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처가 그렇지 않겠느냐만 일하는 사람들과 직접 관련된 노동부는 그 업무가 더욱 고단해 보인다. “노동부에서 하는 일이 곧 노동부 차관이 하는 일”이라는 정종수(법학·77졸) 노동부 차관은 막힘없이 업무를 풀어 놓는다. 일자리 만들기, 구인 기업과 구직자를 맺어주는 일, 취약계층에 일자리 지원, 근로자 능력 개발, 근로조건의 선진화 및 준수, 산업재해 예방과 보상, 근로자의 권익 보장, 노사분규 해결, 노사 관계 선진화 작업……. “이것저것 너무 많이 말했네. 노동부 홍보가 입에 익어서.”하며 그는 허허 웃는다.

  -현재 가장 힘을 쏟고 있는 일은?
  내년 1월 1일부터 복수노조 허용 및 전임자 급여 금지가 시행된다. 이는 지난 13년 동안 세계기구로부터 우리나라가 요구를 받아왔던 사항들이다. 노사관계 제도를 국제 기준에 맞추는 일이다. 노동자·사용자·정부가 그것을 둘러싸고 합의를 모색하는 것이 가장 큰 현안이다. 이는 노동부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다. 그 시행 방안을 두고 회의를 계속하고 있다.

  -노동부에서만 30년을 일했다.
  본래는 사법시험을 보려했는데 당시 행정학 교수로 유명하던 박동서 교수의 강연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앞으로는 행정부에서 일하는 것이 비전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행정고시를 준비해 시험을 봤다. 부처 중에서도 특히 노동부에 가서 일하는 것이 의미 있어 보였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임금근로자들이니까. 자영업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어느 사업장이나 기업에 속한 이들이 주를 이룬다. 어려운 근로자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보람 있다는 생각을 특별히 갖고 있었다.

  -고시반 생활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말이 고시반이지 막사 같은 걸 하나 지어서 칸칸이 독서실처럼 만들어서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공부를 했다. 한 켠에는 방과 아궁이를 만들어서 거기서 밥도 해먹고. 다른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갈 때 나와 고시반 친구들은 냄비를 들고 가게에 가서 “김치 좀 썰어 넣어주세요.”, “두부 한 모만 넣어주세요.” 하면서 찌개를 끓여 먹었다. 힘들면 때로는 막걸리 놓고 젓가락 두드리며 노래도 하고. 졸업까지는 줄곧 그 막사같은 독서실에서 살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짬짬이 아르바이트 하면서 스스로 용돈도 벌었고. 과외 학생 집에서 함께 살며 가르치는 입주 가정교사로도 1년 들어가 있었다. 공부하는 환경이 참 다르지. 완전히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그때와 지금 학생들이랑은 비교가 안 될 것 같은데?(웃음) 아무튼 이런 생활을 하며 고시에 합격하기 위한 실력을 쌓았다.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한 이듬해에 시험에 합격했다.

  -우리학교 대학원 후에 일본에서도 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 문부성에서 만든 사이타마 현의 ‘정책과학 대학원’이라는 곳이다. 그때만 해도 ‘정책학’이란 말이 없었다. 거기서 노동정책 공부를 했다. 당시 일본에서 공부를 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한국의 노동법은 일본의 것을 거의 가져와 만들었기 때문에 일본의 판례나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때 배운 일본어는 지금도 유용하게 쓰고 있다. 내 활동 범위를 넓혀주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IMF외환위기 때 노정과장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외환 잔고가 바닥이 나 있었기 때문에 외국에서 빌려온 부채의 상환 기간을 어떻게든 연장했어야 했다. 그때 우리는 멕시코가 외환위기를 겪었던 걸 떠올렸다.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안을 구성해서 보고했다. 그리고 노사정 3자 체제를 구성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회의를 도출해냈는데 그때 실무를 맡았다. 경제위기를 이겨낼 때 실무를 맡았던 경험이 힘든 동시에 보람된 기억으로 남아있다.
  또한 2001년도 6월, 7월 두 차례 일어났던 전국적 총파업이 기억이 난다. 현장에 나가서 일을 보는 직책에 있던 때라 많은 파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을 때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많은 기사에서는 정종수 차관을 ‘노동부에서 잔뼈가 굵었다’고 표현한다. 이 표현은 오래된 경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분야에 최선을 다하고 행정적 업무보다도 현장에서 숨쉬고 나라의 건강한 노동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은 표현이다.

오소영 기자
ohsori@cnu.ac.k
<사진/노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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