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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오지랖에 대한 단상나는 너의 인생에 관심이 많다
송민진 기자 | 승인 2012.10.22 13:17|(1058호)

   
 
  올 추석, 더 넓은 정의의 ‘명절 증후군’이 언론에 등장했다. 명절에 만나는 친척들의 필요 이상의 잔소리와 ‘오지랖’이 새로운 명절 증후군의 원인이었다. 이다래(언론정보학과·2) 양은 “언젠가부터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사촌언니가 명절에 보이지 않는데, 친척들의 민감한 말들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친척들과 둘러앉은 식탁만이 아니라도,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취직과 결혼, 외모와 연애에 대한 조언을 빙자한 오지랖에 현대인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우리는 남들의 시선에 떨고 있다
  유독 타인의 일에 관심이 많은 것은 동아시아 문화권의 특징이다. 우리학교 심리학과 전우영 교수는 “한국은 집단주의적 속성이 강하고, 서로 밀접한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기에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의외의 선택 뜻밖의 심리학>에서 개인주의 문화권과 달리 동아시아의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남들의 시선을 매우 의식하며, 공동체나 조직 속에서 남의 인정과 평가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체면과 형식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비교의식은 결국 개인에서 나아가 국가적인 행복지수를 낮추는 원인이 되며, 삶에 대한 제각각의 구상을 획일화하고 몰개성의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끊임없이 ‘남들의 일’을 걱정하는 이웃들은 나날이 서로를 괴롭게 만들고 있다.

   
 
  ‘다른 것’ 못 참는 사회
  오지랖의 원인은 일반적인 것에 대해 다수가 공유하는 암묵적인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개적인, 혹은 무언의 강요가 되거나 조언의 형태를 띤 자유로운 간섭으로 이어진다. 다수가 생각하는 기준과 다른 것에 대한 거리낌 없는 집단적 비난 역시 오늘날 한국 사회의 특성이다.
  가장 두드러진 집단 비난 현상은 지난 날의 된장녀 논란이다. 된장녀는 2006년 야후코리아가 조사한 인터넷 신조어와 유행어 1위에 올랐던, 스스로의 능력으로 소비 활동을 하지 않고 타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여성들을 풍자한 표현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타인의 다른 소비관을 ‘허영’으로 매도하는 일방적인 비판의식이 깔려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가격대가 높다는 이유로 무분별한 소비의 아이콘이 된 특정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커피와 그 로고는 한동안 된장녀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썼다.
  성소수자와 독신주의자에 대한 고질적인 시선도 같은 맥락이다. 몇 년 전 성소수자사회의식조사기획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성소수자 중 24.7%가 아웃팅(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성적 경향이 드러나는 일)을 당한 경험이 있다. 또한 독신이라는 개인의 인생 가치관에 대해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저 사람이 왜 결혼을 ‘안 했는지’에 대해 캐내려고 노력하는 시선들이 존재한다. 모두가 우리 주변의, 수많은 오지랖들의 모습이다.

  오지랖은 문화적 특성과 배려 부족의 합작물이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단정짓는, 주류와 비주류를 가르는 경직된 시각이 일궈낸 불편한 문화다.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남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은 다시 나에게 겨눠진 화살촉이 되어 삶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기’라는 교과서적인 원칙은 이제 이상적인 사회를 위한 선택이 아닌 공존하기 위한 필수의 질서가 됐다.
 

송민진 기자
 blossomydayz@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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