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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1.청춘에 바치는 푸른 오선지 한다발페퍼톤스&몽구스
송민진 기자 | 승인 2012.09.03 14:09|(1055호)

   
 
  지금부터 이야기할 두 밴드는 마치 한 청년의 낮과 밤을 각각 노래하는 듯 하다. 그는 히피 정신에 심취한 자유로운 영혼이며, 한낮의 햇살이 반짝이는 잔디 위에 누워 악상을 떠올린다. 그는 서울의 네온사인과 건물의 불빛들이 반짝이는 밤을 좋아하고, 몽롱하고 나른한 신스팝 사운드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 역시 즐길 테다. 밤의 거리를 떠도는 그의 시선은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별빛이 옅게 비치는 밤하늘의 경계 어딘가에 머물 것이며, 우주 너머 누군가에게 모스 신호를 보내는 공상을 하다 잠들 것이다. 청춘의 하루를 완성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밴드, 가끔 삶이 슬프고 외로울지라도 정직하게 꿈틀대는 에너지로 이를 무찌르는 밴드, 페퍼톤스와 몽구스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뉴테라피 밴드’는 페퍼톤스에게 늘 따라붙는 수식어구다. 지난 5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그들의 음악은 당당히 우울증 치료제로 소개됐다. 삶의 희망찬 순간, 덜 희망차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순간을 노래하는 그들의 음악은 귀로 복용하는 항우울제로서 부족함이 없다. 
  그들이 추구하는 밝음이 단순히 통통 튀는 멜로디와 ‘날씨가 좋으니까 일단 떠나자, 우울한 건 던져버려’에 기인했다는 사실은 처음에는 다소 상투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 라이브 무대를 접하고 풍문으로만 듣던 그들의 ‘유리 성대’를 확인하며 얕은 불신의 늪에 발을 담갔던 순간도 있다. 하지만 음이 조금 이탈돼도 ‘넌 최고의 오후를 만나게 될거야, 하낫! 둘! 셋! 넷! 씩씩하게, 더 밝게, 더 경쾌하게!(공원여행)’를 외치는 그들에게 어찌 아무 감명도 받지 못할 수 있을까. 의도된 것인지는 미지수지만, 그들의 정직한 창법은 포장하려 애쓰지 않는 ‘진짜 히피’의 매력을 완성하는 획을 긋는다. 역설적이게도 주체할 수 없는 긍정의 에너지는 이별하는 순간에 더욱 돋보인다. 떠나는 연인을 ‘시작하는 여행자’라 칭하며 ‘행운을 빌어줘요 웃음을 보여줘요, 노래가 멈추지 않도록, 수많은 이야기 끝없는 모험만이 그대와 함께이길(행운을 빌어요)’노래하는 발랄한 멜로디는 여느 이별노래와는 다르게 일말의 처량함도 없다.
   
 
  페퍼톤스의 음악에서 햇살 가득한 배경을 지우고, 풍파에 굴하지 않는 청춘이되 때때로 ‘죽도록 슬프던 이별에 숨죽여 취하며 울 줄 아는(나빗가루 립스틱)’ 맛을 가미하면 몽구스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된다. ‘21세기 골방소년들이 꿈꾸는 20세기 로망의 아날로그 팝 록 사운드’를 지향하는 몽구스의 음악은 누구나 갖고 있는 원더랜드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청년이 아닌 자에게는 꿈꾸는 푸릇한 젊음이었던 시절에 대해, 청년에게는 ‘매일 매일 새로운 파티, 마시고 부르고 울고 웃다 춤추고 싶은(Seoul Saram)’ 욕망에 관해. 한적한 시골 다방의 오래된 라이브 밴드가 연주할 법한 둥둥거리는 베이스 라인과 조금 촌스러운 신디사이저 멜로디는 몽구스의 정체성이자 몽구스 그 자체다. 충주의 어느 깊은 시골에서 소년기를 보내며 장롱 오르간과 낡은 드럼세트로 음악을 시작한 멤버 몬구와 링구 형제의 음악 역사는 그를 꼭 닮은 음악과 맞닿아 빛을 발한다. 서울, 소년, 청춘과 밤, 나비, 여자친구에 대한 솔직한 예찬을 털어놓는 가사는 몽구스만의 ‘뿅뿅대는 멜로디’를 만나 날아오른다.
  두 밴드는 유독 ‘우주’를 자주 노래한다. ‘저기 어디쯤에 명왕성이 떠 있을까,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잔디에 누워 우주의 끝을 바라본다(페퍼톤스, New Hippie Generation)’, ‘여기 작은 행성의 반짝이는 밤바다, 수많은 별들의 질서와 우주의 법칙, 어떤 알고리즘도 설명할 수 없는 비밀과 아름다움(페퍼톤스, Bikini)’, ‘내 맘에 녹아 든 우주는 사랑이야(몽구스, Alaska)’, ‘춤을 추면 노래 오고 별을 따라 새가 날고 검은 우주를 가르는 부유함(몽구스, 오늘이 바로 내)’. 그도 그럴 것이 기타와 베이스를 들고 스스로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궁금해하는 청년에게 미지의 우주만큼 멋진 영감을 선사하는 소재가 있을까. 두 밴드에게 우주는 모든 것을 결국 괜찮게 흐르게 하는 법칙이자, 밤하늘 너머 신디사이저로 쏘아 보낸 모스 신호에 답신하는 설레는 세계다. 세상 만물을 예찬하며 ‘아름다운 우주는 사랑이야’라고 노래할 수 있는 경이로울 만치 어마어마한 에너지에는 어떤 겉치레도 필요하지 않다. 역시 아무래도 좋다.
 

송민진 기자
blossomydayz@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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