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10학번 모여라!’ 클럽 운영자 유영훈(심리·4) 군을 만나다

 

유영훈 (심리ㆍ4)

  좋은 선배는 후배가 기댈 수 있는 듬직함과 동시에 후배를 편안하게 해주는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다. 유영훈(심리·4) 군의 첫인상은 오랜만에 보는 사촌오빠 같은 친근함과 고민이 있을 때 02학번의 관록으로 훌륭한 조언을 줄 것 같은 든든함이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온라인 클럽 ‘충남대 10학번 모여라!! 대학생활의 모든 것’ 운영자의 모습이 더 잘 어울리기도 한다. 대학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들의 배움터로 자리매김한 이 클럽은 올해로 4년째 선·후배 간 교류의 장으로 지속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그에겐 3천3백60명의 후배가 생겼다. “다른 사람을 잘 챙길 것 같다.”고 하니 “오지랖이 넓은 거죠.”라며 수줍게 웃는 만인의 선배를 만나봤다.

  ■ 대학생활, 술자리 말고도 다양해요 신입생들은 꿈과 낭만을 갖고 대학에 들어온다. 하지만 대부분은 유희 위주의 대학문화에 휩쓸려 대학생활의 에너지를 탕진하고 허무해 한다. 유영훈 군은 이런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대학문화가 술에만 치우치는 것이 싫었고 그걸 바꾸고 싶었어요. 사실 전 사회생활을 1년 정도 하고 대학에 들어왔는데, 사회생활이 진짜 만만치 않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3학년 말, 졸업 전에 후배들에게 대학생활에 대해 조언해 주고자 이 클럽을 만들었다.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대학생활은 정말 중요해요. 그래서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생활을 만들고 싶었죠.” 그는 학교 내 봉사단, 교환학생, 스터디 등 대학생활을 건전하고 알차게 보낼 수 있는 활동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선배들의 역할이다. “선배들이야말로 좋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지식 인프라를 구축하는 가장 훌륭한 멘토죠.” 유영훈 군은 직접 이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 개인 상담을 하기 위해 쪽지를 보내는 학우들에게 상담을 해주고, 신입생들이 입학하기 전에 그


“뭘 하든지 에너지가 들어요. 가장 좋은 에너지를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죠”


들과의 모임을 통해 대학생활의 전반적인 방향을 잡아준다. 실제로 그는 이런 교류를 통해 조금은 멀게 느껴질 수 있는 학번인 08학번의 한 후배와 특히 친해졌다. “그 아이는 군대 휴가 나와서도 저 찾아오고 그랬어요.”라며 웃는다.
  ■ 20대=에너자이저 지금은 술에만 치우친 문화에 대해 비판하지만, 한때는 그도 술을 즐겼다. 다만 즐긴 시점이 빨랐을 뿐. “전 중·고등학생 때 술, 담배 다 해봤어요. 방황을 많이 했었죠.” 남들 공부할 때 겪은 방황으로 인해 대학진학은 생각도 못해보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적은 나이에 비해 사회에서는 성공한 편이었죠. 그런데 사람은 다 때가 있다고 하잖아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득 ‘지금 시기를 놓치면 영원히 공부를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즉시 일을 그만두고 두 달 동안 하루에 13~14시간 공부해 우리학교에 들어왔다. “정말 이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쉬워요.” 공부가 제일 쉽다는 것을 깨닫게 된 그는 방학 중에도 도서관에 있었다. 후배들과의 만남도 도서관에서 했다고 한다.
“아예 술을 먹지 말자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술 없이 노는 건전한 문화가 있다는 거죠.” 그는 대학생 때 가지는 에너지가 가장 활력 넘치는 좋은 에너지라고 말했다. “노는 데도, 미래를 준비하는 데도 에너지가 들어요. 가장 좋은 에너지를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한 거죠.”

유 군은 이번에 졸업하는 학생이면서 이미 1년 전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계속 클럽을 운영하는 것이 힘들진 않을까 걱정하는 기자에게 오히려 그는 “졸업 후에도 계속 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각자 살기 바쁜 세상이 돼가는 와중에 후배들을 챙겨주는 유 군같은 선배가 있어 10학번이 부러워진다.

김자연 기자 hyaline1198@cnu.ac.kr
사진/ 문수영 기자 symun@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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