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회계·4) 군의
세무사 합격 비법

  충대신문이 그를 찾기 전 그는 이미 본부 비서홍보실에서 인터뷰를 한 뒤였다. 그는 딱딱한 말투로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터뷰 글을 복사해서 쓰세요.”라며 뭔가에 쫓기듯 시급하게 전화를 끊고자 했다. 투박하고 무뚝뚝한 첫 느낌. 세무사 시험 수석합격으로 화제가 된 이재민(회계·4) 군이다. 하지만 직접 만난 그는 전화상으로 전해진 느낌과는 달리 장난끼 가득한 표정을 짓고 활짝 웃으며 기자에게 다가왔다. 그는 “합격되자마자 서울에 있는 세무법인에 취직이 됐기에 선뜻 취재에 응하기 어려웠다.”며 “인터뷰하자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지쳐 그랬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시험만 아니라 성격까지 수석인 그를 만나보자.

  - 회계·세무사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뭔가.
  “솔직히 학교를 4차로 추가 입학했다. 성적이 미달돼 원하던 과를 배정받지 못하기도 했다.  남들처럼 술 마시고 놀기도 했다. 그러다 군대를 갔고 2006년에 전역해보니 정신이 들더라. (기자도 군대에 한번 가보는 게 어떻겠나.) 회계학과 학생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회계·세무사를 꿈꾼다. 나도 그 사람들 중 하나였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재작년까지 회계·세무사 시험에 ‘영어’과목이 따로 있었다. 세법 경우 어려워도 외우면 실력이 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어는 쉽게 늘지 않더라. 영어는 외워야할 단어뿐만 아니라 문법도 다양해 모의고사를 보면 백 점 만점에 반타작도 못했다. 제일 걱정되는 과목이었다.
  1차를 합격하고 나서 2차를 합격하기까지 1년 정도 유예기간이 생겼다. 1차까지는 혼자 공부했지만 2차 시험 과목인 논술을 과락해 2차에서 떨어졌다. 전체 합격 점수는 넘었지만 한 과목이라도 과락할 경우 합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논술이 막막해 서울에 있는 고시학원을 찾았다.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앉아서 강의만 들어야 한다는 게 나와 맞지 않았고 들은 강의내용도 정리할 시간이 없더라. 학원을 등록한지 3주 만에 혼자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달이 치러지는 모의고사만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학원을 나와 독서실 의자에 앉았다. 책상 앞에 앉아 동영상 강의를 돌려보고 학교 수업시간을 통해 공부를 하기도 했다. ”

  - 어떻게 공부했기에 수석을 했나.
  “다들 꼭 몇 회독을 봤고 하루 평균 몇 시간씩 공부했냐고 묻더라. 굳이 회독 수나 시간에 연연하기보다 복습을 중요시 했다. 예를 들어 <중급회계> 한 단원을 끝냈다면 다음 날에는 두 단원을 끝내는 거다. 전날에 봤던 한 단원을 빠르게 복습한다. 7일 후 1단원부터 7단원까지 학습이 누적돼 한 권을 끝내고 다시 한 번 봐야하는 수고를 덜게 되는 거다. 이거 정말 기발한 학습 방법 아닌가. 하루 전까지 공부했던 모든 단원과 하루에 새로운 단원까지 학습하려면 엉덩이가 가벼워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더라. 힘들어도 워낙 하나를 물면 쉽게 놓지 않는 성격이라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공부를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평일과 달리 주말에는 공부를 하지 않았다. 주로 주말에는 3끼 잘 챙겨먹고 TV·컴퓨터 같은 전자기기의 전자파를 쐬기도 했다.”

                                              우리학교 학교 4차 추가합격…
                                 전역 후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다.

  - 과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회계학과 후배라면 누구든 세무사에 관심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매년 최종 합격자가 1백여 명이 넘는 연·고대에 비해 우리학교 학생들이 머리가 나빠서 합격을 못하는 게 아니다. 이는 회계·세무사 시험에 막연히 겁을 먹고 관심 갖지 않기 때문이다. 도전해봐라. 절대 후회 안한다. ”

  올해 그는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도 여유가 없다. 시험이 한 달가량 늦어지면서 잡혀있던 두 군데 면접 중 첫 번째 면접에서 바로 다음 날 출근하는 조건으로 취직됐기 때문이다. 그는 “면접관이 주거지가 대전인데 서울에서 방 잡고 다음 날 출근할 수 있느냐는 의향을 묻기에 ‘구해야죠’라고 답했어요. 막힘없던 대답이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합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험 문제는 조건들이 주어지는 반면에 실전에서는 스스로 찾아서 업무를 해결해야 한다.”며 “다시 수험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행복한 고민을 했다. 그는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히면 대전으로 내려와 사무실을 차릴 거라며 기자에게 ‘몇 년 후에 놀러와요.’라고 말했다.   

홍지영 기자
hongjiyoung@cnu.ac.kr
사진/ 박지은 기자
sheun57@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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