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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감사하고 세상의 화평을 기원하다음식을 넘어선 치료, 사찰 음식
송민진 기자 | 승인 2012.06.11 13:42|(1054호)

   
 정갈하고 소박한 사찰 음식. 출처/월간 형설
  사찰을 방문해 본 이들이라면 그 풍경을 되새겼을 때 이따금 울리는 목탁 소리와 산새 소리, 스님의 횟빛 승복 자락과 함께 스님이 내주시던 ‘절밥’을 떠올릴 것이다. 정갈하고 소박한 자태로 앉은뱅이 상에 올라 앉아 있던 절밥은 스님의 온기 담긴 인심이자 사찰의 자연이 베푼 공생의 정 한 그릇이었다. 이렇듯 사찰에 가야만 가끔 구경할 수 있던 절밥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느새 산문을 넘어 속세의 식탁에 자리를 틀게 됐다.

  사찰 음식, 더할 나위 없는 약이 되다
  사찰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을 일컫던 사찰 음식이 최근 채식·건강식 열풍을 따라 주목받고 있다. 우유를 제외한 동물성 식품과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 등 다섯 가지 매운 채소를 사용하지 않는 사찰 음식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원조 슬로푸드다. 식습관에서 비롯된 현대인들의 건강 악화가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적 과제로 확대되면서, 사찰 음식은 현대인의 생체 시계를 자연 그대로 돌리는 것을 돕는 ‘약이 되는 밥’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찰 음식에는 가공하지 않은 천연 식재료와 제철 채소를 사용한다. 여기에는 속세에서 쉽게 구경할 수 있는 채소들 뿐 아니라 산 중의 약용 식물들이 다수 포함된다. 조미료 역시 자연 재료로 만든 천연 조미료를 사용한다. 재료를 말려 직접 갈아 만든 버섯 가루, 다시마 가루, 날콩 가루 등의 천연 조미료는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영양상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음식의 풍미를 더한다. 또한 육류의 절제로 인한 열량과 단백질, 지방의 부족은 참기름과 들기름을 이용한 부각류와 튀김류, 두부를 비롯한 콩류로 보충한다.  


 동물성 식품 뿐 아니라
매운 맛 내는 채소도 제외

천연 식재료와 제철 채소
약용 식물도 사용
담백하고 깔끔한 풍미
‘약 될  수밖에 없네


 인공 감미료의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사찰 음식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사찰 음식이 내는 식재료 자연 그대로의 맛에 익숙해지면 속세의 음식들과는 확연히 다른 사찰 음식만의 건강한 풍미를 깨닫게 된다. 부산에서 사찰 음식 연구회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사찰 음식 전문가인 홍승 스님은 “전통적으로 우리 음식은 간이 약하고 담백하지만, 자극적인 것만 추구하게 된 현대인들의 식습관은 서양의 감미료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며 “본래 우리의 담백하고 순한 입맛으로 돌아가는 것은 몸에도 좋을 뿐 아니라 마음을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2005년에 발표된 논문인 <한국사찰음식에 이용된 식물들의 민족 약학적 분석(한국정신과학학회지, 제9권 제2호, 송미장·김현·서혜경)>에서는 사찰음식으로 이용되고 있는 식물 중 약 82%인 132종이 총 126가지의 약효를 가지고 있으며 이 약용식물의 52%가 소화기, 순환기, 그리고 호흡기 질환에 이용되고 있음을 밝혔다. 이는 사찰 음식으로 병을 낫게 했다는 스님들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님을 말해 준다.
  사찰 음식을 연구하는 전문 연구소의 발족부터 사찰 음식 전문점, 스님들이 직접 강의하는 사찰 음식 문화원에도 사찰 음식을 접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2012 대전세계조리사대회에서 열린 한국사찰음식전은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에 더해 사찰 음식은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작년 여름부터 유럽에 ‘연잎밥’ 수출을 시작으로 해외에서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의 주요 일간지인 <뉴욕타임스>에서도 사찰음식을 "몸을 건강하게 하고 마음을 맑게 하는 음식"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렇듯 스님들의 식사였던 사찰 음식은 종교와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받고 있다.
  홍승 스님은 “수강생들 중에도 타 종교인들이 꽤 많고,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이들이 사찰음식을 통해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찰 음식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 수출되는 ‘연잎밥’
<뉴욕 타임스>의 찬사
국경 뿐 아니라
종교의 벽 허무는 전도사

스님들의 끝없는
전파·보존·계승 노력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정의에 따르면, 사찰음식은 밥·죽·찌개·생채/나물·다과 등 18가지 분류로 총 780종에 이른다. 스님들의 꾸준한 개발과 보전 노력으로 다양한 메뉴와 조리법을 자랑하게 된 사찰 음식은 건강을 최고의 가치로 내걸게 된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게 됐다.

  마음까지 다스리는 절밥 한 그릇
  홍승 스님은 “음식은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한 물질이 아니라, 어떤 것을 어떻게 섭취하느냐에 따라 마음을 더럽힐 수도, 정화할 수도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승려들의 음식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각에서 출발한 사찰 음식은 마음을 정갈하게 다듬는 수행의 기능 역시 도맡는다. 사찰 음식을 수행의 정신을 계승하고, 정신을 닦기 위해 먹는 음식으로도 정의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따라서 사찰에서는 음식 재료를 재배하는 일에서부터 음식을 만드는 일 모두를 수행으로 생각한다. 사찰 음식을 먹을 때의 원칙인 육신을 유지할 만큼의 소식은 과잉과 과욕에 병든 현대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가르침이다. 또한 평등 사상과 청결 사상, 절약 사상, 공동체 사상, 복덕 사상을 담은 ‘발우 공양’, 식사를 수련이자 수행으로서 거룩한 의식화하는 불교의 전통적인 식사법은 한 끼를 바쁘게 ‘때우기에’ 급급한 우리의 모습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나와 같이 소중히 여기는 불교적 자비관을 바탕으로 공생을 표방하며 민족과 함께 해 온 불가의 사찰 음식. 조화와 공존을 가르치며 욕심을 비우고 생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을 자연에서 빌려오고자 했던 불교의 정신은 현대인이 사찰 음식에서 그 풍미보다 먼저 취해야 할 가르침이 아닐까.
 

송민진 기자 blossomydayz@cnu.ac.kr

송민진 기자  blossomydayz@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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