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옥 (무용과) 교수를 만나다.

  “대중과 무용이 하나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성옥 교수는 오늘도 고민한다. 그녀는 현대무용이 난해함을 벗어버리고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는 안무곡 하나를 결정하는데도 오랜시간이 걸린다. 그 고민의 땀방울이 맺힌 ‘사이버스페이스오딧세이21’ 연습실을 찾았다.  

  10년 전 ‘사이버’라는 말이 막 생기기 시작할 무렵 ‘사이버’를 주제로 한 무용공연이 있었다. 이 공연은 많은 이들의 눈을 집중시켰고 이 때문에 서울 국제 무용제에서는 전례 없는 우수상이 만들어졌다. 그 공연이 바로 최성옥 교수의 ‘사이버스페이스오딧세이21’이다. 20세기 돌풍을 불러왔던 그 공연이 더 탄탄해진 구성을 갖추고 21세기에 다시 나타났다.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 무용은 파격적이고 특이 하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리스 시대와 사이버 시대가 한 공간에서 만났다. “오디세우스가 타고 모험을 하는 배는 마우스의 형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우스와 배는 굉장히 닮아 있어요. 배를 통해 바다를 항해하듯이 사이버 시대에서는 마우스를 통해 인터넷을 항해하잖아요. 또 바코드 춤이라는 것이 있는데 파도를 헤쳐나가는 것처럼 ‘바코드’ 즉 사이버 세계로 흘러 들어가는 형상을 만들었지요. 신화 속 오디세우스 이야기가 사이버 공간에서 진행되는 것입니다”. 오디세우스가 모험하는 것은 마치 게임을 하듯 진행된다. 일종의 사이버 속 신화인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오디세우스 이야기 일까? “오디세우스는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되죠. 그의 아내 페넬로페도 구혼자들의 청혼 아닌 청혼을 거절하느라 내면적인 고통을 겪습니다.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받고 유혹받는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여정이 마치 현대인의 일상과도 비슷하다고 생각 했어요”.
  이번 공연은 무용공연 임에도 불구하고 연극적 요소가 굉장히 많다. 대중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인지 장면마다 대사는 없지만 말을 하는 듯 했다. “현대무용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난해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저는 이 부분을 깨고 싶었어요. 춤은 전문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도 함께 즐겨야 해요”. 예술은 쉽게 가야 한다는 그녀의 고집은 강하다. 하지만 원칙은 있다. “쉽게 가되 예술의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시각적이고 화려한 것 때문에 분석적인 측면을 잃어서는 안 되고, 너무 분석적으로 가다 딱딱해져서도 안 됩니다”. 대중들이 즐기면서 예술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공연이 그녀가 원하는 이상이다.
  작년 12월에는 수험생을 위한 공연을 했다. “큰 공연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무용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오히려 큰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무대와 관객의 거리가 그만큼 더 가까울 수 있고요”. 사람들에게 한번이라도 더 무용을 보여주고 싶다는 최성옥 교수. 그녀의 꿈은 예술과 대중의 중간다리가 되는 것이다. “춤은 누구나 다 좋아 해요. 춤은 사람을 하나로 뭉치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어떤 춤이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역할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한데 제가 그 역할을 하고 싶어요”.  

▲ 최성옥 교수의 뒤로 공연을 앞둔 무용단원들의 연습은 쉼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좀 더 쉽게 다가가려는 고민, 좀 더 완성된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 그녀는 페넬로페만큼 고뇌하고 오디세우스만큼 역동적이다. 끊임없이 안무를 짜고 지휘하는 최성옥 교수의 연습실은 늦은 밤까지 불이 환하게 켜져있다. 

 한단아 기자
 danazzz@cnu.ac.kr
 사진 문수영 기자 
 symun@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