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통일의 시대'라고들 한다. 상호체제를 인정하고 상호개방ㆍ교류를 통해 '통일세상'을 열기위한 노력을 해야한다고들 한다. 민족동질감으로든 통일을 통한 우리사회의 변혁을 위해서건 통일은 필요하다고 한다.
  UN동시가입, 남북합의서 채택등 통일환경도 바뀌었으니 통일은 멀지 않았고 통일로 가는 길을 순탄하리라는 기대와 환상을 국민들에게 주고 있다.
  더구나 통일후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독일을 예로 들며 통일기금을 마련해야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너는 나의 적인데 그래도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한가. 과연 통일은 진행형인가.
  ▼사노맹 사건조사후 안기부는 사노맹을 '남로당이후 남한 최대의 사회주의 혁명조직'이라고 흥분한다. 그들의 이야기식대로 그렇게 '거대한 지하조직'이 생긴 원인은 무엇인지 되짚어 볼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박노해씨는 법정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너무도 합법적이고 싶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상황이 그렇게 허용하고 있지 않다."
  인공기사건 또한 그렇다. "남북이 한자리에 모인 상징적 국기게양을 목적으로 했지 한쪽에는 '찬양'을 한쪽에는 '타도'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고 전대협 대변인은 밝혔다. 하지만 언론은 정부측의 입장만을 되풀이, '북을 찬양하는'학생들은 큰일이라는듯 보도였다.
  ▼인공기 사건이나 사노맹사건은 국가보안법의 존재로 일어난일이다.
  "남북관계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앞으로 나가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단계에 있다"고 남북협상의 어느 관계자는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북합의를 과거의 상태로 돌릴 것인가, 국가보안법이 철폐되어야 하는가. 어느 것이 더 시대착오적인가.
  국민의 자유권을 억합하고 생존권을 유린하며 민족통일을 저해하는 모든 법률은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악법으로 낙인찍힐 수 밖에 없다.
  ▼우리사회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속에서 냉전논리와 반공ㆍ반북이데올로기의 골이 너무도 깊다. 노동자ㆍ농민ㆍ서민들의 생존권적 투쟁은 반공ㆍ반북이데올로기로 인해 왜곡되어졌으며 '북한'의 존재를 빌미로 '안정'운운하며 탄압의 대상이 되어왔다. "인공기등으로 왜 레드콤플렉스를 자극하느냐?"고 스스로 레드콤플렉스를 인정하던 어느 신문의 사설처럼 고질적 레드콤플렉스는 언론이 올바른 입장을 갖도록 할 수가 없었다.
  사랑과 평화와 통일이 열리고 있다는 시대, 구시대적 논리ㆍ구시대적 논리ㆍ구시대적 논리의 유산물은 청산되어야 한다. 민주주의ㆍ민족통일이라는 역사적 대과제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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