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듬어진 손톱, 색색의 매니큐어, 그리고 약간의 수다. ‘네일아트’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여자에게 잘 어울리는 단어들이지만 여기, 그 세 가지에 여자들만큼 능한 김 ‘군’이 있다. 네일아트학원을 인터뷰 장소로 정한 것이 민망할 정도로 첫인상에서부터 ‘남자다움’을 팍팍 풍기던 김형호(언론정보·휴학) 군이 그 주인공이다. “사람들이 ‘게이 아니냐?”고 생각할까 걱정된다.“며 귀여운 고민을 늘어놓은 것하며, 투명 매니큐어가 정갈하게 발린 본인의 손톱을 쓰다듬는 모습까지 그 누구보다 네일아트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형호 군을 만나봤다.

  틈새시장 완전정복
  현재 대전에서 가장 큰 네일아트 학원에서 강사직을 맡고 있는 형호 군은 1년 전까지만 해도 PD를 꿈꾸던 학생이었다. 취업 준비 중 견문을 넓히기 위해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로 결심한 그에게 가장 시급한 건 여행자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네일아트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의 추천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죠. 남, 녀가 각각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요. 또 ‘내가 이 일을 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들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형호 군은 틈새를 노리기로 했다. 네일아티스트는 2010년 유망직종으로 꼽힐만큼 전망있는 직업이었고 특히 전국의 네일아티스트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밖에 되지 않아 희소가치도 있었던 것이다. 네일아트의 매력에 빠져 복학, 워킹홀리데이, PD는 잠시 제쳐뒀지만 “후회는 없다.”며 웃는 그다.

  노력=능력
  올해 스물 다섯. 한창 연애할 나이지만 형호 군은 현재 여자친구가 없다. 네일아트를 시작한 1년 전부터 하루 14~15시간씩 연습하며 학원에서 강의까지 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그림에 천부적 능력이 없던 그에게 네일아트를 정복하는 지름길은 노력뿐이었다. 네일아트의 경우 문양이 정해져 있어 연습을 반복하다보면 실력이 느는 것이 눈에 보였다. “네일아트의 가장 큰 장점은 노력한 만큼 실력으로 보상 받을 수 있다는 거에요.” 끊임없는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네일아트 2급 자격증, 1급 자격증에 이어 기술강사 자격증까지 딸 수 있었다. 각종 네일아트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상도 여러 개 탔다. 그의 이모는 “보통 패션계나 뷰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남자인데도 여성스러운 분들이 많은데, 처음엔 얘도 지금의 섬세함은 상상도 못 할만큼 거친 성격을 갖고 있었죠.”라고 말하며 웃는다. 끝없는 노력 덕에 능력 뿐만 아니라 노력에 대한 섬세한 성격까지 얻게 된 것이다.

  남자라서 행복해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그만큼 들어가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미래에 드는 금액이라고 생각해서 아까운 적이 없었다.”며 금액은 욕심에 비례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너스레를 떤다. 형호 군은 내년쯤 복학해 졸업을 하고 미용학 박사과정을 밟을 생각이다. “최종목표는 교수가 되는 것이고요, 가깝게는 지금은 학원 강사를 하면서 실력을 쌓아 5년 안에 특색있는 개인샵을 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일본식으로 꾸며진 하라주꾸 헤어샵처럼요.” 그는 이어 “꿈의 실천을 망설이고 있는 학생들이 선입견에서 벗어나 소신을 가지고 행동했으면 좋겠다.”며 “망설이다가 실패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틈새시장을 노려 망설이지 말고 실천하라는 말을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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