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문화원장 전창곤 동문

 

  시내의 정신없이 돌아가는 네온사인의 거리를 벗어나 한적한 길목에 접어들면 아담한 집 하나가 보인다. 아늑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이 집은 지나가는 이를 붙잡는 매력이 있다. 바로 대흥동의 프랑스문화원(분원)이다. 이곳의 문을 열면 이 문화원의 매력에 꼭 맞는 한 사람이 보인다. 추운 날 따뜻하고 달달한 코코아를 타주는 외국 동화책에 나오는 할아버지의 느낌처럼 편안한 프랑스문화원장 전창곤(불문·77) 동문이다. 문화원에 오는 손님들과 대화도 한 마디씩 하고 사진도 찍어주는 등 전창곤 씨는 프랑스문화원의 가슴 따뜻한 주인이었다.

  ◆프랑스의 매력에 빠지다=“프랑스에 대한 동경을 갖고 불문과에 들어갔던 건 아니었다.” 그는 특별한 이유 없이 불문과 학생이 됐다. 하지만 불어원어연극을 하면서 프랑스 문화를 배우고 싶은 의욕이 생겼고 학교를 졸업한 뒤 1984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프랑스어를 완벽히 익히고 가지 않았기 때문에 가톨릭 모임에 나가 언어를 익혔다. 정말 기초부터 시작했지만 결국 파리10대학에서 문학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는 “문학을, 특히 희곡을 공부하다보니 문화, 예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문화, 예술에 대한 식견이 없으면 문학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문화, 예술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대흥동 문화원에서 느낄 수 있었다. 프랑스 문화원은 프랑스 언어와 문화를 전파하는 공간이다. 용문동 문화원(본원)에서는 프랑스어 강의를 하는 반면 대흥동 분원에서는 주로 프랑스의 문화에 대한 강의를 한다. 현재는 조형예술 강의 중이다. 또 북카페로 꾸며진 대흥동 문화원 1층은 조그만 예술도서관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예술서적이 많다. 2층은 갤러리로 매달 다른 전시가 열린다. 이번 달에는 송병집 화가 전시회를 하고 있다. 프랑스 문화원에서는 프랑스 외무성, 대사관을 통해 오는 행사들을 우선적으로 하지만 지역문화를 살리기 위해 국내 화가 전시회나 음악인들의 공연을 하기도 한다.

  ◆유학생활의 수집 재미=전 동문은 프랑스 유학 시절 수집가 생활을 하며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자료 모으는 걸 중요시 여겨 문화행사의 안내장, 포스터 등을 많이 모았다.”고 말했다. 이 때 모은 것들을 지금도 소장하고 있다. 그는 이뿐만 아니라 예술품도 많이 수집했다. 특히 판화가 배운성의 작품을 많이 모았다. 배운성은 1923년 한국 최초로 유럽으로 유학을 간 화가로, 한국전쟁 때 월북해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전 동문은 배운성 화가의 작품을 거의 다 수집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유화, 판화 등 미술 작품을 많이 모아 국립 미술관이나 대전 시립 미술관의 전시회에 빌려주기도 한다. 그의 수집가적 면모는 문화원에서도 가감없이 드러난다. 모았던 타자기도 문화원에 빈티지한 분위기를 만들어보기 위해 갖다 놓았다.

  34년의 적지 않은 시간을 한 가지에 몰두하며 보내는 것이 지칠 것도 같은데 전창곤 씨는 프랑스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듯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18년 동안 지내면서 좋았다고 생각한 문화나 예술 등을 대전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양질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시민들이 보다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자연 기자 hyaline1198@cnu.ac.kr
사진/ 이햇님 기자 sunsoul422@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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