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몇년만에 말은 심사이어서 선자는 주의깊게 응모작품들을 읽어 보았다. 대학의 문학상에 응모하는 작품은 대학생다운 실험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선자는 생각해왔고, 글로도 쓴 적이 있다.
  가작으로 뽑힌 '칼굿'을 제외하고는 도무지 그러한 실험정신이 보이지 않았다. 가령 '그물'과 같은 작품의 경우 소재를 여러 각도로 형상화 시킬 수도 있었는데 아주 평범하게 작품화했다.
  '웃음을 위하여','형수','5月'같은 작품들은 아직 소설의 기본적 구성이 결여되었다고 본다. 이에 반하여 '칼굿'은 '나'의 인물구성과 그 내면의 심리가 어느 정도 형상화되었다.
  이 작품의 '오후의 상념들'부분은 문체와 상념의 교차가 산뜻했다. 그러나 두번째 부분과 마지막 부분이 앞 부분을 뒷받쳐주지 못했다. '무당의 손자'라는 자의식의 승화가 충분히 형상화되지 못했다. 특히 이러한 소재에서 '나'의 존재론적 물음이 미흡했다. 그래서 감각적인 추구로만 결말지어진 것은 무척 아쉬웠다. 그러나 '칼굿'의 작자는 앞으로 폭넓은 인간 성찰을 한다면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밝혀 둔다.

  김병욱(국문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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