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대학원 최연소 합격자 박환희(의학전문대학원·1) 군

 

   “천재는 아닌데…. 기분은 좋네요.” 비범함 보다 풋풋함과 장난기어린 얼굴이 돋보인다. 대전과학고, 카이스트를 조기졸업하고 최연소로 의전에 합격한 그는 많은 언론에서 ‘천재’로 소개된 박환희(의학전문대학원·1) 군이다. 그가 대학원 새내기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2주일, 그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은 영락없는 ‘새내기 박환희’를 만났다.

  기자: 학교생활은 어때요?
  박환희(이하 박): 또래친구가 없어서 섭섭하지만 그래도 굉장히 즐거워요. 봉사동아리도 들었고 지난 주에는 선·후배간 대면식이 있어서 정신없이 보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수업이 참 좋아요. 예전부터 생물학은 많이 들었지만 의학에 관련된 생물학은 처음이거든요. 근데 다음 주부터 해부 실습하는데 그게 조금 걱정돼요. 제가 공포 영화 같은 것도 잘 못 보거든요. 그래도 채혈 실습은 괜찮았으니까, 뭐… 그것도 익숙해지면 괜찮겠죠.  
  기자: 그보다 나이가 어려 불편할 것 같은데 괜찮나요?   
  박: 수업특성상 고등학교 때처럼 정해진 교실에서 정해진 사람과 공부해요. 그러다 보니 친해질 수밖에 없어요. 또 저는 아무래도 인생경험이 짧은데 산전수전 다 겪고 이곳에 온 동기 형들에게 배울 것이 많아요. 모두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은 분들이고 생각이 깊으신 분들이거든요. 정말 충격이었던 건 앞자리에 앉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거예요. 9시 수업이면 7시에 와서 자리를 맡아 놓고 가요. 제가 예전에 카이스트 다닐 때는 대리 출석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다들 뒤에 앉으려 하지 않나요? 
  기자: 대체로 그렇죠(웃음).
  박: 저는 항상 수업 시작 바로 전에 도착해 뒷자리에 앉아요(웃음). 이제 저도 형들보고 배워야죠.
  기자: 왜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올 생각을 하셨어요?
  박: 사실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에요. 카이스트 다닐 때 봉사활동 동아리에 들었는데 한번은 의료봉사를 간적이 있어요. 그런데 도와주고 싶어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그 때 어렴풋이 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카이스트)3학년 1학기 때부터 준비하게 됐어요. 과학도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근데 의사는 달라요. 제 전공인 생물학으로 바로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기자: 다른 공부도 해보고 싶지 않나요?
  박: (카이스트) 2학년 때 경영학을 배워보고 싶어서 그 쪽 복수전공을 했었어요. 한 때는 MBA도 해볼까 고민한 적도 있고요. 제가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교양도 남들보다 많이 들었는데 미술이나 세계사도 좋아했고요. 주위사람들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진짜 해보고 싶은 거 하는 거니까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그렇게 막 듣다 보니까 어느 순간 학점이 꽉 차있더라고요. 그래서 조기졸업도 가능했던 거고요.
  기자: 조기졸업해 아쉬운 점은 없나요?
  박: 저는 대학생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한 것 같아요. 밴드도 했었고, 학생회 활동도 했었고, 해외 봉사활동도 해봤고….
  기자: 와, 진짜 많은 경험을 했네요. 최연소 합격자 같지 않아요.
  박: (웃음)그럼요. 그래도 3년간 대학생활을 했는데요. 남들보다 조금 빨랐을 뿐이에요. 수능안본 것만 빼고 다 똑같아요. 근데 기사에는 제 나이가 20살로 표기돼 있더라고요. 어떤 곳은 19살로 표시된 곳도 있고요. 사실 저 우리나라 나이로 22살이에요. 그런데 신문사 기자는 어떻게 뽑아요? 저도 할 수 있어요?
  기자: 음…. 문화동 캠퍼스에서 대덕캠퍼스까지 와서 활동할 수 있으면 될 것 같긴 한데….
  박: 하긴 이제 별로 여유도 없을 것 같네요.
  기자: 아직 해 보고 싶은 게 많은가 봐요.
  박: 네, 그렇지만 다른 것을 경험하지 못한다고 해서 제가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아요. 제가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게 된 것도 저에게 뭔가 딱딱 들어맞는 길이었다고 생각하고요. 중학교 때 과학고등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였고, 그러다가 생물학이 좋아서 생물학과를 택했고(의학전문대학원 입학시험을 보기위해 꼭 공부해야할 과목이다), 어쩌다보니 조기졸업하게 됐고 또 어쩌다보니 의전에 합격하고…. 남들에 비해 순탄했죠. 의사는 제 운명인 것 같아요.

   박환희 군은 어릴 적 눈을 심하게 다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환자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안과의사가 되어보고 싶다고. “나중에 과 선택할 때 제가 경험했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과를 선택하고 싶어요. 겪어보지 않으면 얼마나 아픈지 모르잖아요. 그래도 제가 조금이라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아픔으로 환자와 공감하고 싶어요.”

한단아 기자 danazzz@cnu.ac.kr
/사진 문수영 기자 symun@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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