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 충대人 Season3

   해 질 무렵. 일본 오우쿠보의 한 거리. 관광객과 개성 넘치는 일본 젊은이들로 가득한 거리에서 만난 오학수(사회·81) 동문. 크고 두꺼운 유리 안경과 한 손에 든 서류가방, 사람 좋게 생긴 외모가 한 눈에 봐도 영락없는 학자였다. 현재 그는 일본 노동정책연구원에 근무하며 일본의 노사관계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노사관계, 고용문제 등의 차이를 비교, 분석하며 한국의 발전방향에 대해 꾸준히 지적하는 조언자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그가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분야는 고용안정과 청년실업의 해결방안이다. 현재 한국사회에 가장 곪아 있고 풀리지 않을 실타래처럼 막혀있는 부분. 그와의 인터뷰가 이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작은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치가를 꿈꾸던 사회학도
  중학교 시절부터 꿈이 정치가였던 그는 우리학교 사회학과로 진학했다. 원하던 학과로의 진학이었기에 누구보다 학과공부에 매진했다. 또 독서를 즐겼다. 독서 동아리를 조직해 활동을 할 정도로 책을 놓지 않았다. 대부분은 인문·사회 서적이었다. 그는 “대학시절 독서를 통해 세상의 부조리를 이해했고 많은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고 전한다. 특히 그는 스잔 조지의 《세계 식량 구조의 위기》라는 책을 제일로 꼽는다. “서문에 이런 구절이 있다. 당신이 이 책을 다 읽는데 6시간이 걸린다면 그 사이에 2백 50명의 사람들이 먹지 못해 죽는다.” 그에게 이것은 꽤나 큰 충격이었다. 그는 “빈부의 문제, 식량 분배구조의 문제 모두 정치가 발전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결국 정치의 발전을 가져 올 수 있는 것은 인문·사회학 분야의 발전”이라고 한다. 인문·사회학에 대한 확신과 자신이 공부를 해야 할 사명을 그는 책을 통해 찾은 것이다. 결국 그는 확신과 사명을 가지고 서울대 사회학 대학원에 진학을 한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일본 노동 사회를 연구하다
  대학원에 진학하며 노동조합과 노·사 관계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한국에도 노동조합이 생겨났고 노동자와 사측의 갈등관계가 조성될 무렵이었다. 하지만 당시 한국의 노·사관계란 여전히 불합리했다.” 그때부터 그는 일본의 노동조합을 연구했다. 당시 일본은 노사관계가 상당히 원만하게 이뤄져 있어 모범이 될 만했다. “모범적 사례를 연구해 한국에 전한다면 그것 또한 사회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당시의 심정을 말한다. 그의 논문은 상당한 호평을 받는다. 그는 당시에 “연구의 성과도 좋아 주위에서 이 분야의 연구를 계속하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밝힌다. 주위의 인정에 힘을 입은 그는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일본행을 결심한다.  
 
  발로 뛰며 얻은 일본에서의 연구
  일본으로 간 후 그는 마음껏 날개를 펼쳤다. 와세다 법학 대학원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근무를 하고 있는 일본 노동부에 발탁돼 일을 시작한다. 그에게 주어진 일은 그의 연구의 연장선에 있었다. 이론적으로 쌓아둔 근거를 바탕으로 직접 현장을 돌며 일본 현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업의 이야기를 담아 원만한 노사관계의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는 “이 일을 시작하고 일본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했다”며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의 명함만도 5천여 장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발로 뛰며 얻은 자료들도 셀 수 없이 많다. 현재 그는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노사관계에 있어서의 조언을 한국의 국가와 기관들에 전달하고 있다. “많은 공무원들이 조언을 구한다”며 “이제 한국에 내 연구가 기여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웃음 짓는다. 그의 웃음처럼 그간의 목적에 대한 확신과 노력의 결과가 이제야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청년실업의 세 가지 원인
  현재 그는 노사관계는 물론 청년실업의 대안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이것들은 모두 지금 한국사회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이며 문제이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는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 같은 암흑이다. 청년실업의 해법이 있을까? 그는 “일본과의 비교론적 관점에서 한국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며 “고용을 흡수 할 중견 중소기업의 수가 너무 적다는 것과 산업구조 수준에 맞지 않게 대학 졸업자 수가 너무 많다”고 이야기 한다. 실제 한국의 대학 졸업자는 90년 35%에 비해 2005년 83%로 15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 초임이 너무 높다는 것”이라며 “초임을 줄일 수 있다면 고용의 폭이 더 확장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교대상인 일본의 경우 대기업 초임이 우리의 1/3정도이다. 그는 “반면 일본의 경우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 고용자들의 종신고용에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한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임원의 80%, 중소기업 사장의 73%가 직원들의 종신고용은 보장될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초임 문제와 고용 보장의 내용은 정부와 기업들이 일본을 통해 배울 부분이 있다”며 “좋은 것은 배우는 것이 발전의 자세”라고 말했다.

  한국의 정부 관계자는 물론 언론들도 그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노동 사회의 발전을 이끌 좋은 조언자로 활약하고 있는 그의 힘찬 날개 짓이 나비효과가 되어 막혀있는 한국 사회에 희망의 바람으로 불어오길 기대해 볼 일이다.

이기복 기자 lkb2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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