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우리 아들이 고추농사를 거들어 줬는데 올해는 군대에 가서 이번 농사는 누가 짓나 걱정했는데……. 하늘이 우리 아들 대신 더 많은 아들을 보내줬네 그려~”
군대간 아들의 빈자리에 무척이나 허전해 했을 텐데 
그 자리를 누군가 채워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우리들에게 농활이란 건 그런 거다.
아직 농민의 아픔을 얘기하며 울어 본적도 없고, 민족의 운명을 운운하며 가슴 벅차 밤새워 본적도 없다. 하지만 농촌에서 가슴 따뜻한 농민들을 만나 우리 농촌 얘기를 들으며 ‘쌀이란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된다면 농활을 다녀온 보람은 있는 것이다.
충남 서천의 곳곳으로 농활을 떠난 우리의 1백 50 청년 농활대원.
우리 농업 한번 지켜보겠는 마음은 모두들 한결같다.
농촌이 아무리 기계화되었다지만 모판을 나르거나 논의 흙을 고르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손이 가야 한다. 예전 같았으면 농촌에서 일하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서 이런 일쯤이야 문제가 아니었지만 지금의 농촌에는 60이 훌쩍 넘어 버린 농민이 많아 힘을 써야하는 일은 힘에 부친다.
모판을 떼다가 경운기에 싣고 그 모가 논에 심겨진다.
혼자 모판 다 나른 양 옷에는 진흙 투성이에 땀으로 흠뻑 젖었다.
고추밭에 고춧대를 박는 일. 힘 하나에는 자신 있지만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고랑에 서넛이 달려들지만 좀처럼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처음 해봐선 지 일이 손에 잘 익지도 않고 오히려 일을 만드는 게 아닐까하는 우려가 된다.
오후 내내 땡볕 아래서 팔, 다리가 까맣게 타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 이유.
모판을 날라대느라 몸은 힘들지만 입에서는 콧노래가 흘러나오는 이유.
그 이유에 우리 농촌의 희망이 있는 게 아닐까?
모판의 벼가 논으로 옮겨져 들녘은 곧 푸르른 물결이 파도를 이룰 것이고 가을이면 그야말로 황금 들판이 될 것이다. 우리 농업의 미래는 햇살 가득한 논에 있다.
그 햇살을 주고 온 청년농활대 그들이 바로 우리 농업을 지키는 일꾼이다.


김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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