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잔도 제대로 알고 건강하게 마시자

 
  신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건강유지와 직결되는 인간의 생명수 물. 물을 현명하게 마시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물에 관련된 건강정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바야흐로 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허우적대고 있다. 하지만 이를 검증하려는 시도는 미진했던 게 사실. 잘못된 정보들도 함께 돌아다니고 있고, 이를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잘못 알려진 정보가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체질이 있다는 것인데, 조사결과 여성들의 비겁한 변명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잘못 알려진 물에 관한 속설들을 낱낱이 파헤쳐보자.

  물 마시고 자면 몸이 붓는다?
  가족들과 외식을 다녀온 A군은 심한 갈증을 느껴 물을 많이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A군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얼굴이 퉁퉁 부은 것이다. 하지만 놀람도 잠시, A군은 얼굴이 부은 이유를 단지 전날 물을 많이 마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군의 몸이 부은 원인은 물이 아닌 염분에 있었다.
  박기호 내과의원 박기호 원장은 “실제로 물을 마셨기 때문에 몸이 붓는 것은 아니다. 몸이 붓는 증세를 부종이라고 하는데 이는 혈관 속에 주로 있어야할 수분이 조직 사이로 빠져 나와 있는 상태를 말한다”며 “그럴 때는 전날 음식을 짜게 먹지 않았는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하는데 염분은 항상 물을 끌고 다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염분을 다량 섭취하고 그에 상응하는 물을 마시게 되면 세포와 세포 사이인 간질에 소금물이 차 부종이 생기기 쉽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부었다면 전날마신 물을 의심하지 말고 음식을 짜게 먹진 않았는지 떠올려보자.

  식사 중에 마시는 물은 소화에 이롭다?
  A군은 전날 가족들과 함께한 외식이 문제였는지 다음날 아침까지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입맛도 없었다. 그런데 A군은 식사 도중에 물을 마시면 소화가 더 잘된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날 아침도 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 하지만 식사 중에 마시는 물은 오히려 위장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식사 도중에 물을 마시면 먹은 음식과 함께 물 자체가 침샘의 흐름을 감소시켜 소화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음식과 함께 위장에 들여보낸 액체가 많으면 많을수록 위액이 물에 희석돼 소화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원활한 소화를 희망하며 식사 도중에 마신 물이 오히려 소화를 방해한다고 하니, 물은 식전이나 식후에 시간을 두고 마시도록 하자.

  물 많이 마실수록 좋다?
  최근 영국의 한 20대 여성이 하루에 물을 24ℓ나 마신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항상 목이 말라 습관적으로 물을 마신다는 그녀는 하루에 화장실을 40차례나 들락거렸다고 한다.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이 여성처럼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이른바 ‘물 중독증’에 걸릴 수 있고, 심하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
  물 중독증은 한꺼번에 물을 과다 섭취해 체내 전해질 농도의 균형이 깨진 상태를 말한다. 몸에 수분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혈액은 묽어지고 혈액 속 나트륨 농도는 옅어진다. 일반적으로 혈액의 정상 나트륨(염분) 농도는 혈액 1ℓ당 140m㏖정도인데, 135m㏖보다 낮아지면 물 중독증이 된다. 특히 신장과 심장기능이 저하돼 있는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물을 많이 마시면 다양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박기호 원장은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혈장의 삼투압이 비정상적으로 떨어져서 뇌부종이 일어나 의식을 잃을 수 있다”며 “통상 성인에게 필요한 1일 수분 섭취량은 최대 2ℓ 정도지만 개인의 체중이나 질병력, 기후 등에 따라 양은 달라지니 환경과 체질에 맞도록 적당히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경기자
sese301@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