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선배를 만나다>-간호학과 72학번 황관옥 선배와 03학번 박수아 후배

  간호학과 - 72학번 황관옥 선배와 03학번 박수아 후배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 오후, 하늘에 먹구름이 짙어 지더니 이내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세상의 모든 만물의 탄생을 축하하는 봄비이니라’ 문화동에 있는 충남대병원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봄비만큼이나 가볍다. “이제 2학년이 되어서 아직은 잘 모르는데 어떻하죠?” 연신 걱정을 하던 후배 박수아양에서도 봄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녀를 동행해 현재 충남대병원 간호과장으로 있으면서 호스피스 활동을 하고있는 황관옥 선배를 만나보았다.

후배: 호스피스란 무엇인가요?
선배: 사회에서 호스피스의 정의는 확실하지 않죠. 구체적으로 호스피스란 한 환자의 남은 여생이 6개월 정도라고 추정될 때 남은 삶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의미 있는 나눔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호스피스팀이 환자와 가족들의 주체가 되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죠.
후배: ‘호스피스팀’ 이라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 거죠?
선배:  우리병원에는 ‘호스피스팀’이 있습니다. 각 분야의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자원봉사자, 각 종교계 인물 등으로 구성되어 있죠. 이들은 한 환자를 위해 ‘현재 이 환자가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각 분야별 시각에서 고민하고 팀 회의를 거쳐 도와주는 것입니다.

호스피스는 편안하게 죽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닌 남은 삶을 아름답게 느끼며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것이란다. 혹 자신의 삶을 잘못 살아온 환자에게 삶의 마무리는 존중과 사랑을 받으며 외롭지 않게 갈 수 있도록 한다는 선배의 말이 한참 동안 뇌리에 남는다.

후배: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도 있다는데요?   
선배: 죽음에 대한 철학이 서있지 않으면 우울증이 걸리기 십상이죠.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여정입니다. 호스피스에게는 죽음에 대한 철학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별연습을 하고 보내는 것을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이라 느껴야 그 보람이 또 다시 에너지원이 되는 것입니다.
후배: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선배: 살아온 환경과 성격, 질병 등 제각기 다른 사람들을 대하죠. 그렇기에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있으나 저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측은하고, 외로워 보이는 환자가 있거든 그 환자를 찾아가 하루에 딱 15분만 대화를 해보거라. 그리고 내 마음을 나누어주고 가거라”라고 말이죠. 그들이 가진 고통을 나누고 오는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의미가 있는 있죠.

선배는 후배에게 당부한다. ‘사람을 보아야지 질병을 보아서는 안 된다’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질병이 아닌 사람을 보고, 인간의 열정을 보라 한다. 

후배: 학교 다닐 때 이야기 좀 해주세요?
선배: 문화동에 문리과 대학이 있고, 서대전 4거리가 3거리인 시절이었죠. 교양을 들으러 대흥동 의대에서 이쪽으로 오는 차안에 아카시아 향기가 그윽하게 들어오면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1학년 때는 여러 단대 학생들이랑 함께 수업을 듣고 교류도 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계기가 됐었어요. 카톨릭학생회에서 무의촌 봉사활동을 하고 적십자 동아리에서 노력봉사를 했었죠. 그 당시 농촌을 가서 아이들을 교육시키며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깨우쳐주어야 겠다’ 라고 결심을 하고 4년 내내 봉사활동을 했죠. 그래서 말인데 요즘 학생들도 동아리 활동이나 자신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해보았으면 좋겠어요.

93년 보건대학원을 졸업하고 다시 공부를 하고자 사회복지대학원에 들어가 올 2월에 졸업을 하셨단다. 나중에 병원을 떠나도 봉사활동을 하고싶은 마음에서다. 조산사로도 정신과에서 정신장애인을 돌보기도 하셨다는 선배는 지금도 상담봉사를 비롯, 장애인 노력봉사 등 여러봉사활동을 하고 계신다. 

후배: 호스피스 활동을 하시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 인가요?
선배: 환자와 나의 감정이 교류됨을 느낄 때죠. 호스피스 봉사자 교육 때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환자한테 마음을 열고 그대로 받아들여 그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얼마나 힘드세요?”라고 물어보라고요. 그 환자의 마음을 녹이고 그 사람의 고통을 느낄 수 있죠. 하지만 환자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갈 때 참 안타깝기도 합니다.  
후배: 호스피스 활동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선배: 기술적인 것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배우면 되니까요. 하지만 인간존중에 대한 태도와 배려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환자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후배: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선배: 항상 긍정적으로 살면서 무엇인가 자기를 쏟아낼 수 있는 투자를 하세요. 안 되는 거 탓하는 거 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기꺼이 기쁘게 하다보면 나중에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있을 거예요. 참 방학 때는 자신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다양한 공부도 했으면 좋겠어요.

발랄하고 자기표현이 강한 요즘 학생들이지만 체력이 약해진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한다. 기쁘게 살면서 자기를 관리하고 끊임없이 자기성찰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넓혀가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신다. 병원을 떠나고 나면 혼자 살기 어려움이 있는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선배. 호스피스 봉사나 상담봉사는 자신의 체력이 다하는 날까지 할거라고 한다. 그동안 ‘나눔’의 의미를 잊고 살지는 않았나?’ 부끄러움이 앞선다. 인터뷰를 마치고 오는 길. 어느새 나의 손에는 선배가 죽음과 호스피스에 관한 책이라며 건네 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란 책이 들려있다.


글/사진 이진경기자 ljg416@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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