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의 결실 맺고 본격사업 시작한 양해운(독어독문ㆍ휴학)군

  새벽 두 시, 갑자기 출력해야 할 문서가 생겼다. 인쇄기도 없고 인쇄할 곳도 없는데 PC방까지 가야 하나? 이런 난감한 상황을 종종 겪는 학우들,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4시간 출력이 가능한 ‘인쇄 자판기’가 생겼으니까. 기계의 정식 명칭은 ‘멀티 프린트 자판기 큐브’. 개발자는 “이거 하느라 아직도 휴학중”이라는 양해운 군이다.

  무인 인쇄 자판기
  ‘풍자’는 인쇄자판기 큐브를 개발한 회사다. 그곳에서 양해운 군의 직함은 ‘실장’. 실은 세 명의 사원으로 구성돼 있다. CUBE라는 이름은 생긴 모양에서 따 왔다. 2006년 9월부터 일을 시작했으니 2년 반쯤 됐다. 전공은 독어독문학이지만 남자라서 그런지 기계 쪽에 관심이 가더란다. 회사의 대표는 본래 출력 가게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양 군의 제안으로 자판기를 만들게 됐다. 양해운 군이 이 기계의 최초 기획자인 셈이다.
  학교에 다니면서 자신이 겪은 불편을 해결하고 싶었다는 그. 지금이야 학내의 복사실에서 출력을 해 주지만 그땐 주로 제본만 할 때여서 출력을 하는 학생들은 눈치를 보며 줄을 섰다고. PC방에서는 귀찮아하는 아르바이트생의 눈치를 봐야 했고 가격도 비쌌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사람 없이도 출력이 가능한 인쇄자판기다. 즉 ‘가는 길에 할 수 있는’ 방식이다. USB를 꽂아 사용할 수도 있고 인터넷과 연동이 되는지라 자판기에서 홈페이지에 접속해 파일을 다운받아 인쇄해도 된다. 특히 큐브 홈페이지에 가입하면 인쇄를 할 때마다 적립금을 쌓아 저렴하게 인쇄를 할 수 있다. 큐브는 국내 첫 인쇄자판기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출력하는 방식 또한 이들이 생각해낸 것이다.

   눈물 콧물 쏙 뺀 나날들
  지금 세워놓은 자판기는 3월 15일에 완성된 따끈따끈한 작품이다. 프로그램을 짜는 일, 또 기계와 프로그램의 연결 작업 또한 어려워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개발 과정은 고생의 나날이었다. 경력이 ‘제로’인 사람들이 모여 시작한 이 사업은 나서는 투자자가 없어 생활비를 아껴 개발에 투자해야 했다. “밥 먹을 형편이 안돼서 라면에 소금으로 간해서 먹었다”는 그는 현재 빚더미에 올라앉은 상태. 회사의 대표는 신혼집까지 담보를 잡힌 상태라고 하니 상황이 짐작이 간다. 그때의 힘듦은 자판기의 옆면을 자세히 보면 아주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알아달라는 건 아니고 그냥 저희끼리의 하소연이고 재미죠”. 궁금하다면 가서 읽어보시길. 눈물 콧물 쏙 뺄 수 있다.
  또 힘들었던 건 처음 자판기를 놓았을 때의 학생들의 반응이었다. 새로운 기계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는지 기계의 등장을 반기지 않고 무관심해 했다. 그러나 이제는 편하다고 얘기해주는 이들도 있고 점차 사용자도 늘고 있다. 지금은 1천 명 정도의 학우들이 가입해 있다. “점차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이니까 열심히 하게 된다”는 그의 표정이 밝다.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흑백 출력은 1장에 40원, 컬러는 400원을 받는다. 앞으로는 더 저렴해질 예정이다. 종이의 끄트머리에 광고를 내 출력의 가격을 낮추고 낮춘 만큼의 인쇄비를 광고료로 충당하는 것이다. 이 경우 무료 출력도 가능하다. 적립금 서비스 등으로 현재 회사는 적자다. 하지만 요금을 올리는 방법으로 돈을 벌지는 않을 것이다. 수익은 앞으로 홈페이지에 광고를 받아 그 광고료에서 창출할 계획이다.
  자판기는 궁동의 김밥천국 앞과 기숙사의 백마오피스 앞에 설치돼 있다. 원래는 학교의 각 건물에 놓으려 했는데 문제가 있었다. 학교에 들여놓는 모든 기계는 공개입찰을 통해서만 선정이 돼야 했던 것. 그러나 인쇄자판기는 입찰이 불가능하다. 2개 이상의 업체가 신청을 해야 입찰이 가능한데 인쇄자판기는 큐브에서 최초로 개발한 것이라 경쟁할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학교에 기증하겠다고 했는데 거기에는 자리의 임대료가 필요하다고 해 그만두었다. 그 후 찾고 찾아 들여놓은 자리가 지금의 자리다. 그는 “학생들의 편의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데 그보다 회사의 경력이나 규모를 보는 장벽이 큰 것 같다”며 중소기업을 배타적으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한다.

 

 
  설치해 놓은 자판기는 사원들이 돌아가며 지켜보고 있다.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고 한 명에게라도 더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하기 위해서다. “불편한 사람이 1명도 없을 때까지 계속 고쳐나갈 거예요”라는 그는 반응을 체크하다가 아침 6시에 집에 들어가기도 한다.
  우리학교에 더 많은 기계를 들여놓고 그 후에는 다른 학교에도 발을 넓힐 계획이다. 그렇지만 지금 가장 바라는 건 사용 방법의 불편과 기계의 오류를 모두 해결해 시스템이 완전히 안정되는 것이다. 이런 마음 때문인지 그는 이 말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학생들의 칭찬이든 충고든 다 궁금하고 듣고 싶어요. 24시간 가능하니까 연락주세요”.

 오소영 기자
 ohsori@cnu.ac.kr
 사진 문수영 기자
 symun@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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