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혜 교수의 작품세계를 미리 보다.

 

   늦은 밤. 무용학과 연습실에서는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장단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오는 16일과 17일 있을 해학무용극 〈미얄〉의 공연을 위해 연습 중인 ‘정은혜무용단’ 단원들이다. 장단에 맞춘 해학적이고 역동적인 춤. 비록 대사는 없지만 단원들의 몸짓만 보고도 극의 내용을 알 수 있다. 단장인 무용학과 정은혜 교수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단원들을 지휘한다. “요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봉산탈춤을 현대적으로 재탄생 시켰다.” 정 교수의 말처럼 작품에는 현대인의 삶이 녹아 있었다.  

  미얄의 재탄생
   미얄은 봉산탈춤의 일곱 번째 마당에 등장하는 인물로 남편의 구박을 받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 정 교수는 이런 미얄의 어린 소녀시절에서부터 새롭게 공연을 구성했다. 현대적인 요소를 추가하여 미얄이라는 인물을 재탄생시킨 것이다.
   그녀가 재창조한 작품의 내용은 이렇다. 부모가 정해준 얼굴도 모르는 남편과 결혼한 미얄은 아이를 낳아 평온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 전쟁이 터져 남편이 전쟁터로 끌려간다. 끌려간 남편은 돌아오지 않고 미얄은 남편을 찾아 나선다. 한편 남편은 전쟁을 끝내고 지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여인을 만나고 그 여인의 유혹에 빠져 새살림을 차리게 된다. 남편은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잊고 살다가 우연히 장터에서 미얄과 재회한다. 남편과 미얄이 반가움에 서로 붙들고 즐거워 하던 중 이 모습을 본 첩이 질투심에 불타 미얄을 죽이게 된다. 미얄이 죽은 후, 그녀의 넋을 달래는 의식을 행하며 공연은 막이 내린다.
   사실 정 교수와 미얄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1년 〈미얄 삼천리〉라는 작품을 이미 공연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번 작품은 〈미얄삼천리〉를 모티프로 해서 80분 정도 분량으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하필 미얄일까? “한국에는 다양한 여인상들이 많지만 그 중 기구한 삶을 산 가장 전형적인 인물인 미얄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현대적인 요소를 추가해 미얄을 재탄생 시킨거죠.” 그녀가 미얄을 선택한 이유다.  

  미얄이 말하는 것
   작품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우리나라 전통 여인네들이 갖고 있는 한이기에 그 속에는 우리나라 여인들의 슬픈 현실 또한 나타난다. “전쟁 때문에 애지중지하는 아들이 죽고, 남편과 헤어지고, 혼자 남편의 사진을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은 오늘날의 남북이산가족의 현실을 나타내고 있어요. 그리고 30년 만에 만난 남편이 다른 여자(첩)하고 살고 있을 때, 그리고 미얄이 첩한테 맞아 죽는 장면은 한국 여인들의 기구한 삶을 표현하는 것이고요.”
   공연에서 정 교수는 죽은 미얄의 혼으로 직접 출연한다. 미얄의 혼이 나오는 장면은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영감의 첩한테 맞아 죽은 미얄의 혼이 모든 것을 짊어지고 떠나는 장면은 남은 여인들이 맺힌 한 없이 새로운 세상에서 잘 살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해학무용극의 세계화
   그녀는 2002년 이 공연을 본 멕시코 한국문화원장의 초청으로 멕시코 8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했다. 그녀는 그 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멕시코는 춤 문화가 많이 발달되어 있어요. 문화적 차이가 커 공감대 형성이 힘들 거라는 우려와는 달리 관중들의 호응이 대단했어요. 공연이 끝난 후 전부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쳤고 이동 할 때에는 사인을 해달라는 멕시코 관객들로 정신없었죠. 때문에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공연 중간 중간에도 멕시코 관객들의 호응은 대단했다고 한다
   ‘해학무용극’ 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그녀의 작품에는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웃음 코드가 있다. “미얄의 신혼 첫날밤 장면에서 신랑이 미얄의 못생긴 얼굴을 봤을 때, 미얄이 기겁해 도망가려던 신랑을 붙잡아 겁탈하듯 신혼초야를 치르는 데 멕시코 관중들 모두가 박장대소를 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룬 것은 우리나라 전통 여인들의 한의 정서다. “미얄이 전쟁 중에 아이를 잃었을 때와 첩한테 맞아 죽었을 때의 비통한 장면에 멕시코 관중들 모두가 눈물을 흘렸죠.”

   정은혜 교수는 “춤은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모든 대중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 한다. 그녀는 관객들로부터 그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한밤중에도  연습실의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다. 


  공연일시: 4월 16일 (금) 19:30, 17일(토)19:00
  장소: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

 

조명근 기자 gentlemk89@cnu.ac.kr
사진/ 문수영 기자 symun@cnu.ac.kr

①  한 여인이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는 미얄의 남편을 유혹하고 있다

 

②  첩이 미얄과 남편의 재회를 질투하고 있다.

 

③ 미얄의 넋을 달래는 의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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