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사랑하는 애인을 만난 것 같아요”

 

지난 2003년에 개관한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이하 대전 예당)은 뮤지컬, 연극, 오페라, 발레 등의 다양한 예술 공연과 함께 큰 공연장과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객석을 겸비한 대전 공예예술계의 ‘핫 플레이스’다. 이러한 종합문화예술의 공간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학교 관현악과 임해경 교수이다. 그녀는 지난 해 10월 27일, 첫 대전 지역 출신으로 대전 예당 제3대 관장으로 취임했다.

  2011년 10월 27일, 기자가 인터뷰를 하게 된 날짜는 공교롭게도 임해경 관장이 취임한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임해경 관장은 취임 1년을 돌아보며 지나간 날을 회상했다. 임 관장은 취임 후 백일 동안 직원들과 함께 대전 예당의 새로운 미래상을 세웠다. 임 관장은 “일상을 감동으로 바꾸는 대한민국의 떠오르는 중심 공연장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며 “예술적인 부분을 강화하면서 늘 새로워지고 관객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임해경 관장은 대관 공연이 아닌 예당에서 직접 기획한 공연에는 별 모양의 인증 마크를 붙였다. 별 모양의 다섯 면을 음악, 뮤지컬, 연극, 무용, 오페라 등 총 5개의 장르로 구분해 각각의 면에 색을 부여했다. 임 관장은 “별 모양 마크만으로도 공연의 품질을 신뢰할 수 있도록 최선의 기획을 해나갔다.”며 “예당에서 직접 기획한 공연은 여타 다른 공연과 차별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실력 있는 지역 예술가들에게도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대관 가능 횟수를 추가함으로써 지역 예술인들도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임 관장은 “대전·충청의 젊은 아티스트들은 대전을 이끌어 나갈 숨은 주역이다.”며 “그들에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들이 밝은 내일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화 예술의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활동”이라고 말했다.
  임해경 관장은 대학 시절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그녀가 독일에서 느낀 것은 독일인들의 생활 속에는 예술이 가깝게 들어와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우연히 유학 생활 중에 독일 유명 미술관에서 한 꼬마가 이젤을 펴놓고 유명 작가의 그림을 모사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처음에 단순히 학교 숙제인 줄로만 생각했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연세가 지긋한 노인도 모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거장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미술관의 휴관 날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리고 있던 것이다.
  그 때를 계기로 임해경 관장은 우리나라 예술과 독일 예술과의 차이를 실감했다. 임 관장은 “독일은 어렸을 때부터 문화예술에 대한 경험을 쌓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 때문에 독일의 중산층이 예술 자체를 즐기고 사랑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예술은 ‘공부해야’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쉽게 접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깔려있다.”고 말했다.
  예술이 생활 속에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험을 해봐야 한다. 처음에는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느끼는 대로 편안하게 예술을 받아들여도 좋다. 임해경 관장은 “일단 두, 세 번 경험 해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이 어떤 것인지 찾게 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짧은 경험만으로 예술을 다 알기는 어렵지만 차츰 자주 접하게 되면  나중에는 예술을 즐기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해경 관장의 대전 예당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다. 임 관장은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예당 건물의 물결형 곡선의 지붕을 바라보기만 해도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듯이 마음이 설렌다고 한다. 임 관장은 “1년에 450회 공연을 하며 작년에는 총 27만 명의 사람들이 대전 예당에 입장했다. 그러나 공연을 보여주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무대 뒤에서 연출을 위해 땀 흘리는 스텝과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해 셀 수도 없이 연습하는 아티스트들, 그들을 든든히 지지해 주는 직원들이 모여 대전 예당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하나의 공연을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숨은 이들의 노력을 알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숨은 노고로 임해경 관장은 지난 17일 2013년에 실시되는 ‘제 16회 AAPPAC(아시아 태평양 공연예술센터 연합회) 정기총회’를 대전 예당에 유치하는 쾌거를 거뒀다. AAPPAC는 호주, 중국, 일본 등 약 23개 국가와 74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아트센터와 기획사들이 속해 있는 대규모의 공연예술센터 연합회다. 국내의 경우에는 대전 예당 외에 서울예술의 전당, LG아트센터, 고양문화재단, 세종문화회관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임 관장은 “이번 회의 유치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진행되는 것으로 그 의의가 크다.”며 “대전 예당은 대전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는데도 큰 힘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오는 2013년에는 대전 예당이 개관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임해경 관장은 벌써부터 1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여러 가지를 공부하기 바쁘다. 공연 예술도 과학이나 수학처럼 어려운 공부가 수반이 돼야 비로소 멋진 보석으로 탄생한다. 그녀는 지금의 대전 예당을 좀더 세련되게 가꾸기 위해서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임해경 관장과 함께하는 대전 예당, 앞으로도 더욱 빛나는 보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이현지 기자hyunjida@cnu.ac.kr
  글/안두희 기자 doohee1010@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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