이 있는 그 곳은 그 어떤 식당보다 희망의 빛으로 가득했다.
최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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