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하든 긍정하든 세계는 엄청난 속도의 지각변동을 하고 있다. 미ㆍ소를 두축으로 하던 냉전체제가 무너짐과 동시에 탈이데올로기의 외피를 입고 치열한 경제 전쟁의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사회주의진영의 붕괴는 자본주의진영의 강화와 전 세계의 보수화경향을 의미한다. '평등'을 지향하던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품으면서 인간의 본능적 이기주의를 무시한 주관주의적 윤리위에 기초했기 때문이라고 비판된다. 결국은 세계전체의 보수화 흐름속에 강력한 추동력을 지니는 동기로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이전까지 존재했던 인간의 가치세계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며 인간은 어떠한 절대적인 진리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지금까지 중심의 자리에 놓여있던 것들의 해체, 체계가 아닌 개별로서만 현상을 파악해야 하며 더 이상 역사는 진보가 아닌 순환의 논리로 귀결된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는 순응적으로, 어떤 면에서는 좌절과 우을로, 그 종착점이 어디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은채.
  ▼하지만 우리사회는 너무도 다르다. 분단상황에서 냉전은 아직도 유효하며 반공ㆍ반복이데올로기가 합리적 논리위에 우위를 점한다.
  인간의 '선'과 가치의 지향들에 대한 고민의 틈이 우리에겐 없다. 지금의 체제 강화를 위해 존재하는 법마저 지켜지지 않고 법의 유리한 지위에 서 있는 자에 의해 위법이 저질러지고 그것이 당연시 지나쳐버리는 공간에 우리는 자리한다.
  세계에 현존하는 4대 사회주의 국가중의 하나인 북한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세계의 보수화흐름은 이러한 우리의 통일전망과 체계에 대한 고민을 보수화로 인도한다. '자유주의'에 기초한 유럽과 우리와의 차이는 확연할 수밖에 없지만 세계의 보수화흐름은 우리사회에서 더욱 강하게 관철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처럼 특정인의 위법은 정당화되며 이동통신의 톡혜처럼 수많은 비리사건이 지금도 음모되고 있다.
  탈이념과 탈냉전은 이데올로기 공세로서 너무도 멀다. 우리는 우리의 상황에서 출발해야 한다.
  역사진보의 관점없이 기득권유지를 위한 세계정세로의 편입을 위한 지배세력의 모습에서 세계의 해빙무드와 탈이념은 우리사회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이념의 확고함과 반민주에 대한 명확한 전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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