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생존권 무시한 강제철거 부당

  조금씩 야금야금

  '포장마차 1백22개 파손 또는 압수, 가스렌지 25개, 가스통 17개, 진열장 16개, 시계, 식기 카세트등 총1억9백26만7천원의 재산피해' 강제철거로 인해 현재까지 서울시 8개구에서확인된 재산피해 현황이다.
  '대전지역 노점상 연합회(이하 대노련)'란 누런 현판이 걸린, 조금은 어색한 장소. 대전시 동구 용전동 구 대전탑에 자리잡은 주부알뜰시장 2층에 있는 대노련 사무실이다. 인적이 없는 한적한 인도를 지나 가까스로 배지색 가건물인 '주부알뜰시장'을 발견했다. 이곳이 과연 시장인가라는 강한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상가를 통해 올라간 곳이 대노련 사무실. 아직 시멘트 냄새가 가시지 않은 장소였지만 집기물이 꽤나 질서정연하게 배치된 상태였다.
  잠시후, 건강한 풍채로 다정한 모습의 대노련 지역장 김용태씨, 그는 대전지역 노점상 현황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대전지역은 한꺼번에 단속하는게 아니라 여대투쟁을 할 수 없게 조금씩 야금야금 철거되고 있는 상태야. 우리는 그나마 이런 가건물이라도 얻었지만 한마디로 빛좋은 개살구지. 이곳의 상인들은 홍명상가 후면에서 노점상을 했는데 강제철거압력으로 밀려났다가 이곳에 들어오게 됐는데 이곳은 상권이 형성될 수가 없는 조건이지."
  뜨거운 날씨탓인지, 들끓어야할 시장이 유난히 넓게만 보이고, 진열된 상품들도 낯설기만 했다.

  '밀어붙이기식'행정

  지난 7월 4일부터 전국노점상연합회(이하 전노련)는 지난 5월20일 서울시 당국이 발표한 '서울시 포장마차, 조리노점 전면철거 방침안'에 대응하기 위해 명동성당에서 한달째 항의농성과 집회를 가졌다.
  노점상들에 대한 기본적인 생존권을 가로채기위한 '밀어붙이기식'행정과 무차별 폭력철거. 이에 맞선 노저상들의 인간사슬과 부녀자들의 알몸시위, 그것은 처절함 자체로 묘사된다.
  취재진은 '노점상 단속거리'란 초록색 표지판을 마음으로 억누르며 현재 농성중인 서울시 중구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거리의 화려한 간판과 옷차림속에 도사리고 있는 명동성당에 도착한 것은 8월1일 오후 4시쯤.
  취재진은 낡은 교회당을 지나 규칙적으로 배열된 벽돌을 밟으며 주교관쪽으로 걸었다. 생각외로 조용한 농성장소 세개의 천막 가운데에 전노련의 빨간 깃발은 더욱 빨갛게 드러났고 담너머 앞쪽에는 제일백화점 건물이 솟아있다. 한곳엔 취사도구가 다소곳이 정리되어 있었고, 메마른 콘크리트바닥위에 스티로폴이 아늑해 보였다.

  생존권쟁취위한 쇠사슬 투쟁, 알몸시위 전개

  명동성당 항의농성이 막바지에 달하면서 대부분의 노점상들이 현장투쟁을 벌이고 있고 몇몇 지도부만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전노련 의장 노수희씨는 그간의 투쟁경과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다.
  "전노련이 5ㆍ29 연세대 집회, 6ㆍ15노점단속 분쇄와 합법화 쟁취대회를 거쳐 7월 3ㆍ4일 여의도 쇠사슬 투쟁, 알몸시위로 재개한 한달여의 투쟁은 서울시를 앞세운 민자당의 노점상생존권탄압과 관변화 시도, 전노련 와해책등을 사실상 분쇄했습니다."
  도시빈민층의 발생원인에 대해 묻자, 노수회 의장은 굵직한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1960년대 '수출위주의 경제정책'을 위해 박정희 정권은 저임금 정책을 펴게 됐지요. 그 의도에 맞게 시행된 것이 노동력의 무한한 창출을 기도하는 저곡가 정책인데 그로 인해 서서히 농촌은 황폐화도어 갔으며, 농민들은 서울로, 대도시로 이동하면서 무허가 판자촌을 비롯한 달동네등에 살게된 것입니다. 이들은 나이, 학력을 볼때 취업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결국 노점상이나 일용노동자로 전락하면서 도시빈민층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없는 사라만 짓밟으니 살겠어?"
  현재 시각 밤 10시 반. 한창 포장마차가 성황을 이룰때다. 서울에서도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종로일대. 이 일대 노점상들은 강제철거에 대한 압력에도 불구 현장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날까지 함께 하자고"

  '노점상의 합법화'에 대한 질문에 전노련 집행부 김지민씨는 필요성을 강조하며 입을 연다.
  "국가당국은 도로교통법과 식품위생법등을 철거의 빌미로 삼고있는데 사실상 불법주차가 도로기능마비의 주된 원인이며, 위생문제도 노점상들의 자율적 개선이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 노점상의 자주적 결사체인 전노련을 합법화하고 그를 통해 이루어내야 할 것입니다."
 
  구수한 안주냄새를 맡으며 만난 이은영(55ㆍ종로구 인사동)아줌마의 말이다.
  "철거반 애들이 포장마차를 끌낼때는 정말 아무 생각도 없지. 벌써 5대나 빼앗겼어. 우리 식구는 이장사마저 안하면 다 굶어죽을거야. 언제나 불안속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
  "대통령이면 없는 사람 돌봐야지. 이거 없는 사람만 짓밟으니 살겠어? 뭐. 5백만원 융자해준다는 말도 있는데 누가 우리같은 거한테 보증을 서주나. 소용없어. 술을 팔지말고 튀김, 감자, 고구마같은 걸로 전업하라고 하는데 단속은 계속해서 하니 우린 어디에 장단을 맞추란 건지 원." 종로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김정란(33ㆍ종로구 경운동)아줌마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모르겠다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덧, 명동성당에도 해가 기울고 천막에도 어둠이 깔리고 있다.

  "그날까지 함께 하자고"

  '노점상의 합법화'에 대한 질문에 전노련 집행부 김지민씨는 필요성을 강조하며 입을 연다.
  "국가당국은 도로교통법과 식품위생법등을 철거의 빌미로 삼고 있는데 사실상 불법주차가 도로기능마비의 주된 원인이며, 위생문제도 노점상들의 자율적 개선이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 노점상의 자주적 결사체인 전노련을 합법화하고 그를 통해 이루어내야 할 것입니다."
  천막밑 눅눅한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한뒤 동트는 새벽을 맞아 가볍지만은 않은 걸음을 옮겼다.
  명동성당의 은은한 종소리가 귓가에 떨려오면서 "학생, 고생 많았어. 아무리 힘들어도 그나른 온다고 하지 않나. 그날까지 함께 하자고. 잘 가."

  <특별취재반: 한기선 기자
  신재훈ㆍ정은정 견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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