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오지랖은 ‘집단관음증’이라는 저속한 형태로 발현되기도 한다. 이는 우리사회에 수많은 peeping Tom(몰래 훔쳐보는 사람, 관음증 환자)을 만들어 내면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peeping Tom이란 숙어는 ‘레이디 고디바’ 일화에서 탄생했다. 어느 영주의 부인이었던 레이디 고디바는 영지민들의 참혹한 삶을 보고 남편에게 영지민들의 세금을 낮춰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영주는 아내에게 만약 당신이 알몸으로 말을 타고 영지를 한 바퀴 돈다면 그렇게 해주겠다고 대답한다. 남편의 대답을 들은 레이디 고디바는 고심 끝에 그러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일을 알게 된 영지민들은 부인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창을 가리고 절대 고디바의 알몸을 보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톰(Tom)이라는 재단사는 그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문틈으로 고디바의 알몸을 훔쳐본다. 쉽게 말하자면 그는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관음증 환자인 셈이다. 그 후 톰이 신의 분노를 사 시력을 잃었다는 다소 권선징악적인 마무리로 이 이야기는 끝난다. 이는 사람의 엿보기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오래전부터 존재한 본능인지에 대해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인 셈이다.
  레이디 고디바 이야기 속 톰의 뒤를 잇는 peeping Tom들은 오늘날 세를 불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 속 시력을 잃는 벌을 받았던 톰과 달리 오늘날의 peeping Tom들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들은 심지어 양심의 가책이나 자신이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는 뚜렷한 의식도 없이 엿보기를 자행하고 있다. 타인의 삶 밑바닥까지 훔쳐보고 싶어 하는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는 아이돌을 비롯한 연예인들의 사생활에서부터 이웃까지 그 범위도 매우 다양하다.
  문제는 이런 집단 관음증이 심해지면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범죄행위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유명 방송인 A씨로 추정되는 여성의 유사 성행위를 담은 동영상이 SNS를 타고 빠르게 펴져 나간 것이 그 예이다.
  당시 최초 동영상 유포자는 그녀의 전 남자친구로 그녀와의 관계가 악화되자 문제 영상을 SNS에 게시했다. 이는 A씨 몰래 촬영된 도촬물이었고, 최초 유포자는 심각한 범법행위를 저지른 셈이었다. 그러나 SNS 이용자들은 이러한 사실에 개의치 않고 동영상을 감상하고 공유했다. 트위터에는 문제 영상의 링크가 빠르게 리트윗 됐고, 각종 커뮤니티에는 동영상을 공유하자는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이번 동영상 사건이 우리사회의 집단 관음증 현상의 심각성과 문제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우리사회의 집단관음증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데에 학우들도 의견을 같이 했다. 신다솜(철학과·1) 양은 “걸그룹 음란영상 사건이 터졌을 때도 느꼈지만 앞에서는 그런 저속한 기사를 욕하면서도 뒤에서는 궁금하다고 찾아보는 우리사회의 행태에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개인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일인데도 그런 영상을 보는 데 별다른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꿀벅지나 베이글녀 등이 인터넷에서 이슈화 될 때마다 여성의 몸이 상품화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며 문제점을 제시했다.
  집단 관음증의 피해자는 연예인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최근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핸드폰을 이용하여 여성들의 치마 속을 도찰한 사진과 동영상들이 그대로 게시되고 있다. 이들은 몰래 여성들의 사진을 촬영할뿐만 아니라 이를 인터넷에 게시하고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있다. 이는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한 명백한 범죄행위지만 이런 사진들을 올린 네티즌들은 별다른 양심의 가책 없이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게시하면서 “도촬 성공”, “손이 덜덜 떨려 죽는 줄 알았다”며 후기를 올리는 등 훔쳐보기의 스릴을 즐기고 있다.
  이야기 속 톰은 레이디 고디바의 알몸을 훔쳐본 대가로 신에게 벌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너무나 많은 톰들이 있어 신조차 일일이 벌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에는 수많은 peeping Tom들이 당신의 생활을 엿보고 있다.

송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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