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의 꿈을 가진 그녀들을 만나다

▲우리학교 첫 여성학군단 후보생의 모습이다. 왼쪽부터 김세영, 김주연, 이소라, 이청아, 장윤영 양이다.
 

  지난해 11월 30일, 우리학교 여성학군단 합격자가 발표됐다. 바로 김세영(독어독문·3), 김주연(식품공학·2), 이소라(수학·3), 이청아(체육교육·2), 장윤영(정치외교·2) 양이다. 7.6:1의 경쟁률을 뚫은 그녀들은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장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직 앳된 소녀의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학교 첫 여성학군단 후보생을 만났다.

  이햇님 기자 (이하 ‘기자’): 여성학군단에 지원한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이소라:
저희 모두 군 장교가 꿈이어서 지원했어요. 저같은 경우는 중·고등학교 때 체육부장을 하기도 했고 군인을 해보는 것이 어떻냐는 주위사람들의 권유가 많았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 진로 결정을 잘 하지 못했다가 이번에 여성 학군단을 모집한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지원하게 됐습니다.
  김세영 : 제 이름에는 “세상의 용이 돼라”는 뜻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개인적인 행복보다는 세상의 행복을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찾던 중 여성 학군단 지원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봤어요. 장교로서 제 꿈을 펼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지원하게 됐어요.
  장윤영 : 저 역시도 평소 장래에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분단된 국가의 통일인데요. 이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군 장교라고 생각했어요.

  기자: 지원할 때 주변에서 반응은 어땠나요?
  김세영:
사실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여자 친구들은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를 많이 해줬지만 군대에 다녀온 남자 친구들은 걱정과 염려를 많이 했죠. 그래서 부모님도 걱정하실까봐 지원 전에는 말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합격한 후에 말씀을 드리니 제가 자랑스럽다며 기뻐하셨고, 그 모습을 보니 뿌듯했어요.

  기자: 시험 준비를 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김세영:
필기시험, 면접시험, 체력시험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체력시험이 어려웠죠. 매일 앉아서 공부만 하다가 온 몸을 움직이려니 힘들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체력시험 중에서도 오래달리기가 가장 힘들었는데, 종점을 향해 끊임없이 달리면서 나 역시도 장교의 꿈을 위해서 끊임없이 질주하겠다고 마음먹었죠. 앞으로도 부족한 체력을 보강하고 훈련이 있을 때마다 처음 마음가짐을 되새기며 최선을 다 할 거예요.

  기자: 현재까지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궁금해요.
  이소라:
매일 아침마다 여성 훈육관님이 오셔서 달리기와 윗몸일으키기를 지도해 주세요. 또한 이번 달 10일에 있을 ‘기초군사훈련’의 연습훈련으로 2주 전에는 2박 3일 동안 집체(集體)교육을 받았어요. 여기에서 제식*, 군가 등 군대 예절을 배우고 체력단련을 했어요. ‘기초군사훈련’은 이번 달에 3주 동안 진행되는데 처음 받는 큰 훈련이다보니 걱정이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제가 원해서 한 일이고 제 꿈이 있기에 잘 해낼 거라고 믿고 있어요.

  기자: 학군단이 된 후 보람찼던 적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김주연:
집체교육을 받았을 때가 아니었나 싶어요. 다섯 명 모두 기숙사에 같이 살았는데 훈련이 끝난 뒤 저녁에 힘들었던 점을 함께 이야기하고 서로 격려했어요.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라 이야기를 나눌수록 우리의 꿈에 한발 더 내딛는 느낌이 들었어요.

  기자: 아무래도 첫 여성학군단 후보생이다 보니 부담감이 많겠어요.
  장윤영:
많은 사람들이 첫 여성학군단이라서 메리트가 있겠다는 말을 많이 하곤 해요. 그래서 그에 따른 부담감도 만만치 않아요. 우리의 활동에 따라서 우리학교 여성 학군단의 존폐여부가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저희가 열심히 활동해 52기 여성학군단에도 지원자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김세영: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기 마련인 것 같아요. 여성학군단을 하게 되면서 여자로서 포기해야 하는 점이 있었지만 그건 저의 꿈을 위한 첫걸음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들이 ‘첫 여성 학군단’이라고 보는데 그보다는 다 같은 ‘51기 학군단’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기자: 사실 여성학군단에 대해 남성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이청아:
맞아요. 제가 처음 여성학군단에 지원했을 때도 주위사람들이 걱정 어린 시선을 많이 보내곤 했어요. 하지만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국가안보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긴 하지만 전혀 모르는 건 아니에요. 인터넷에서 말을 쉽게 하는 일부 여성들로 인해 선입견이 생긴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며 여성들도 국가안보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이런 시점에서 여성학군단은 선입견을 완화시키는 데 이바지할 거라고 생각해요.
  김주연: 아직 정식으로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말하는 걸 들을 때면 상처를 입곤 해요. 앞으로 우리가 묵묵히 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라는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믿고 지켜봐 준다면 멋지게 해낼 자신이 있어요.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소라:
우선 2011년 새해에 있을 기초군사훈련을 무사히 마쳤으면 좋겠어요. 또한 우리학교가 최우수 학군단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저 또한 부족한 체력을 보강하고 많은 사람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행동할 거예요.
  장윤영: 사람들이 여성학군단을 생물학적인 성별의 차이가 아닌 사회적 위치의 여성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사회적으로는 남자나 여자나 모두 같은 군인이에요. 우리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여군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리라 믿어요.

  그녀들은 아직 정식으로 활동을 하진 않았지만 벌써부터 행동과 걸음걸이를 조심하게 된다고 말한다. ‘첫 여성학군단’은 그녀들에게 짐일 수도 있지만 그 짐은 오히려 그녀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나갈 그녀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제식: 대열을 짓는 훈련을 할 때 쓰도록 규정된 격식과 방식.

글/사진 이햇님 기자 sunsoul422@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