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방부제 파라벤, 내분비계 교란 일으키는 강한 독성물질로 드러나

 
  우리의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할 것 같지만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많은 소비자들이 성분보다는 브랜드를 위주로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용하는 화장품에 어떤 성분이 첨가됐는지, 몸에 해로운 성분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경우는 극히 소수다. 그러나 앞으로는 성분표시를 꼭 눈여겨 봐야할 것이다. 대다수 화장품에 포함돼 있는 파라벤이란 성분이 유해물질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최근 실시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기국정감사에서는 파라벤의 유해성과 관련해 화장품 실태조사를 촉구했으며 안전성에 대한 대책이 시급함을 지적했다.

  약방에 감초가 있다면, 화장품계에는 파라벤
  화장품은 물과 오일이 혼합돼 있는 까닭에 미생물에 쉽게 오염되는 특성이 있어 방부제 첨가가 필수적인 제품이다. 방부제를 첨가함으로써 우리는 1년이 넘도록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파라벤은 이러한 방부제 중에서도 약방의 감초와 같은 성분으로 손꼽힌다. 에틸파라벤, 메틸파라벤, 부틸파라벤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화장품뿐만 아니라 식품, 의약품 등의 여러 산업에서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화장품 업계에서는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기초 화장품부터 메이크업 제품까지 전방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파라벤은 기능상으로도 훌륭할뿐만 아니라 천연방부제에 비해 원가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정자 수 감소는 물론 유방암 유발까지
  파라벤은 여러 산업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성분이지만 인체에 끼치는 독성의 수준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파라벤이 첨가된 화장품을 바르는 순간, 파라벤은 피부를 통해 혈액 속으로 흡수되고 내장기관과 지방, 근육 등에 축적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모 방송의 실험에서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미꾸라지가 든 어항에 파라벤 0.5g을 투여했다. 그러자 5분만에 미꾸라지들이 기절하며 그 유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바 있다.
  또한 파라벤이 남성의 정자 수를 감소시켜 여성화 촉진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사실로 확인됐다. 특히 성(性)이 형성되기 전인 미취학 아동에게 흡수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으며 고환암, 정자 기형, 전립선 장애 등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파라벤의 유해성은 여성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파라벤은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인체에 흡수되면 에스트로겐 호르몬계와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유방암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근거로 학계에서는 파라벤을 경계하며 사용 중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화장품 업계들은 극히 미량일 뿐이니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파라벤에 대한 구체적 권고기준 없어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의 저자 구희연 작가는 화장품 업계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구희연 작가는 “문제가 되고 있는 성분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몸은 미량의 파라벤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화장품은 생활필수품이 됐기 때문에 누적돼서 유입되는 양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유럽은 영아 화장품에 부틸파라벤과 프로필파라벤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며, 일반 화장품에서도 부틸파라벤 0.19%, 프로필 바라펜 0.19%로 함량기준을 아주 낮은 수치로 조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구체적인 권고기준도 없을뿐만 아니라, 시중 유통 화장품에 대한 파라벤 검사 현황도 단지 2건에 불과한 상황이다. 
  파라벤, 대체성분 개발하고 실용화해야
  당국의 사후관리도 미흡할 뿐더러 인체에 몹시 유해한 파라벤. 파라벤이 없는 화장품은 제조가 불가능한 것일까. 다행히도 최근 페녹시에탄올과 페노딥이라는 파라벤 대체 성분과 다양한 천연방부제들이 개발되고 있다. 파라벤의 독성이 알려지며 파라벤이 들어있는 제품을 기피하는 소비자가 급격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구희연 작가는 “식물 속 항균 물질, 발효, 다가알코올, 에센셜 오일 등 각종 천연·친 환경적 방부 처리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며 “화장품 회사들이 진정 국민의 피부 건강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신기술을 실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장품 선택 시 전 성분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습관도 신기술 개발 못지않게 중요하다. 화장품을 상하지 않게 하자고 내 몸을 상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파라벤 없는 건강한 화장품으로 피부는 물론 몸까지 챙기는 똑똑한 소비자가 되자.
 

최선경 기자 sese301@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