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초청 독창회를 한 박상록 교수

 

  1961년 한국전쟁 11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그리운 금강산’은 한국인이 오랫동안 사랑하는 명곡이다. 그런데 지극히 한국적인 이곡이 이탈리아 음악회에서 웅장하게 울려 퍼지며 관객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한 시를 인용해 만들어진 가곡의 가사가 이태리어로 번역돼 한국인의 정서를 퍼뜨렸다. 우리의 가곡을 성악의 본 고장인 이탈리아에 소개한 박상록 교수. 그에게서 이탈리아에 울려 퍼진 한국 가곡의 흥취를 맡아보자.

  안두희 기자(이하 ‘기자’): 독창회에 초청된 계기가 궁금해요.
  박상록 교수(이하 ‘박’):
2년 전 이탈리아 쿠네오시 음악대학에서 지우세페 지우스타 (Giuseppe Giusta) 교수가 대전으로 초청 공연을 하러 온 적이 있어요. 그 때 공연 연습을 함께 한 인연으로 이탈리아 공연을 가게 됐죠. 공연은 작년과 올해 두 번을 했어요.
  올해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이태리 가곡을, 2부에서는 한국 가곡을 불렀어요. 보통 독창회에서는 한 명의 피아노 반주자와 함께 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두 명의 반주자와 같이 했어요. 한국 가곡인 만큼 한국 연주자가 좋을 것 같아 2부에서는 피아니스트인 부인과 함께 호흡을 맞췄죠.

  기자: 이탈리아에서는 한국 가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박:
작년에 처음 한국 가곡을 부를 때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두곡만 불렀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그래서 올해는 조규남 뱃노래. 제비,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가곡 다섯 곡을 불렀죠.
  서양은 12음계를 사용하지만 우리 전통 음악은 5음계를 사용해요. 이러한 전통으로 한국 가곡도 5음계적인 기법을 담고 있죠. 한국 가곡이 음표가 많지 않고 화음도 단순한데 비해 표현력이 좋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는 것 같아요.
  또한 ‘뱃노래’ 같은 경우 뱃사공의 노를 저어가는 소리가 잘 표현돼 있는데 이 부분에서 이탈리아 관객들이 한국의 흥취에 빠져들었죠. 흥미로운 점은 ‘그리운 금강산’이나 ‘제비’ 같이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곡을 이탈리아 사람들 역시 좋아했어요.

  기자: 곡 선정이 주로 서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박:
한국 가곡이 다 서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저의 음악 성향인 것 같아요. 음을 부드럽게 이어서 부르는 레가토 창법에 특기가 있어서 가곡 선정도 주로 선율적이고 서정적인 곡으로 해는 편이에요.

  기자: 이탈리아에서 한국가곡, 한국 시를 소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박: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가곡을 듣고, 한국 시를 감상함으로써 한국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다고 생각해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말이 있듯이 세계화에 발맞추기 위해선 외국에 우리의 것을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런데 우리 문화·예술의 발전이 더딘 것 같아 아쉬워요. 선진국을 살펴보면 예술적인 측면이 잘 발달돼 있죠.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예술계에 대한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고 봐요.

  기자: 앞으로도 계속 한국 가곡을 알릴 생각인가요?
  박:
내년에도 이탈리아 공연을 하기로 했어요. 이번엔 쿠네오시가 아닌 다른 도시를 가볼 예정이에요. 다음에는 이태리 가곡 반, 한국 가곡 반을 선택해서 올해보다 더 많이 한국 가곡을 알릴 거예요. 또한 한국에서 음악회를 하더라도 이런 형식이 될 것 같아요.

   박상록 교수는 “요즘 젊은 학생들은 가곡 보다는 대중가요를 즐겨 듣는다.”며 “처음엔 가곡이 어려울지 모르지만 자꾸 듣다보면 이해가 되고 마음을 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한국 가곡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돌아온 박상록 교수, 앞으로는 정신없이 흘러가는 대중가요보단 그와 함께 한국 가곡을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

안두희 기자 doohee1010@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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