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새내기 인터뷰

 

한국 고등학교 졸업 후 우리학교 영문과   입학한 로마 군

  올해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새내기는 총 다섯 명. 그 중 대표로 대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리 대학에 지원한 로마(영문·1) 군을 만나봤다. 그의 국적은 ‘김태희가 밭을 갈고 한가인이 소를 끄는 곳’이라 불릴 정도로 미인이 많은 나라,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이다. 그 말을 전했더니 쑥스러워 하면서도 “그런 얘기 많이 하더라.”고 인정한다. 웃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즈벡이 미녀만 많은 나라는 아닌 듯싶다. 아니나 다를까, 꿈이 영화배우란다. “인터뷰는 처음이라 진짜 긴장된다.”고 하더니 꿈 얘기가 나오자 눈이 반짝이는, 영락없는 새내기다.

  기자: 어떻게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생각을 한 거예요?
  로마: 중학교 때 한국어를 배우는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제가 그땐 공부를 좀 잘 했어요.(웃음) 지금은 못 하지만. 아무튼 그 동아리에서 한국어 테스트를 했는데 점수가 잘 나왔어요. 그때 처음으로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자: 아, 중학교에 한국어 동아리가 있었어요?
  로마: 네. 애들도 많았어요. 우즈벡에서 한국 이미지 괜찮아요. 그래서 한국어 배우려고 하는 사람도 많고요. 텔레비전에서도 한국 드라마 많이 해요. 그, 오래 전에 본 거라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머리가 (앞머리가 길어 눈을 가리는 손짓을 하며)이렇게 긴 남자. 아, 누구더라. 재우? 조?” (“안재욱? 혹시 ‘별은 내 가슴에’ 말하는 거예요?”) 아, 맞아요. 안재욱! 인기 많았어요. 그런 거 보면서 한국에 대해 관심 가지게 됐어요.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어요. 한국 간다고 하니까 부모님도 허락해주셨어요. 아는 우즈벡 형이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에 다녀서 저도 그 학교에 가기로 한 거예요. 충대 영문과에 오게 된 것도 형 때문에.(웃음)

  기자: 생활하면서 어려운 건 없었어요?
  로마: 말 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특히 단어 외우는 게 가장 어려워요. ‘그나마’ 같은 말뜻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아, 그리고 먹는 것. 너무 맵고 짠 것들이 많아서. 그리고 우즈벡에는 바다가 없어요. 그래서 해산물을 안 먹어요. 오징어라는 걸 여기 와서 처음 봤는데 진짜, 음, 못 먹겠어요. 불고기는 정말 좋아하는데 오징어는…… 생긴 것도 이상하고 맛도 좀.
  기자: 하하. 대학생활은 어때요? 생각보다 힘들지 않아요?
  로마: 좀, 심심해요.(웃음) 한국인 친구 별로 없어요. 외국인 친구들은 제가 전화할 때 마다 다 ‘약속있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기숙사에 있는 시간이 많아요. 공강 시간에는 과방에 가고요. 수업은 통합영어, 식생활과 다이어트, 운동과 건강, 국어작문이랑 전공 수업 두 개 들어요. 정치외교학과에 우즈벡 선배가 있는데 수강 신청할 때 도와줬어요.
  기자: 어떤 수업이 제일 어려워요?
  로마: 국어작문이요. 식생활과 다이어트는 선배가 재밌고 쉽다고 해서 들었는데 국어작문 다음으로 어려워요.

  기자: 노는 건 어때요? 우즈벡 대학교와 많이 다른가요?
  로마: 아, 저는 중학교 끝나고 바로 와서 잘은 몰라요. 그런데 우즈벡 대학생들은 술집에서 노는 것보다 집이나 들판에서 바비큐 파티 같은 걸 많이 해요. (대전으로 치면) 갑천 옆에 풀밭 같은 데서 고기 구워 먹으면서 얘기 하는 것처럼. 우즈벡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노는 걸 좋아하거든요. 아, 제일 놀랐던 것은 후배들과 선배들 관계가 좋은 거예요. 우즈벡은 별로 그렇지 않거든요. 여기는 다 같이 술 마실 때 재밌게 놀아요. 새터 갔을 때 진짜 재밌었어요. 게임도 하고. 저희 과에 어떤 남자 선배가 있는데 우리 앞에서 술 마시고 춤추는 게 너무 웃겼어요. (선·후배가 같이 노는) 그런 모습들이 많아요.
  기자: 앞으로 학교 다니면서 뭐하고 싶어요?
  로마: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영화 제작 쪽인데. (“영화감독이요?”) 아뇨, 배우……. 배우 중에 브래드 피트를 제일 좋아해요. 그런 스타일이 좋아요. 어렸을 때부터 스릴러 영화를 많이 봐서 관심이 많거든요. 아,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어요. 여기서 한국어랑 영어 공부 계속 하다가 나중에 미국 가서 배우 일을 하고 싶기도 해요.

  “술자리에서만큼은 끝까지 남아 있는다.”는 ‘개념 새내기’ 로마. 선배와 동기들에게 예의를 차리느라 그런 줄 알았는데 “보드카를 즐겨 마시는 나라에서 와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인다. 이유야 어쨌든 앞으로 선배들한테 사랑받을 일만 남은 것 같다. 그와 친해지고 싶다면 가벼운 술자리를 청하는 것도 좋겠다. 안주로 오징어만 피한다면 말이다.

글, 사진 / 장애리 기자
sam0110@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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