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라고 하면 예비역들은 비무장지대 안에 설치된 국군의 관측초소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대전에서 GP는 Global People이란 동아리로 통한다. 별별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낯선 한국에 정을 붙이는 곳. 유학생들에게 진한 한국의 맛을 알려주려 민간 외교단을 자처하는 이들이 몰리는 곳. 그곳이 바로 GP다. 그래서일까? GP의 회장은 유학파에 세련된 이미지로 제법 외국물 먹은 인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김진선(지역환경토목·3) 군은 소박하고 털털한 토종 한국인이었다. 

  영어 벙어리의 도전
  글로벌 시대가 낳은 동아리 GP의 탄생은 외국인과 어울려보겠다는 한국 토박이의 결심에서 비롯됐다. 김 군은 창립 당시만 하더라도 영어 한마디 벙긋 못했다고 회고한다. 과도 지역환경토목과이다 보니 영어와 그리 가깝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 군대 복무 중 우연히 외국인 체육대회 봉사자로 참가하게 됐고 그 때 받은 문화적 충격은 GP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심어줬다고 한다. “나와 완전히 다른 외국인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대하고 나서 바로 GP를 구상했죠. 처음엔 영어가 안 되니 몸짓 손짓 다 동원해서 어떻게든 교류를 해보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첫 시작은 막막했다. 2008년에 갓 만들어진 GP는 각 대학교마다 광고를 내서 유학생들과 등산을 하고 가끔 자원봉사를 다니는 게 전부였다고 한다. 게다가 혼자서 대전의 모든 대학에 홍보를 하고 영어도 능숙하지 않은데 유학생들을 모으려니 일의 진척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김 군은 “1년이 지나 돌아보니 들인 노력에 비해 많은 성과가 나오지 않아 고민이 많았어요. 각양각색의 유학생, 한국학생들을 한 데 모아 결집시키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더군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은 그에게 시련만 주진 않았다. 우연히 알게 된 영문과 폴 리 교수님과 현재 부회장인 성은경(불문·3) 양은 그에게 새로운 눈을 뜰 수 있게 해줬다.
  영어 카페 토크홀릭의 매니저였던 부회장은 토크홀릭을 GP의 아지트처럼 사용할 수 있게 했고 재미교포인 폴 리 교수는 한국학생과 유학생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김 군은 이런 지원에 힘입어 Book Club이란 첫 정기 모임을 시작했고 Talking Club, GP MT, 유학생 한국어 가르치기 봉사, Exchange Class 등 이전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호응을 받은 건 Exchange Class. 김 군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유학생들과 영어를 배우고 싶은 한국학생들의 욕구가 교집합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Exchange Class가 GP를 활성화 시키는데 가장 크게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한다.
  또한 김 군은 GP 홍보부, 외국인 담당부 등을 만들며 서서히 조직체계를 잡아갔다. 회원 수도 점점 불어나 어느덧 4백50명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에 자신감이 생겨 올해 3월 1일에는 ‘GP의 밤’이란 문화교류 파티를 개최해 1백명이 넘는 사람들의 참가를 이끌어내는 저력을 보였다. 김 군은 “GP의 밤을 열었던 토크홀릭 카페 계단까지 꽉 찰 정도로 많이 왔었죠. 정말 뿌듯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학생활을 다 쏟아 부어도 괜찮아
  올해 4년 차 GP 활동을 펼쳐온 김 군은 처음과 달리 능수능란하게 영어를 구사한다. 특별한 노력은 없었다고 한다. “그냥 유학생들과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영어가 늘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그가 말할 때마다 간간이 튀어나오는 영어 발음은 썩 훌륭했다. 작년 2학기에는 교환학생도 다녀오며 토종 한국인 딱지를 뗐다고 한다.
  영어 능력도 늘었지만 그는 사람을 얻은 게 가장 보람 있다고 말한다. “어디 가서 유학생들을 이렇게 많이 만나겠어요. 유학생들의 국적도 콜롬비아, 캐나다, 일본,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등 매우 다양해서 같이 지내다보면 그 자체로 외국을 경험하는 셈이죠.”

▲토크홀릭에서 만난 GP 회원들. 윗줄에서 맨왼쪽에 있는 학생이 김진선(지역환경토목·3) 군이다.

    궁동 근처에 빌딩 하나를 사서 GP만의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김 군의 눈빛은 살아있다. 성공적으로 개최됐던 GP의 밤을 정기적인 행사로 정착시키고, Global Day라는 날도 만들어 유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의 교류를 더욱 활발하게 하려는 꿈을 쉼 없이 말하는 그는 아직 배고프다. 유학생들에게 한국의 술 문화 외의 건전한 문화를 더욱 알리고 싶다는 그의 행보에 응원을 더하는 바다.

글/ 김태영 기자 rkdldk22@cnu.ac.kr
사진/ 이햇님 기자 sunsoul422@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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