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후 총 74회 헌혈한 이희락(금속공·4)군

헌혈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일부를 떼내어 다른 사람에게 주는 숭고한 행동입니다.


  필요성을 느끼지만 선뜻 하기엔 왠지 망설이게 되는 일이 있다. ‘헌혈’도 그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꽃길축제 첫 날, 초여름 날씨처럼 햇빛이 눈부시던 오후 제1학생회관 헌혈차 앞에서 입학 후 지금까지 총 74회의 헌혈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희락(금속공·4)군을 만나보았다.

#1. 첫만남

“아∼진짜 사진 안 찍으면 안될까요?”

사진에 대한 거부감이라기보다는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낯가림과 어색함 때문으로 보였다. 포즈를 잡고 플래시를 터뜨리기까지 망설이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자신을 내세우기 싫어하는 사람, 칭찬받을 일에도 겸손함을 앞세우는 사람의 이미지였다.

#2. 계기

  “선생님이 헌혈하면 수업시간에 잠자도 된다고 그랬거든요” 와장창. 엄청나게 대단한 계기가 있을 줄 알았던 기자의 기대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소리였다. 처음 헌혈을 하게 된 계기가 뭐냐는 질문에 너무도 태연히 대답한 그의 목소리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헌혈을 해보았는데 그 이후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해서도 꾸준히 헌혈을 해왔단다.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는 대전역 앞의 헌혈차를 주로 이용했는데 군대에 갔다 와보니 학교에 가끔 오던 헌혈차가 아예 정착해 있는게 편리했다고 한다. 처음의 계기는 그랬다손 치더라도 그의 끈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아니, 단순히 끈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다시 한 번 물어봤다. 

#3. 이유

  그가 그토록 꾸준히 헌혈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손쉽게 남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잖아요. 몸에 많이 무리가 가는 것도 아니고….” 대답이 참 간단하다. 명료하고 꾸미질 않는다. 멋들어진 기사를 쓰고 싶었던, 그래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멋있게 헌혈 좀 하라고 설득 내지는 반강요를 하고 싶었던 기자는 이쯤에서 맥이 빠진다.

#4. 보람

  대학교 1학년 때 백혈병에 걸린 친구 동생을 위해 자신이 모은 헌혈증 스무장 정도를 보낸 적이 있다고 한다. 종종 시간을 내어 헌혈하고 받았던 헌혈증이 보람으로 느껴졌던 순간이라고 했다. 사실 30분 정도의 시간만 투자하면 긴급히 피를 필요로 하는 응급환자의 목숨 뿐 아니라 이렇게 백혈병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는 일이다. 남을 돕는다는 건 어쩌면 어렵거나 거창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발상의 전환’ 갑자기 이 단어가 떠올랐다.

#5. 인터뷰를 마치며

  “1학생회관 앞에 매일 차가 있잖아요. 홍보는 어느 정도 됐을텐데 막상 헌혈하는 사람들은 적더라구요. 많이 좀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참여를 부탁하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취재수첩을 덮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데도 대뜸 “헌혈 하세요” 이런다. 아, 찔린다. 나도 직설적으로 나가야겠다. 우리, 헌혈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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