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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통한 일자리 나누기? 추진 주저하는 워크 셰어링의 속사정
송민진 기자 | 승인 2012.06.11 14:11|(1054호)

   
 
  대한민국은 쉬지 않고 일한다. 재작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111시간으로 OECD 평균인 1,692시간에 비해 400시간 이상 길었으며,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2,000시간 이상이었다. 우리는 장시간 노동 국가의 타이틀을 10년 이상 거머쥐고 있으며,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근로자들의 연차 휴가 사용률은 61.4%에 그쳤다.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근로자들이 추가 수입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40.5%로 가장 많았지만 ‘일이 많거나 대신 일할 사람이 없어서’라는 답변도 33%에 달했다. 얼마 전 불거졌던 대형 마트 근로자들의 쉴 권리에 대한 논란은 근로시간 문제가 해결은 커녕 점차 곪아가고 있음을 대변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우리는 청년 실업 35만명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과잉 학력, ‘눈을 낮춰야 살 수 있는’ 현상은 고용 왜곡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지나친 노동이 삶의 질을 저해하고 있다”는 외침과 “제발 일자리를 달라”는 외침이 양 극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좀 쉬엄쉬엄 일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일자리가 절실한 사람들. 두 부류의 사회적 요구가 맞물리면서 기업 내 근로자의 근로 시간을 단축해 보다 많은 근로자들을 새로 채용하는 제도인 ‘워크 셰어링(Work sharing, 일자리 나누기)’이 올 초 한국 경제시장의 해결책으로 부상했다.

  나누고 늘리자, 워크 셰어링
  올 초 정부에서 근로시간의 과다를 지적하며 일자리 창출의 수단으로 워크 셰어링을 제안함으로써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불을 지폈다. 근로자 개개인의 근로 시간을 줄이면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로운 근로자가 필요하게 된다는 이론은 표면상으로 결함이 없어 보인다.
  워크 셰어링을 위해서는 근로자의 근로 시간을 규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별도로 구분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법정 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에 연장근로를 주 12시간까지 더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휴일근로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주 최대 근로시간인 52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업종이 많은 상황이다.
  또한 근로기준법은 연장 근로를 제한하지 않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지정하고 있다. 운수업과 금융보험업 등 12개 특례업종이 전 사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달하며, 총 근로자 중에서는 38%가 해당된다. 근로기준법은 장시간 근로를 규제하기는 커녕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신은종 교수는 “우리 경제의 근로 시간은 너무 길고, 그에 비해 생산성은 떨어진다”며 “과다한 투입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근로 시간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근로자들은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권과 성평등, 일과 가정의 균형, 노동자의 사회참여 및 창의성 확대 등 국민 대다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이윤 논리가 아닌 공동체적 관점에서 사회 각계각층의 광범위한 논의가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 시간 단축을 통한 임금 삭감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생산성을 저해하고 실업률을 높이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장시간 노동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및 근로조건 저하 문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말 올해 안에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실현하기에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고용노동부는 “장기간 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 간 이견이 없으나 실질적 법안 개정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은 산업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노사 당사자 등 각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현실 적합한 대안을 도출해 입법 추진할 예정”이라고 보류의 뜻을 밝혔다.

  왜 말처럼 쉽지 않나
  정부가 워크 셰어링에 대한 입장을 조심스레 돌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워크 셰어링을 위한 근로 시간의 단축은 생산을 비롯한 국내 경제의 운영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또한 워크 셰어링은 고용주 입장에서 기존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대신 새로운 근로자의 기본급과 복지 등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비용의 증가를 야기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의 인사노무 부서장 302명을 대상으로 ‘19대 국회 노동입법 방향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 경영에 가장 부담되는 19대 총선 노동공약으로 53.6%의 기업이 ‘휴일근로 제한 등 근로시간 단축’을 꼽은 것은 기업의 입장을 뚜렷이 대변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실근로시간을 점진적으로 단축시켜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기업과 우리 경제에 근로시간 단축이 미칠 영향을 신중히 고려하여 점진적이고 유연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대부분은 소비자 중심의 주문형·대기형 서비스산업으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 시간을 조정하기 어려우며,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24시간 또는 휴일업무가 불가피하다.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특례업종 축소와 노동시간 단축은 기존의 일자리 유지마저 어렵게 하는 잘못된 규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순 교수는 “근로시간을 갑자기 단축한다면 기업은 대체 인력 확보 문제에 놓이게 되는데, 이로 인한 비용 문제는 기업 입장에서 유연성의 감소일 수밖에 없다”며 “근로시간 단축은 원가를 상승시켜 기업의 경쟁력 자체를 저해할 수 있는 사안”임을 강조했다.

  결국 일자리의 질과 양 사이 딜레마
  그렇다면 워크 셰어링이 과연 일자리를 무리 없이 창출해 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지 이론일 뿐이며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선임연구원은 “근로시간을 줄인다 해도 기업에서 만약 고용비용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생산성을 포기하고 임금을 유지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 일자리 창출의 도구로 근로시간 단축이 이용된다는 것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따른다. 신은종 교수는 “생산성에 비해 많이 소비되는 불필요한 노동 비용을 줄임으로써 일자리가 창출될 수는 있지만, 이는 잘못된 담합 구조 등 국내 경제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 타파가 선행될 때의 이야기”라며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여지는 생기겠지만 근로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무조건 일자리가 늘어나리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워크 셰어링으로 창출되는 일자리의 질에 관해서도 논란이 있다. 비용을 중시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과연 양질의 일자리로 빈 곳을 채울 것인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이다. 박지순 교수는 “지금도 높은 인건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근로시간 규제를 강화해 무작정 단축한다면 기업이 아예 인건비가 더 낮은 해외로 생산 현장을 옮기거나 비정규직으로 빈 자리를 채울 가능성도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노동 시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부경대학교 경제학과 홍장표 교수는 “일자리 창출을 숫자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우선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 등의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 문제가 선행되면 자연스럽게 현재 비어 있는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채워질 것이며 이도 궁극적으로는 일자리 창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워크 셰어링이 실현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실현될 경우 효과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해 낼지 역시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산술적으로 접근해 일자리의 수를 늘리는 것에만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업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는 있지만, 현재 한국 노동 시장에서 고용 형태와 일자리의 질, 복지 미비 등이 초래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돌이켜보면 이는 결코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없어 보인다.

송민진 기자
 blossomydayz@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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