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염소작가, 국가표준영정 작가, 윤여환 교수를 만나다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각 방을 가득 메우고 있는 많은 작품들이 윤여환 교수의 그림에 대한 노고와 세월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그가 입을 열며 한자한자 답변을 할 때도 작업실에 들어왔던 느낌을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 염소 작가이며 국가표준영정 작가로 명성이 높은  그를 만나 이야기를 함께 했다. 

사색에 대한 탐구의 표현
  ‘사색의 염소 작가’로 알려진 것과 같이 윤여환 교수의 작품 중 염소 그림은 유독 유명하다. 염소그림의 시작은 어린시절 언덕에서 풀을 뜯는 염소를 무심히 보다가 문득 염소의 눈이 예사롭지 않음을 발견했을 때부터였다. 윤여환 교수는“염소는 눈의 홍채가 옆으로 되어있다. 그것이 염소의 눈빛을 신비하게 만든다. 염소의 눈은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지 않고 마치 새로운 세상, 꿈의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염소는 “자신을 태워 속죄의 제물, 버려진 불모지를 생성의 땅으로 바꾸는 유목문화의 희생양이기 때문에 죽어야 하는 창조적이 개념”이라며, 이것이 “참된 자아를 찾아 새로운 삶을 탐구하는 사유의 여행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염소의 눈빛에 매혹된 그는 인생의 화두를 사색, 사유로 정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사색과 사유라는 이야기를 염소를 통해 전하기 시작한다. 그는“염소 자체에 대한 생태연구, 성격 연구를 하며 염소를 그리진 않는다. 염소는 사유와 같기에 사유를 표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뿐 이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사유를 언어적 도상으로 풀어가는 사유문자의 개념을 만든다. 사유문자란 동양적 사유에서 유추된 조형부호로 불명확한 미적 행위이다. 그는 “사유문자는 마치 염소의 눈과 같이 무한하다. 그래서 사유 문자와 그림을 접목시켜 그리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위인의 영정을 그리기 위한 연구
  고 노무현 전대통령 시절, 유관순 열사의 영정그림을 그리던 장호성 화백이 별세하면서 대신 그릴 화가를 공모했다. 이 공모에서 윤 교수가 발탁되며 염소 그림 뿐만 아니라 국가표준영정도 섭렵하기 시작한다. 그는 유관순에 이어 논개, 박팽년, 김만덕 등 많은 국가표준영정을 제작했다. 높은 품질의 영정그림으로 인정받기까지 그만의 노력이 있었다.
  얼굴의 경우 우선 얼굴연구소에 의뢰하여 위인의 종친과 직계후손의 얼굴을 촬영해 공통적으로 우성인자를 축출한다. 실제로 윤여환 교수는 정문부 장군의 영정을 그리기 위해 얼굴연구소를 통해 해주 정씨 종친 70명을 촬영한 뒤 약 1백 50여군데의 얼굴 동일유전인자를 축출해내어 해주 정씨의 표준 남자 얼굴을 만들었다. 그리고 표준 얼굴형에 정문부 장군의 인품을 추가적으로 삽입하여 완성한다. 이때 인품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정문부 장군과 관련된 역사적 사료를 검토하는 작업도 거친다. 또한 관상학까지 첨가하면 영정 그림의 얼굴이 완성되는 것이다.
  복식의 경우 출토복식연구소에 의뢰하여 옷을 제작한 뒤 체형이 비슷한 사람에게 입히고 그것을 기반으로 그림에 느낌을 살린다.
  국가표준영정제작 작가 중에서 영정 그림을 위해 이런 작업을 하는 작가는 현존하는 작가 중에서는 그가 유일하다. 이러한 과정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 때문에 이의제기,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윤여환 교수는 22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에 참가했다. 이번 아트페어의 기획 역시 ‘사유’이 며, 사유하는 갈대, 사유몽유, 사유의 꽃 등 일련의 사유에 대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다솜 수습기자    ddpc536@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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