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만나는 TV 남녀 탐구생활> 스토리작가 승정연 양

 

  지난해 돌풍처럼 나타난 프로그램이 있어요. 말투에서 짐작할 수 있듯, tvN<재밌는TV 롤러코스터>의 <남녀 탐구생활>이에요. 독특한 내레이션과 남녀 모두에게 공감을 살 수 있는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어요. 결국 책으로도 나왔어요. 글이 어려울까봐 만화책으로도 나왔어요. 바로 <만화로 만나는 TV 남녀 탐구생활>이에요. 이 만화 속 이야기를 각색한 우리학교 승정연(언론정보·4) 양이에요. 여자는 스토리작가이자 만화가에요. 이제부터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요.

  5년 만에 다시 찾은 꿈
  승정연 양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만화와 관련된 학과에 진학하려 했다.”고 말할 정도로 만화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만화 관련 학과가 있는 곳은 주로 사립대학 이었다. 학비부담이 심했고 승 양은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집안의 반대도 있었다. 결국 그녀는 “직접 만화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만화 관련 방송의 길을 찾고자 언론정보학과에 오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꿈을 이루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만화 시장이 작은 우리나라에서 만화영화 일을 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녀는 “취직을 해야 할지, 언론고시를 볼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승 양은 미리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친구들과는 달리 준비돼있지 않았다. 언론정보학과 웹진인 ‘꼼’에서 6개월간 만평 연재를 했지만 시사만화는 그녀가 진정으로 원했던 길이 아니었다. 고민을 하던 중 그녀는 결심을 했다. 재작년부터 한겨레 출판만화학교에서 만화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만화를 하기로 했어요.” 여전히 만화 산업엔 길이 많지 않다. 그렇지만 그녀는 “어려운 만큼 하는 사람도 적으니 열심히 노력하고 투자하면 길이 보이겠죠!”라고 말한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만화라고 그림 몇 장 그리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만화는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녀도 처음에 혼자 만화의 모든 면을 완성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짧은 만화라고 해도 기획이 필요하고 스토리를 만드는 스토리 작가가 있어야 한다. 창조된 스토리 위에 콘티를 만든다. 그리고 그 콘티 위에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혀야 비로소 만화가 완성된다. 승 양도 만화를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한 뒤에야 이 모든 것을 깨우쳤다. 그녀는 “그림 몇 장 그리는 단순한 작업은 아니다. 그러나 시나리오, 장소, 배우 등 여러 가지 요소를 필요로 하는 영화와 달리 펜과 종이만 있으면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만화는 펜과 종이의 미세한 예술이라는 것이 그녀의 신념이다.

  끝없는 노력, 그리고 성공
  “자신이 없다.”, “배우는 내용이 어렵다.”라고 말하지만 승 양은 이미 실력파 작가다. 작년 그녀는 많은 신인작가들이 등단하는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에서 <영혼보석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탔다. 행운은 한꺼번에 찾아왔다. 인기를 끌고 있던 <남녀 탐구생활> 제작진 측에서 만화로 <남녀 탐구생활>을 표현해 줄 스토리 작가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이것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녀도 작가 모집에 기획서를 써 참여했다. 방송의 내용과 그녀의 생각이 반반씩 나타나도록 각색했고 또한 방송의 특이한 내레이션을 사용한 고민상담코너, 남녀차이설명, 뇌구조 파악 등을 통해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그리고 그 많은 기획서 중 그녀의 기획서가 뽑혔다. “<남녀 탐구생활> 측에서는 방송의 이미지를 깨지 않는 젊은 작가를 원했는데, 운이 좋게 이들의 눈에 띄었던 것 같다.”고 말하는 겸손한 그녀지만 사실 피나는 노력으로 이 자리에 올라왔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배우고 있다. “지금도 어렵지만 처음엔 기본적인 기승전결을 짜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스토리 작성이 쉬운게 아니더라.” 승 양은 현재 창작만화를 통해 스토리 작가가 아닌 글·그림 작가로 웹툰으로 나서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남녀 탐구생활>에 ‘정연’이라는 필명을 썼다. 그녀는 “방송은 재미있었는데 만화로 보면 그 재미를 반감시킬까봐 부끄러웠다. 이번 책은 각색을 시킨 것에 불과하지만 실력이 향상되면 성까지 붙여서 나를 드러내겠다.”고 한다. ‘승정연’ 이라는 온전한 이름을 쓰게 될 때까지 그녀의 펜과 종이는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박재만 기자
skunk@cnu.ac.k 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