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함께하는 1분 30초

   
  입시특집호에서 자랑스러운 우리동문을 만났다.
  30년간 노동부를 지켜온 정종수 동문, 프로배구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기범 동문, SBS에서 언론인의   길을 걷고있는 김일중 아나운서와 최윤정 기상캐스터.
  그들의 이야기, 큐!

 


  
  SBS 8시 뉴스, 사건사고 보도 뒤 날씨소식. “‘비온 뒤 내복 한 벌’ 이라는 속담이 있죠? 오늘 새벽 비 내린 뒤 추위가 절정에 이르겠습니다.” 최윤정(언정·05졸) 기상캐스터의 낭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1분 30초의 긴장되는 생방송 순간이다.

  -항상 생방송인가?
  그렇다. 늘 긴장해야한다. 생방송도 생방송이지만 방송장비가 고장 나는 경우도 있고 예고 없이 투입되기도 하고. 한번은 늦은 밤에 회사에서 “대설특보가 내렸는데 지금 방송 가능하냐?”고 연락이 왔다. 자다 일어나 정신없이 집을 나섰다. 늦은 저녁이라 스태프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즉석에서 대본을 만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그래도 다행히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아마 그 상황에서 침착한 마음을 먹지 않았다면 실수를 연발했을 거다.  

  -실수 한 적이 있나?
  (웃음)아마 인터넷 검색창에 내 이름을 쳐보면 실수 영상이 뜰 거다. 태풍소식이 있을 때였다. 특보상황이라 24시간 대기하며 5번 연속으로 투입됐다. 그러다보니 저녁에는 멍해지더라. 카메라에 빨간불이 들어왔는데 머릿속은 백지장이 되고 한동안 계속 버벅거렸다. 그래도 실수 후에 더 많은 걸 깨닫는다고 지금은 좀 더 의연해지고 침착해진 것 같다.

   기상캐스터가 카메라 앞에서 단순히 대본을 읽는 직업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1분의 작은 영상을 거의 다 책임진다. 매일 기상청에서 내려오는 ‘서울 -1도 흐림’과 같은 지극히 객관적이고 단편적인 자료를 스스로 분석해 대본을 쓰고 그래픽 구상도 직접 한다. 코디가 있긴 하지만 장갑, 목도리, 트렌치코트 등 특정날씨를 표현하는 조그만 소품도 챙긴다.

  -굉장히 힘들어 보인다. 직업병이 생길만도 한데
  내가 원하고 좋아서 하는 일인데 힘들다기 보단 즐겁다. 음, 이런 것을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상캐스터가 된 후 주변을 세세히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쉬는 시간에는 평소 틈틈이 날씨 전문용어를 공부하고 이론을 벗어나 실제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 날씨는 어떤지 느껴보려고 한다. 오늘 하늘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낙엽은 얼마나 물들었는지 살피고 사람들의 대화에도 귀를 기울인다. 요즘 취미가 생겼는데 매일매일 다른 날씨를 카메라에 담는 일이다. 그 사진을 방송 그래픽에 쓰기도 한다.

  -대학 다닐 때부터 기상캐스터를 하고 싶었나?
  정말 간절히 원했다. 내 인생이야기를 하자면 우여곡절이 많은데 사실 나는 00학번이어야 했다. 원래는 공주대학교 불문과를 다니고 있었다. 그 당시 아르바이트로 한 행사의 진행자 역할을 했는데 이상하게 마이크를 잡으면 즐겁더라. 순간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이게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2학년 이었지만 수능을 다시보기로 결심했고 우리학교 언론정보학과에 입학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언론인이 되기 위한 문이 굉장히 좁고 그 당시에는 나이제한도 있었기 때문에 힘든 선택이었다.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고. 등록금을 내 손으로 벌겠다고 선언한 뒤에야 우리학교에 다시 입학하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

  -학교생활이 쉽지 않았겠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틈틈이 공부하고 생활비를 벌기위해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다. 또 입사시험의 나이제한 때문에 조기 졸업을 해야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했고 결과적으로 수석으로 조기 졸업할 수 있었다. 또 노력한 덕분에 졸업하기 전에 공채시험에 합격했고. 너무 내 자랑인가?(웃음) 그래도 공부만 한 것은 아니다. 학교 다니면서 해볼 건 다 해본 것 같다. 학교에서 보내주는 배낭여행으로 유럽도 가보고, 학과활동을 하면서 언론계에 진출한 선배도 만나고, 동기들과 신문을 만들며 다양한 활동도 해보고 참 재밌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어떻게 대학생활을 하나?

  -사람에 따라 다른데 주로 취업을 위해 공부한다.  
  아 역시, 물론 공부도 중요하지만 경험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대학생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더 많이 해보고 더 많이 고생해봤으면 좋겠다. 아르바이트든, 연애든, 여행이든 말이다. 누구나 간절히 원하면 꼭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룬다고 하지 않나? 정말 간절히 원한다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취업문이 좁아 공부하기 바쁠지도 모르지만 많은 경험이 더 도움 될 때가 있다. 머리로 배울 수 없는 것을 많이 익혔으면 좋겠다. 

  최윤정 캐스터는 간절히 원하던 꿈을 이뤘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이동하 캐스터처럼 기상캐스터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람이 되고 싶고, 날씨 전문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해 보고 싶다. “000한 최윤정 캐스터, 지금 000을 찾고 있다.” 그녀만의 타이틀을 갖기까지 최윤정은 항상 ON AIR다.

한단아 기자
danazzz@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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