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를 사칭말라

  ▼어떤 단어가 내포하는 뜻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그리고 다양한 뜻이 공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면 아마도 '민주'일 것이다.
  87년 민주화투쟁이후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에 받아들여진 익숙한 말이지만 반면에 그 반대의 '비민주'나 '반민주'를 통해서도 익숙한 말이다.
  정권측에서는 민주를 선의 개념으로 상정해놓고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한 방법으로써, 국민들은 정치적 참여를 회피하는 이유로써 '민주'를 사칭한다. '우리사회는 이렇게 민주화가 되었는데...'라고 하면서.
  민주는 모든 것의 상위개념으로, 악에 대적하는 선의 개념으로 쓰여진다. 하지만 민주는 선악의 문제가 개입되는 애매모호한 것이 아니라 의사결집의 원리ㆍ원칙ㆍ방법적인 측면이다.
  ▼'공간문제의 민주적 해결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지난 27일 문과대에서 있었다. '민주'적 해결을 요구하는 학생들 입장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문과대측도 '민주'적 해결을 위한 방도로써 공개토론회에 합의했다.
  하지만 어떠한 행정적 권한도 없는 학생과장이 토론자로 참석, 공개토론회의 핵심인 토론에서 학생들의 질문에 근본적인 답을 주지 못했다.
  단지 '의견을 개전하고 수렴해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그 이상의 대안을 내오지 못했으며 토론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두세시간씩이나 귀기울였음에도 허탈한 기분으로 토론회장을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공간문제의 민주적 해결을 슬쩍 비껴가려는 공개토론회'라는 의혹을 느끼면서....
  ▼'민주'라는 대의명분에는 충실하면서 내용적으로는 '민주'를 담고 있지 않은 것을 형식적 민주주의라 한다. 6공이 '6ㆍ29선언'으로 민주화를 약속했지만 외피적인 민주화였을 따름이다.
  '민주화'라는 사회적인 대세를 따르면서도 기존의 것을 은존시키려는 기득권과 불필요한 권위의식은 큰 장애물이다.
  물론 공개토론회 형식이나마 마련된 것은 우리학교의 상황에서 일보전진이라 평가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그 속에서 담보되는 내용과 과정이다. 문과대에서 '교육3주체의 의견반영과정은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진정으로 학생들의 의사를 결집하려했다면 그동안 공간배치위원회의 사실상 소멸, 공개토론회의 형식성을 설명할 수가 없다.
  자연스러운 토론의 장에서 교수와 학생이 의견을 개진하는 풍토가 되어야겠지만 제도적으로 의견교환의 장이 마련되어진다면 학교발전의 방향에서 충돌없이 하나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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