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축구팀 주장 우리학교 홍보도우미 터키에서 온 오메르(무역 ㆍ3)군

 

  얼마 전 구입한 중고차를 타고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아는 형(물론 한국인)’이 소개해 준 곳에서 싼값에 샀단다. 우리학교 외국인 유학생 축구팀의 주장 겸 미드필더를 맡고 있는 오메르(무역·3) 군. 본인보다 힘든 건 ‘코치님’과 ‘이한범 선생님’일 거라고 말한다. 한국에 온지 3년.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한국 사람을 만났다. 오메르와의 대화에서는 사람 얘기가 수도 없이 나온다. 대부분은 ‘좋은 사람’ 얘기다. “한국에서 제일 좋은 건 사람입니다. 전부 다 친절하고 서로 믿음 같은 게 느껴지고, 같이 얘기를 하고 있으면 웃게 돼요.” 그런 그는 이번 월드컵 때 한국을 응원할 거란다. 이유는 “터키가 안 나와서 그런 건 아니”고, “지금 한국에 살면서 한국 물 먹고 있어서”라고.

  기자: 공휴일(인터뷰는 6.2지방선거 날 진행)인데 유학생 축구팀이 다들 모였네요.
  오메르: 토요일에 대회(대학생활체육연맹 주최 영남권대학동아리축구대회: 우리학교 외국인 유학생 축구팀은 초청팀으로 참가)가 있습니다. 전국 대학교의 동아리나 축구팀들이 참석하는 건데요, 그 전에 연습게임이 있어서 왔습니다. 작년에도 나갔었는데 우리 팀은 너무 빨리 떨어졌어요. 올해는 김해로 갑니다. 한국에서 가봐야 하는 곳 중에 하나래요. 거기서 축구도 하고 구경도 하고 재밌게 있다 올 생각입니다. 사실 토요일 아침에 시작하는 건데 아시다시피 먼 곳이잖아요. 그래서 금요일 저녁에 그 곳으로 떠나고 경기를 합니다. 떨어지면 그냥 바로 오는데 이번에는 일요일 밤까지 있을 것 같아요.(웃음)
  기자: 자신 있나 봐요?
  오메르: 네. 솔직히 말해서 지난 학기에는 성적이 별로 안 좋았어요. 처음이라서 다들 잘 모르고 익숙하지 않아서 어려웠습니다. 누가 뭘 잘 하고 뭐가 부족한 지를 잘 몰랐어요. 근데 이번에는 우리들이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고, 연습 정말 많이 했고, 열심히 했고, 한 마디로 하자면 ‘죽을 뻔’ 했어요. 그래서 이번 학기에는 진 적 별로 없어요. 외국인 학생들이 서로 다 익숙해졌고 부족한 점도 별로 없어요. 그래서 이번엔 잘 할 것 같습니다.
  기자: 재밌는 일도 많을 것 같아요. 전에는 TV프로그램에 출연도 하고 그랬잖아요.
  오메르: 축구팀 하면서 재밌고 기억에 남는 일 엄청 많았어요. 예를 들면 TV 촬영 같은 것들 중에 아침의 세상? 아, 세상의 아침 되게 재밌었어요. 아리랑TV에서 촬영 왔을 때도 진짜 재밌었고.
  기자: ‘미남들의 수다’에서도 섭외 요청이 들어왔다면서요?
  오메르: 근데 거절했습니다. 그런 것 다 재미로 하고 웃기는 얘기만 해야 되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제가 그런 얘기들을 할 수는 있지만, 충남대 홍보도우미로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학교를 대표하는 외국인으로서 그런 웃기는 말들만 하면 좀 그렇잖아요. 그런 것들은 우선 제 주변의 교수님들이나 제 위에 있는 분들이 괜찮다고 하셔야 나갈 수 있는데요, 제 마음에도 별로 안 들어서 안 나가려고 합니다. 한국에 온지 아무리 오래 됐더라도 아직 부족한 것들 많잖아요. 모르는 단어들도 많고 사람들이 나쁘게 보는 것도 있고 그래서 안 하려고 합니다.
  기자: 주장을 맡았잖아요. 스스로 하겠다고 한 건가요?
  오메르: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주장이 됐고, 아직도 하고 있어요. 다른 애들 다 바쁘고 저만 할 일 없으니까 하는 것은 아니겠죠~ 맨 처음에 축구팀 생길 때 애들 찾으려고 한 명 한 명씩 연락을 해야 했는데 내가 많은 외국인 알고 있고 계속 연락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또 학교 홍보도우미를 하고 있으니까 애들이 주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유학생 축구팀한테는 축구를 잘 하는 것보다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이런 것들이 되게 중요합니다. 축구단의 가장 큰 목적은 유학생들이 한국에 익숙해지는 것이잖아요. 주장은 시간이 정말 많은 사람이 해야 좋은 것이지만, 사실 저는 엄~청 바쁩니다이.
  기자: 바쁠 만도 하겠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면, 제 주변에 오메르 군 알고 있는 사람들 도 굉장히 많거든요. 학교 홍보도우미는 할 만 한가요?
  오메르: 좋기도 하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도 많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도움이 되고 그런 것 정말 좋아요. 수강신청 같은 것 외국인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거고 한국 문화에 적응이 안 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런 것들 도와줄 때가 제일 기쁩니다. 한국 학생들도 외국인 학생들에게 그런 것들을 많이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아버지가 망명 보냈어요.(웃음)” 그가 한국에 온 이유다. 이스탄불에 있는 대학에 합격했지만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 유학을 오게 됐다고. 세계지도를 보여주면서 한 나라를 찍으라고 한 아버지에게 “아시아에 가겠다.”고 했단다. “아무것도 모르고 왔지만 오고 나서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는 오메르 군. 일과 사람 모두에 무한 애정을 갖는 그의 한국 생활에 더 사랑할 만한 일이 가득하길 바란다.

장애리 기자
sam0110@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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