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시 프로젝트, 끊고 살아가기

 시간이 부족하다고 늘 외치는 사람들. 그러나 우리는 불필요한 것들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가령 웹 서핑, 포털 뉴스 검색 등 시간 때우기 식의 인터넷 서핑으로 흘려보내는 시간이 부지기수다. 심지어 이런 현상을 일컫는 ‘포털 산책’이란 말도 등장했다. 자극적이고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기사들은 우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만든다. 최근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포털 산책 양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포털 드림엑스에서 2010년 회원 629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이용 현황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571명)가 하루 평균 3시간 미만의 스마트폰 웹서핑을 한다고 발표했다. 친구를 만나도 대화 대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바쁘다. 이러한 우리들의 모습은 단절된 인간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만남에서도 소통은 부재하고 SNS 소리만이 울려 퍼지는 인스턴트 관계가 된 것이다.

  아미시 프로젝트, 의문을 날리다
  아무렇지 않게 인스턴트 일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아미시 프로젝트는 의문을 날린다. 하루 50통의 문자를 보내고, 250명의 멘션을 읽고, 1시간 30분 동안 온라인 친구와 교류하던 미국의 평범한 대학생 제이크 라일리는 특별한 실험을 하게 된다. 현대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살아가는 아미시 공동체를 딴 아미시 프로젝트는 휴대전화와 이메일, SNS 등을 이용하지 않고 90일간 일상생활을 하는 실험이다.
  모니터 대신 진짜 세상을 들여다보기로 한 제이크 라일리는 핸드폰을 정지시키고 소셜 네트워크를 탈퇴하고 인생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대신 자신만의 연락규칙을 만들어 메시지를 남겼다. 친구의 집 앞, 유리창, 눈밭에 메시지를 남기는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제이크 라일리는 “소중한 사람들보다 키보드나 기기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SNS 외에도 무엇인가 존재할 것 같았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세상과의 모든 연결고리를 잘랐다”고 말했다.
  그는 휴대전화와 SNS를 끊자 자유시간이 많아졌고 글쓰기가 많이 늘었다고 실험 결과를 전했다. 
  
  기자의 아미시 프로젝트 체험기
  기자 또한 아미시 프로젝트에 동참해보기로 했다. 물론 90일이라는 긴 시간을 할 수 없었다. 단 3일이라는 지극히 짧은 시간 동안만이라도 아미시 프로젝트를 체험해보기로 결정했다. 기자의 경우 기존의 아미시 프로젝트의 틀을 유지한 채 몇 가지를 더 보태기로 했다.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고 TV 시청을 자제하기로 했다.
  아미시 프로젝트의 첫 출발은 순조로웠다. 첫날 우리학교 기숙사에서 서울 본집으로 올라가는 버스는 예약을 해뒀기에 문제가 없었다. 모레 있을 친구들과의 약속도 체험을 염두에 두어 시간과 장소를 정해 놨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 도착한 순간 시련이 시작됐다. 거실의 TV는 끊임없이 기자를 유혹하며 시련을 겪게 했다. 어쩔 수 없는 대피책으로 도서관을 찾았다. 도서관은 인터넷과 TV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처였다. 남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켜던 손에는 자연스레 책이 들리게 됐다. 노트북 안 세상은 언제나 떠들썩했고 나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책을 읽는 동안은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책의 즐거움은 그때뿐이었다. 토요일 예능프로그램이 기자를 힘들게 했다. 눈물을 머금고 황금 같은 주말을 슬프게 보냈다.
  아미시 프로젝트의 성공을 눈앞에 둔 마지막 날. 애석하게도 체험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토익시험을 앞두고 신분증을 집에 놓고 온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가방 속 꺼져있던 핸드폰을 눈물을 머금으며 켤 수밖에 없었다. 어처구니없게 아미시 프로젝트가 수포로 돌아가자 망연자실했다.

  아미시 프로젝트, 정답을 주다
  짧지만 강렬했던 3일간의 아미시 프로젝트를 끝내고 한 가지 든 생각은 분명했다. 휴대전화가 갖고 있는 연락의 편리함을 대체할 만한 존재가 없다는 것이다. 편리성을 두고 봤을 때는 휴대전화와 이메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일상생활에서 필수요소인 것 같다. 하지만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나만의 시간을 새로 찾게 됐다. 사색해보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포털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했다. 그리고 늘 스마트폰을 붙잡고 손에서 놓지 않았던 기자에게 아미시 프로젝트는 가족과 많은 대화의 시간을 제공해줬다. 편리함과 신속성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편리함을 넘어 기자가 체험했던 아미시 프로젝트는 잊고 살았던 삶의 중요한 부분을 상기시켜준 체험이었다. 

 

 

  오수민 수습기자 tnals1206@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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