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국문학과 - 80학번 정용기 선배와 98학번 박정석 후배

추운 겨울냄새가 진해지는 무렵. 따뜻한 시 한편 생각나는 이 때 공주 금성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이자 시인인 정용기(80학번·국어국문학과졸) 선배를 만나러 후배 박정석(국어국문학과·4)군과 동행했다.
“촌놈이란 말은 축복된 말인것 같애. 순수한 감정과 서정적인 경험들이 어우러져 있는 단어잖아?” 라고 말하는 선배를 보며 우리는 낭만적인 그의 자취속으로  빠져들었다.
 
후배:어떤 일을 계기로 시를 쓰게 되었나요.
선배:난 어렸을때 책을 많이 읽지 못했어. 그래서 인지 대학들어온 후 에 공부에 대한 분별력이 없었고, 창작에도 관심이 없었지. 그런데 대학 2학년때 시목 동아리를 들어간후부터 시를 접하게 되었고 거기서 좋은 친구들도 만났지.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를 쓰게 된것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사 재직중이 었어. 그 때쯤 삶이 단순해 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뭔가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선택했던것이 시를 쓰는것이었지. 그래서 지금의 시집’하현달을 보다’를 작년에 내게 되었어.

후배:대학생활얘기 좀 해주세요. 그리고 요즘 대학하고는 어떻게 다른가요?
선배:내가 대학생활을 할 80년대 초반에는 사회적으로 많이 혼란스러웠고 암울했었지. 우리학교 곳곳에서 학생운동도 활발하게 일어났었고 때문에 수업도 빠지게 되면서 학업에 크게 신경을 못썼어.
그래도 그때 당시에는 지금 보다 취직걱정이 덜 부담되어서 대학생활의 낭만이 있었던 것 같아.
참, 얼마전 내가 아는 학생에게 ‘어떤 문예지를 보냐’고 하니까 그게 뭐냐고 물어보더군. 예전엔 문예지 하면 정말 열심히들 봤는데 말이야. 요즘학생들이 취업공부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보여서 정말 안타까워. 대학이 취직을 위해 있는게 아니잖아. 좀 더 넓게 생활했으면 하는 바램이야.

후배:추구하는 작품경향은 무엇인가요.
선배:시는 일단 어려워서는 안될것 같다라고 생각을 해. 난해한 경향의 시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독자층은 시인과 평론가 정도 밖에 되질 않지. 거기다가 요즘은 ‘시의위기’ 라는 말을 쓰잖아. 그런면에서 본다면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시를 써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난 어렸을 적부터 자연하고 같이 생활하였어. 그 덕분에 자연을 사랑하는 순수한 감수성이 나의 시에 녹아내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

후배: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선배:산문이란 분야가 참으로 매력적인 분야인것 같아. 기회가 되면 산문도 쓰고 싶어. 참, 정말 아름다운 산문체로 나온 책이 있어. 故윤택수의‘훔친책, 빌린책, 내책’이란 책인데 정말 산문체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볼수 있을것 같애.

후배: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마디.
선배:요즘학생들을 보면 참으로 부러워. 내가 학교 다닐때만 해도 해외로 나간다는것은 상상도 할수 없었던 것이었거든. 그만큼 넓은 세상을 열린마음으로 봤으면 좋겠어. 또 다양한 책을 읽고, 기본적인 창작능력을 배양하는 능력도 길렀으면 하지.

훈훈한 인상, 천마디를 나눠도 더 얘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선배님이 아닌가 싶다. 헤어짐에 미련이 남듯 쌀쌀하지만 따뜻한 그의 체온을 한아름 안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글 김태형 기자 whistle@cnu.ac.kr
사진 이진경 기자 ljg416@cnu.ac.kr

  물은 얼어 눈이 되지만, 눈은 얼자 온통 빛이다. 눈 쌓인 응달쪽에서 이마로 빛을 끌어당기는 허름한 교사(校舍). 세상에서 시인(詩人)의 모습이 꼭 저러하리라. 아니 햇살을 굴려 이곳, 저곳에 따스한 구들장을 놓아주는 존재이리라.
 그곳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시(詩)로 도 닦고 있는 선배님을 만났다. 차분하게 맞아주는 모습이 영락없이 막 염불 마친 산사(山寺) 속 스님이다. 선배님과 나 사이에 놓인 길의 중간쯤에서 자리 깔고 한참을 놀다 왔다. 그동안 서로의 보자기 내용물을 맛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입맛에 맞았는지, 체하지나 않았는지 걱정이다. 나만 공짜 공양으로 포식하고 돌아온 기분이다. 나보다 무거운 봇짐을 들고 마중에 배웅까지 해준 선배님께 죄송스럽다. 하지만, 빈 보자기가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처럼 팔랑이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나오는 길에 선배님은 가벼워진 내 가슴 위에 시집 한 권 얹어 주었다.

 나는 그대 둘레를 공전하는 달
 태양의 반대편에서 그대 마음의 그늘을 읽으려고
 안타까움과 설렘으로 서성거리며 몸을 뒤채며
 초승달과 보름달 사이를 오갈 때
 내 引力이 그대 가슴에 밀물지게 하지 않던가요    
                                                -〈相思花 2〉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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