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그려주는 여자 박아람(서양화ㆍ4)양을 만나다

▲ 자신의 애완견 ‘단추’의 초상화 옆에 있는 박아람 양. 본인이 가장 아끼는 그림이라고 한다.

   박아람 양의 좁은 화실은 온갖 강아지들로 가득 차 있다. 말티즈 부터 요크셔테리어, 시츄 등 각양각색의 강아지 사진과 그림이 화실 벽면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1년 전 시작한 ‘애완견 그려주기’ 사업의 흔적이다. 그녀의 사업은 입소문을 타고 꽤 유명해져 한동안 잠을 못잘 만큼 주문을 받아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박아람 양의 화실 모습

  애완벌레도 그려드려요
  작업실에 드문드문 고양이 사진도 눈에 띄었다. 최근에는 강아지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애완동물도 그려달라는 주문이 들어온다. “앵무새도 그려봤어요. 처음에는 강아지 그리는데 흥미가 있어 시작했는데 고양이든 강아지든 앵무새든 주인이 가족같이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다 똑같잖아요. 그래서 동물 종류를 한정짓지 않기로 했죠”. 이러한 사업을 하다 보니 동물에 대한 관심도 커져 창업 1주년이 되던 때 수입의 일부를 유기견 단체에 기부하는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예상외로 폭발적인 반응이었죠. 몸은 힘들었지만 그만큼 내 그림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뿌듯했어요”. 소통은 화가로서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다. 강아지를 매개로 사업을 시작했던 것도 모두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였다. “좋은 그림이 묻혀버리면 너무 아깝잖아요. 내 그림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래야 저도 발전할 수 있거든요. 이제 애완동물이면 뭐든 그릴 준비가 돼 있어요. 애완벌레도요”.

 

▲박아람 양의 졸업 작품. 이것 역시 제목이 ‘자화상’이다.

   개 그림 = 박아람
  사업을 하기 전 그녀는 개를 그리는 것에 푹 빠졌다. 그 넓은 화폭에 ‘뭘 그려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붓을 움직이게 한 것이 바로 ‘개’였다. “소재가 없다는 것은 화가의 그림 철학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3학년이 될 때까지 소재를 정하지 못해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그리자고 생각하고 우리 집 ‘단추’(박아람 양의 애완견 이름)를 그리다 보니 딱 내 취향인 거에요. 개가 내 그림 철학이 된 거죠”. 그녀는 개를 그리면서 그 안의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는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졸업 작품도 모두 개 그림으로 소재를 통일 했다. “나의 감정에 따라 그림이 그려져요. 내가 슬프면 개의 얼굴도 슬프게, 내가 기쁘면 개도 기쁘게 그려져요. 한마디로 그날그날의 자화상인 거죠”. 그녀가 가장 아끼는 그림 이름도 ‘자화상’이다. 단추를 그렸지만 그 안에 박아람이 있기 때문이란다. “박아람 하면 개 그림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개를 소재로 아직까지 그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 언제 질릴 지도 모르겠어요”.

   
 
젊은 블루칩 작가, 소통하는 작가
  그녀가 롤모델로 삼고있는 작가는 안성화라는 한국의 젊은 작가다. “젊은 나이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담배와 같은 기호식품)을 그리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잖아요. 저도 제가 좋아하는 개 그림을 그리면서 인정 받고싶고 이걸로 돈을 벌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그녀에게는 이것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자 밥벌이의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상업적이다. 돈에 눈이 멀었다. 순수 예술 정신이 없다.’고 비판받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아무리 예술을 하면 뭘 해요.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다면 예술이 빛을 보지 못하는데…. 저도 그림을 돈을 버는 수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단지 돈은 소통이 이루어졌을 때 오는 하나의 부산물이죠”. 그래서 그녀는 눈길을 끌 수 있는 요소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려고 노력한다. 강아지 네 마리가 짝짓기하고 있는 그림, 그림의 전체적인 것과 어울리진 않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리본 장식 등으로 일단 사람들의 눈길을 끌게한다. 그리고 그녀가 그림에서 말하고자하는 바를 풀어낸다. “강아지 네 마리가 짝짓기하고 있는 이 그림은 민망해서 일단 눈길이 가잖아요. 여기서 하고 싶었던 말은 소통이었어요. 강아지가 짝짓기하는 것은 인사를 하는 거랑 같다고 해요. 서로 소통을 하는 것이죠. 뭐, 그렇게 안 봐도 상관없긴 해요. 또 다른 걸 느꼈다면 내 그림이 여러 의미를 갖고있다는 거고 그만큼 가능성도 있다는 거니까요”.

 

 한단아 기자
 danazzz@cnu.ac.kr
 사진/ 이기복 기자
 lkb2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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