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선자는 ┌푸르름의 미학, 풍자의 공간┘, ┌해체, 그리고 새로운 길찾기┘등 두 편을 놓고 오랫동안 망설였다. ┌푸르름의 미학, 풍자의 공간┘은 젊은 시인 유하의 시세계를 다룬 글로써 상당히 참신한 맛이 있었다. 말하자면 타인의 시선과 문체에 문들지 않은 자기나름의 입지를 분명히 갖고 있다. 그러나 거친 문장표현이 부분적으로 눈에 띄고 글의 짜임새 또한 허술한 구석이 많았다. 그 결과 자연히 ┌해체, 그리고 새로운 길찾기┘가 남게 되었다. 이글은 80년대 우리 문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해체주의의 모습을 황지우의 시를 통해서 체계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내용도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고 문장의 기술적인 솜씨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불안하고 염려스럽다.   왜? 이 글은 전체적으로 제법 세련된 한 편의 문학평론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어쩐지 그것이 글쓴이와 완전히 어울리지 않는다.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기성 비평가들의 목소리와 문체적 특징이 이 글을 지배하고 있다. 글쓴이는 다소 미숙하더라도 자신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였으면 한다. 이런 이유로 아쉽기는 하지만 ┌해체, 그리고 새로운 길찾기┘를 가작으로 뽑는다. 글쓰이는 앞으로 자신의 <세계>를 더욱 확충하여 좋은 비평적 글을 써주기 바란다.

  송재영(불문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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