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은 시대의 맥락, 동물농장

동물농장, 조지 오웰, 민음사, 1998
  케이블 방송의 코너인 ‘여의도 텔레토비’가 인기다. 대선 후보 4명을 텔레토비에 빗대어 정치 세태를 풍자하는 코너다. 대중들은 자기가 ‘감히’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5분여의 시간 동안 강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풍자에 열광한다. 풍자는 약자의 서사고, 당대의 맥락과 닿아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 역시 풍자를 통해 당대의 시대를 비판한다. 출간 당시 많은 파장을 일으켰다. 지배받던 동물들이 누군가의 연설에 매료되어 반란을 일으키고, 자신들만의 법칙을 세워 농장을 꾸려간다는 이야기는 볼셰비키 혁명 이후의 소비에트 연방(이하 소련)을 풍자하는 소설로 인식되었다. 실제로 사회주의자였던 조지 오웰은 이 책을 통해 스탈린의 타락한 독재정치를 비판했고, 반공을 강요하던 시절 우리나라에서도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용도로 ‘동물농장’을 사용했다.
  풍자를 통해 당시 시대를 비판한 『동물농장』은 출간한지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에게 공감과 슬픔을 준다. 조지 오웰은 당시 소련의 타락한 권력을 비판했지만, 그가 비판한 권력의 변질과 대중의 깨어있지 않음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사람들이 ‘동물농장’에 공감하는 이유다.
  지혜로운 늙은 돼지 메이저의 연설에 감명 받은 동물들은 농장주 존스를 몰아내고, 농장을 차지한다. ‘모든 동물이 평등한 신세계’를 만들기 위해 규칙을 세우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식량을 자신이 직접 먹는다는 기대감에 힘든 줄 모르고, 더 많은 수확량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이내 이들의 희망찬 생활은 오래가지 못하고, 권력에 대한 갈망으로 혁명의 본질은 점차 변질되어 간다. 결국 동물들은 예전 ‘메이저 농장’ 때와 다르지 않은 생활로 다시 돌아간다. 독재가 일어나고, 그 권력을 다시 빼앗기 위해 전쟁을 한다.
  ‘창 밖에서 지켜보던 동물들은 돼지를 한번 보고 인간을 바라보았고, 다시 인간을 한번 보고 돼지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미 누가 돼지이고, 누가 인간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새로운 신세계를 꿈꾸던 돼지는 결국 자신이 비판하던 인간이 되었다.
  독재자 나폴레옹(돼지), 현란한 언변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스퀼러, 나폴레옹을 호위하는 비밀경찰(개), 그리고 이들의 독재를 잘못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 하는 복서(말)는 ‘동물농장’ 책 속이 아닌 지금 우리 곁에도 숨 쉬고 있다. ‘동물농장’은 권력만을 목표로 하는 혁명은 결코 성공할 수 없고, 대중이 깨어 지도자를 감시할 때만이 성공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여의도 텔레토비’는 재미있고, ‘동물농장’은 슬프다. 언젠가 『동물농장』이 공감 받지 못하는 고전이 되어야 할 이유다.
 

박기령 대학원생기자 silverlove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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